순천만 국가정원(본인 촬영 사진)
지난 11월, 모처럼 생긴 휴가를 통해 순천만 국가정원을 방문했다. 평일인데 많은 사람이 찾아온 게 놀라웠고, 면적이 넓어 두 시간 돌아다녀도 다 둘러보지 못했다는 점에 더 놀랐다. 그 정도로 준비가 철저했고, 관리비도 많이 들었을 것이다. 여기저기 잘 꾸며놓은 덕분에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달까?
최근 순천시가 여기 입장료 등으로 번 수익을 시민에게 20만 원의 지역 상품권으로 돌려준다는 소식을 들었다.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 입장료는 2022년 50억 원에서 올해 95억 원으로 두 배가 뛰었습니다. 여기에 기념품 판매, 식음시설 확대 등 다변화된 수익 구조를 통해 국가정원의 매출 수익만 100억 원을 넘겼습니다. (중략) 이에 따라 순천시는 모든 시민에게 1인당 민생 지원금 20만 원을 지급하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
<정원으로 벌어, 시민에게 돌려줍니다> (여수MBC, 2025.11.20.)
수익이 발생하면 인건비와 관리비에 대부분 들어가고, 나머지는 재투자, 홍보 등으로 쓰이는 걸로 알고 있다. 순천시가 운영하니까 시에서 이뤄지는 사업에 들어갈 걸로 생각했는데, 시민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관광 사업이 지역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은 예전부터 알았지만,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오지 않음을 이제야 알았다. 그랬다면 ‘오버투어리즘’(특정 관광지가 수용할 수 있는 인원 이상으로 관광객이 몰려들어 지역 주민의 삶의 질 저하, 환경 파괴, 기반 시설 부담 증가, 관광 경험 악화 등을 유발하는 현상)이란 말은 없을 것이다.
“관광지가 되면서 오히려 매출은 줄었어요.”
부산 영도구 흰여울문화마을에서 페인트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하 모(60)씨의 토로다. ‘한국의 산토리니’라는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해 103만 명이 이곳을 찾았다. 지역 경제가 살아나면 장사에 도움이 될 법한데도 하씨는 고개를 젓는다. 그는 “차량 정체가 극심해 주차할 곳도 없어 단골들이 어느 순간 오질 않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중략) 관광객 증가에 따른 수혜는 주로 음식점과 카페 등에 집중된다. 북촌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주민은 “관광객이 길거리 떡볶이는 먹지만, 세탁소에는 올 일이 없다”고 했다. 게다가 관광 특수를 누리는 상인들 상당수는 외지인이다. 북촌 한옥마을 일대(가회동 5통) 상업시설 32곳 중 건물주 거주지가 북촌인 경우는 8곳(25%)에 그쳤다. 관광객이 쓴 돈이 역외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
<관광객 몰려와 경제 효과 수천억?… 왜 주민들은 체감 못 할까> (한국일보, 2023.8.30.)
이렇기에 앞서 말한 순천시의 행보가 기대된다. 관광 산업이 진정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되려면 그저 지켜보는 게 아니라 수익 대부분이 모두에게 돌아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태국의 한 사회적 기업은 소수민족이 주로 거주하는 마을을 관광 상품으로 개발해 수익의 70%를 주민들에게 돌아가도록 하였는데, 그 대표가 했던 말에 공감이 갔다.
순천시의 사례가 실제로 큰 효과를 부른다면, 이를 따라 하는 지자체가 많아질 것이다. 동시에 관광 산업이 지역에 크게 도움이 되려면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곳도 늘거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