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 아날로그 열풍> (대구MBC, 2026.8.5.)
우리는 생각 혹은 보고 들은 것을 표현하려 SNS와 블로그에 접속해 글을 남긴다. 쉽게 고치고, 그림도 넣을 정도로 기능이 간단하고 편리하다. 음악과 영상은 해당 사이트에 접속해서 보고 듣는다. 그만큼 디지털이 익숙한 시대다.
요즘 펜을 사서 종이에 글을 남기고, LP나 테이프를 사서 직접 듣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디지털보다 손이 많이 가지만, 거기서 느낄 수 있는 감성이 있다고 한다.
종이신문을 보는 사람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2025년 6~9월에 전국 초등학교 4~6학년과 중고등학생 267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종이신문 이용률 반등이 확인됐다. '지난 일주일간 종이신문을 읽었다'고 답한 10대의 비율은 2019년 7.8%에서 2022년 11.4%로, 지난해에는 12.7%로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종이신문을 읽는 초등학생의 비율은 직전 조사인 2022년 대비 2.7%포인트 증가했다. 학교급별로는 종이신문을 읽는 비율이 초등학생(16.0%), 중학생(13.1%), 고등학생(9.0%) 순으로, 학교급이 낮을수록 열독률이 높았다. - <숏폼 즐기지만…신문 읽는 10대 꾸준히 늘어> (매일경제, 2026.1.16.)
종이신문 이용/구독자가 갈수록 줄어들지만, 사라지지 않을 거라 믿고 있는데, 이 소식을 들으니 다행이었다. 신문사 누리집이나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뉴스 기사는 자신에게 흥미 있는 것만 보기 때문에, 자극적인 제목이나 내용이 많지만, 종이신문은 책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수 있어서 다양한 주제와 내용을 살펴보기 좋다.
SNS에 가짜 뉴스가 너무 많아서 종이 신문을 즐겨 보는 편입니다. 아무래도 활자로 되어 있어서 심리성도 있고, 넘기는 질감이 좋아서 많이 보고 있습니다. - 이성우
익명의 편지에서 느껴지는 손 글씨
대구 중구 삼덕동에 위치한 카페 ‘하프리브’는 이용객이 직접 익명의 편지를 써서 주고받도록 연필과 편지지를 가져다 놓았다.
저희가 (카페에서) 주고받는 편지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처음에는 단골손님분들께서 메모랑 편지를 남겨주신 걸로 시작했는데요. 짧은 손 글씨 몇 줄이었지만 거기서 주는 따뜻한 마음과 남는 여운이 상당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따뜻한 감정을 여기 찾아 주시는 분들과 나누고자 주고받는 편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이언진 (카페 ‘하프리브’ 사장)
자신이 본 책의 일부를 필사하거나, 생각을 담은 편지를 적어 보내면, 누군가 읽는 방식인데 반응이 좋아 SNS에서 관련 경험담이 올라오는 중이다.
이런 배경에 펜이나 연필로 직접 쓰는 손 글씨가 있다. 교보문고, 네이버, 미래엔은 매년 손 글씨 공모전을 열고, 수상작은 누구나 받아 쓸 수 있는 글꼴(폰트) 파일로 만들어진다. 교보손글씨대회는 2016년 첫회 참가자가 3,479명이었는데, 2025년에 75,000명을 넘었다고 한다.
돌아온 LP 레코드판
박물관 혹은 옛날 영상에서 볼법한 LP 레코드판이 다시 주목받고 팔리는 중이다. LP 플레이어를 갖추고 직접 들어볼 수 있게 하는 곳도 많아졌는데, 음악을 들으며 추억에 잠긴다던지, 호기심으로 찾다가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고 넓히는 일도 생겼다.
들어보니까 옛날 생각도 나고 좀 아련해지는 것 같습니다. LP 특유의 그런 감성이 좀 느껴지고, 아무래도 보는 맛도 있어, 확실히 색다른 것 같습니다. - 홍정민
원래 음악을 좋아했기 때문에 구경 삼아 홍대 부근 LP 전문 매장에 들러봤어요. 죽 늘어서 있는 LP판 수십 장을 뒤적거리면서 음반에 대한 설명도 없는 표지를 유심히 보면서 가게 주인에게 물어물어 한 장을 고르는데 ‘이거다’ 싶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건 이런 거였어요. 무제한 스트리밍으로 아무 음악이나 닥치는 대로 고르는 게 아니라 음반 한 장 고르려고 한참 시간을 들이는 정성 같은 거요. - 김석희
왜 유행하는 걸까?
종이신문, 손 글씨, LP 등이 다시 유행하는 이유는 단순히 레트로 열풍 때문이 아니다. 디지털이 주류가 되면서 우리는 효율성 추구, 개인화, 고자극에 지쳐있다. 반면 이러한 아날로그 매체는 느리지만, 다채롭고, 따뜻한 감성이 있다. 다시 경험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부족해진 감성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이 아닐까? 젊은 세대의 도전도 한몫한다. 세계소비자학회 학회지의 한 논문은 ‘간접 체험을 통한 향수’로 분석했는데, 아날로그를 경험하지 못했던 이들이 미디어를 통해 과거의 스타일이나 문화를 알게 되면서 ‘집단적 향수’를 느낀다고 전했다. 매장에서 ‘머무는 경험’을 중시하는 특성도 덤이다.
요즘은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결합한 ‘디지로그’도 유행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과 아날로그 정서를 결합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말하는데, 디지털로 그린 디자인을 손으로 직접 만드는 핸드메이드 상품이나 옛 제품을 디지털로 복원하거나 재현한 사례를 들 수 있다.
아무래도 요즘 시대는 되게 많이 발전했잖아요. AI부터 스마트폰까지 많이 발전했는데, 그것들이 주는 편안함도 있겠지만, 피로감도 같이 몰려온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약간 휴식 같은 개념으로 감성에 취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보니까 손님들이 이런 걸 찾는 거 같습니다. 그런 말이 있잖아요. 유행은 돌아온다고. 이게 특별히 트렌디하다, 갑작스럽게 유행한다. 그런 거는 단기적인 시각인 거 같고, 언젠가는 돌고 도는 게 유행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이 아날로그 감성 혹은 이제 또 디지털 감성 같은 것도 같이 융복합이 되면 되게 같이 함께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정현호(LP 플레이어를 갖춘 카페 ‘스테인드글라스’ 사장)
아날로그 감성은 겪어보지 못해 오히려 새로운 문화입니다. 복고나 LP, 삐삐 같은 옛 물건이 오히려 핫한 신상처럼 여겨지는 것이죠. 터치 한 번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시대에 속도와 과정이 복잡한 아날로그 감성은 과정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준다는 것이 이들 세대의 감상입니다. 한편 과거를 추억하는 부모세대에게도 위안이 됩니다. 지치고 불확실해진 현재의 내게 아름다운 과거의 향수를 선물한다는 것이죠. 이들은 애틋한 과거를 떠올리면 오히려 현재에 위로와 행복이 된다고 해요. - MG새마을금고 블로그 운영팀
우리가 진정 그리워하는 건 기계와 마주하는 삶이 아니라, 같은 사람과 나누는 따뜻한 정이다. 각자 PC와 스마트폰을 마주하는 요즘, 한 번쯤 아날로그를 통해 취향을 찾고, 생각을 나누며 온기를 느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