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바라보기>
누구나 쉽게 투표하는 날을 기다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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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선거 기간입니다.
이번 글을 쓸 때까지 들은 22대 국회의원 선거 소식은 3월 초와 달리 흐름이 달라졌습니다. 제1야당인 민주당 내 공천 파동으로 여당이 압승하는 게 아닐까라는 우려가 많았지만, 요즘 대통령실과 여당에서 터진 실언으로 내부에서 '100석 이상을 얻을 수 있을까'라는 말이 나오네요. 물론 민주당도 여전히 실언이나 문제가 터지긴 하지만, 정부/여당에 비하면 약해보입니다. 이 글을 보내는 날(3월 28일), 선거 기간이 시작되었습니다. 각자 지지율을 올리고 공약을 홍보하려는 노력을 보일텐데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소중한 한 표 행사로 좋은 소식을 듣길 기대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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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 누리집 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안내 앞 화면 갈무리
2024년 4월 10일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2024년 상반기 재보궐 선거가 치러진다. 3월 22일 후보 등록이 끝나는 대로 후보자, 비례 정당의 공보물, 벽보 등이 만들어지고, 토론회와 방송 연설 등으로 우리 모두에게 이름과 공약 등을 들을 기회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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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4. 10.(수) 실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주요사무일정표에 나온 남은 일정(공식 누리집에서 갈무리)
- 3월 27일 ~ 4월 1일 : 재외국민(외국에 사는 우리 국민) 투표
- 3월 28일 : 선거 기간 개시
- 4월 2~5일 : 선상(해군, 해양경찰, 원양 어선과 화물선의 선장, 선원 등) 투표
- 4월 5~6일 : 사전 투표
- 4월 10일 : 선거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 누리집에 가면 자신이 사는 지역구에 어떤 후보가 나오는지, 어떤 비례정당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PC/모바일)
3월 29일 선거인명부가 확정되면 31일까지 투표 안내문과 공보물을 우편으로 받을 수 있는데, 나는 지금까지 여러 선거에 참여하면서 아쉬움을 느꼈다. 점자나 음성안내, 수어, 쉬운 말이 없는 비장애인 중심의 공보물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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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원 선거에만 없는 점자공보물…장애인 참정권 ‘사각’> (KBS, 2022.5.10.)
1. 점자와 음성 안내 공보물
시각장애인들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대부분의 선거엔 점자 공보물 제작이 의무화돼 있습니다. 문제는 광역시도의원 선거와 기초시군의원 선거인데요. 점자 공보물 제작이 의무가 아니다 보니, 시각장애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중략) 선거관리위원회는 점자공보물 제작 비용은 선거비용 제한 대상 자체가 아니고, 제작비용도 정부에서 전액 지급해준다며 적극적으로 점자 홍보물을 제작해 달라고 선거 출마자들에게 당부했습니다. - 해당 보도
문자인식 프로그램으로 공보 내용을 음성으로 들을 수 있다. 그렇다고 내용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보물의 글자 배치가 비장애인 위주로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공보를 음성 인식 프로그램으로 들어봤다. 글자가 순서대로 인식되지 않고 아래 글자부터 들리는 경우가 많았다. 아예 인식되지 않는 글자도 있었다. 디자인을 위해 다양한 글씨체를 사용하고, 글자 대신 그림 파일을 넣은 결과인 듯했다. - <점자 없고 음성인식은 말썽...시각장애인 고려 없는 지방선거 공보물> (여성신문, 2022.5.25.)
시각장애인에게 공보물은 볼 수 없는 정보다. 점자, 음성 안내를 통해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그동안 없거나 있어도 규격 제한, 음성으로 인식 못 하는 그림이나 다양한 글꼴 사용 등으로 불편을 겪었다. 특히 2022년 6월에 치러진 전국 동시 지방선거는 이런 공보물이 의무가 아니어서 많은 시각장애인 유권자가 후보자를 찾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지방선거 후보자 대부분은 시각장애 유권자들이 읽을 수 없는 선거공보물이나 음성 출력 전자적 표시로 제작·배포하고 있는데, 이는 시각장애 유권자들의 참정권을 심대하게 침해하는 것”
(음성·인쇄물 접근성 바코드를 표시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대해) “바코드를 스캔할 보조공학기기 보급률이 낮고, 음성 정보는 정보 전달의 정확성도 떨어진다”
“올바른 점자형 선거공보물과 공약서를 제작하도록 선관위와 각 정당은 후보자들을 교육하라”
- 충북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와 무지개도서관(점자도서관) 회원 시각장애인들, <“음성 출력 선거 공보물 무용지물”> (충청타임즈, 2018.5.30.)에서
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운영하는 ‘함께걸음’은 2022년 <지금 우리 제도는>이라는 기획 연재에서 점자 공보물과 음성 정보가 담긴 USB를 받은 시각 장애인 유권자들의 사례를 들어 문제점을 파악했다.
“점자형 홍보물이 제대로 제작되면 괜찮은데 부분 부분으로 제작되거나 내용이 누락되거나 등등의 사유로 부정확한 공보물인 경우가 많아요. 앞부분만 부각하고 후면은 생략한다든지 일부 내용만 발췌해서 제공했죠. 그래서 차라리 USB 홍보물이 접근하기 더 편한 것 같아요. 점자 홍보물은 다 보고 버려야 하는 환경오염 문제도 있고요. USB로 데이지(DAISY) 형태 또는 점자파일, 텍스트파일 이런 식으로 제공해주면 점자 가독이 가능한 시각장애인이든 가독이 불가한 시각장애인이든 관계없이 활용도 되고 USB도 후에는 포맷해서 다른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으니까 더 좋지 않을까요.” - 전맹 시각장애인 이 아무개 씨
유년 시절 시각장애가 생긴 최OO(36)씨 역시 점자 해독을 못 한다. 저시력에 청각장애까지 있는 그는 점자나 음성변환 파일보다는 텍스트 형식으로 제공되는 파일이 가장 이용하기 편하다. 문제는 책자형 선거공보도 후보마다 기호와 공약 내용이 적힌 책자의 레이아웃, 서체 크기와 종류, 색깔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가장 기본적인 정보라고 할 수 있는 후보자의 이름과 기호 표시도 후보마다 위치와 내용이 제각각이다. - 해당 기사에서
바코드나 QR 코드는 스마트폰의 리더 기능이나 바코드를 인식하는 보조 기기를 이용한다 해도 혼자서 이용하기 어렵다. 2017년 11월 23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점자형 선거공보물 대신 비장애인용 선거공보물에 음성 바코드를 삽입하는데 합의했다는 기사가 나가자, 27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가 이를 지적하는 성명서를 냈다.
점자로 선거공보물이 제작될 경우에는 손으로 즉각 내용을 읽을 수 있으나, ‘음성으로 출력되는 전자적 표시’로 제작될 경우에는 인쇄물 음성변환출력기,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 읽어야 함에 따라 정보 습득의 기회를 크게 제약한다. - 해당 성명서에서
2020년 12월에 개정된 공직선거법이 올해 3월 8일부터 시행되면서, 이번 선거는 모든 후보가 점자 선거 공보물과 음성 정보를 의무적으로 담아야 한다.
“모든 후보자가 시각장애인의 정보 차별 해소를 위한 선거법의 취지대로 점자와 음성 정보를 충실히 제공해주길 바란다.” - 이판구 강원특별자치도시각장애인연합회 점자도서관장, <음성 공보물 총선 첫 시행> (강원도민일보, 2024.3.12)에서
이번 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오정규 후보(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갑)는 점자형 선거 공보물과 함께 음성 변환용 바코드가 들어간 선거 공보물을 내면서, 우리투데이 기자와 전화 인터뷰 때 ‘다른 정당의 후보들도 이렇게 제작했는지 확인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다만 이번 공보물이 시각장애인 유권자에게 어떨지 아직 모른다. 우리투데이의 3월 26일 기사를 보면 후보자들의 공보물을 제작, 편집하는 인력들이 관련 공보물 제작 프로그램을 써보지 못한데다, 중앙선관위에서 제공하는 제품이 구형 버전만 지원해서 문제점이 심각하다.
결국 제대로 된 프로그램 교육과 인력 충당, 최신 버전 지원이 갖춰져야, 이번 선거법 개정의 혜택을 계속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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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1중구_정진석_수화형선거공보> (데프랜드, 2012.4.8.)
2. 수어 공보물
한국어를 주로 사용하는 청각장애인은 비장애인용 공보물을 이용하는데 별 불편을 느끼지 않지만, 한국 수어를 주로 사용하는 농인은 수어 공보물이 필요하다. 이를 주장한 김상화 농아사회정보원장은 2012년 총선 당시 서울 중구 선거구의 후보 4명과 대선 당시 후보 7명의 선거 공보물을 수어로 번역한 영상을 제작했다.
이번에 개정된 공직선거법은 앞에 말했듯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공보물 규정이 추가되었는데, 김삼화 원장은 2년 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모든 장애인을 위한 방향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조항(공직선거법 제65조(선거공보) 제4항)에서 장애선거인을 시각장애인에 한정하지 않고, 음성·점자에 한정한 대체자료를 음성, 점자, 수어, 쉬운글 등으로 변경해 청각장애인, 발달장애인 등에게도 장벽이 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 <수화형 선거공보물이 필요한 이유 “법 한 줄만 바꾸면 돼”> (미디어오늘, 2022.3.5.)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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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 ‘수어•소리 공약집’> (김동연TV, 2022.5.26.)
2022년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경기도지사로 출마했다가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동연의 수어, 소리 공약집을 사례로 들 수 있다. 양희문 성우가 음성 녹음을, 조은성 감독과 조성현 수어통역사가 수어 영상 녹화에 참여했다.
김 후보 측에서 장애인용 수어·소리 공보물을 만든 것은 이번 지방선거에선 처음이자 유일하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다만 정치권에서 해결할 문제가 더 남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단 국회에 발의된 수화형 선거공보물을 법제화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통과가 필요하다. 또한, 수화형 공보물을 만들 때 농인들도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동연 캠프의 경우 수어통역사가 참여했지만, 수화언어를 제1언어로 쓰는 당사자인 농인들도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 <유일하게 지방선거 수어·소리 공약집 제작한 김동연 캠프> (미디어오늘, 2022.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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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설명한 투표안내 애니메이션(선거일투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2024.2.29.)
3. 쉬운 말과 그림 공보물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등록 마지막 날이었던 2022년 2월 14일, 한국피플퍼스트,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7개 단체로 구성된 ‘장애인참정권 보장을 위한 대응팀(참정권대응팀)’은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쉬운 선거자료를 정당별로 제작’해달라고 주장했다. 특히 박경인 피플퍼스트서울센터 활동가는 ‘쉬운 말과 그림 등을 넣어 다양한 정보가 잘 담긴 선거공보물을 제공해달라’고 말했다.
“기본소득 지급, 탈원전 정책 폐기, 주 4일제 도입, 국토 보유세 신설… 지금까지 선거 때마다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이 너무 어려워 이해가 잘 안 됩니다. 글씨가 많거나 너무 짧고, 또 어려운 말로 되어 있거나 갑자기 한자 혹은 영어가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어떤 대통령 후보가 내세운 공약이 무엇인지 알아야 뽑을 것 아닙니까?” - 박경인 활동가
7월 22일도 지난 지방선거에서 장애인 참정권이 차별당했다며 44건의 집단진정을 제기했다. 이 자리에서 남태준 피플퍼스트성북센터 활동가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지방선거는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등 총 7개의 투표를 해야 해 너무 당황스러웠다. 기표소에서 차근차근 원하는 후보자에게 투표했는데 너무 집중한 나머지 봉투에 투표용지를 넣는 걸 깜빡 잊었다."
중증 지적장애인, 발달장애인이 제대로 투표를 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정부를 상대로 4가지를 요구하며 소송을 냈지만, 2023년 8월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공직선거법에 어긋난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 알기 쉬운 선거공보물 가이드북을 만들어라. => 법원: 발달장애인을 위한 이해하기 쉬운 형태의 정보 제작 가이드라인은 이미 있다. 그걸 쓰면 된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직선거관리규칙을 바꿔라. => 법원: 공직선거법부터 바뀌어야 한다.
- 발달장애인에게 알기 쉬운 선거공보물을 제공하라. => 자유로운 선거운동 규정에 위반, 선거공보물을 1가지 종류만 제공해야 하다는 공직선거법 규정에 위반된다.
- 그림투표용지를 제공하라. => 법원: 공직선거법에 그림투표용지 규정이 없어서 안 된다.
- <“국가는 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하라”는 외침, 법원이 무시했다> (비마이너, 2023.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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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노동당, 녹색당 누리집에 올라온 2019년 공약의 쉬운 말 요약집 갈무리 화면
쉬운 정보와 그림으로 된 공보물, 투표용지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볼 수 있다. 대만, 아일랜드, 이집트 등 50여 개 나라는 누구나 알아보도록 후보자의 사진을 투표용지에 넣었다. 스웨덴과 영국은 대부분의 정당이 읽기 쉬운 정책, 공약집을 발간한다.
쉬운 글 버전의 선거공보 제공, 쉬운 글 버전의 투표용지가 필요하다. 발달장애인과 관련된 행정문서들이 모두 쉽게 제공돼야 한다. 일본만 하더라도 후생성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발달장애 관련 문서는 쉬운 글 버전으로 만들고 있고,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도 시행하고 있는데, 선거 관련 정보는 당연히 포함된다. - 이동석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대선: 투표용지에 '그림'을 넣어달라는 사람들, 이유는?> (BBC코리아, 2022.2.11)에서
영국 의회는 선거 당일 어떻게 투표하는지를 알려주는 쉬운 말 자료집을 누리집에 올려두었다. 그림도 같이 있어 쉽게 알아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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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장애인・거주불명등록자 등을 위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안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 화면 갈무리)
중앙선관위는 2024년 2월 15일, 장애인 단체들과 정책간담회를 한 뒤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장애인 유권자를 위한 투표 편의 방법을 누리집과 공식 유튜브 채널에 소개했다.
투표소에는 투표 편의지원안내문을 부착해 특수형 기표용구, 점자형 투표보조용구 등 투표 편의물품을 쉽게 요청할 수 있게 한다. 특히, 자신이 스스로 기표행위를 할 수 없는 선거인의 경우에는 선거인의 가족 또는 선거인이 지명한 2인에게 투표보조를 받을 수 있도록 (사전)투표사무관계자를 대상으로 장애인유권자 투표편의 지원 교육에도 힘쓸 계획이다. 사전투표일과 선거일에는 영상통화로 전국의 투표소에서 수어통역을 지원하며, 중증 장애인 등 선거인은 휠체어 탑승 설비 차량 및 활동보조인을 신청·이용할 수 있다. - <중앙선관위, 장애인유권자 투표편의 개선한다> (웰페어뉴스, 2024.2.15.)에서
무엇보다 공직선거법도 22대 국회가 구성되는 대로 지금보다 쉽게 선거에 접근하고 투표할 수 있도록 당사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추가, 개정을 발의해야 한다. 우리는 각자 어떤 모습을 하더라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시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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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상(a.k.a. Blueman)
- 글쓰기 코칭 프로그램 <꿈꾸는 만년필> 5기
- 저서 : <마음을 쓰다> (2015, 교보문고 퍼플) 종이책 / eBook
- <얼룩소>에 매주 자발적으로 글을 올리는 중
꿈과 희망을 믿고 배우며 세상을 보려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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