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시골 동물들과 놀고, 눈 내린 과수원 풍경에 감동하던 유튜브 채널이었는데 어느새 시골의 악습을 고발하는 영상으로 가득 찼습니다. 유튜버는 마을 이장과 약속하고 과수원을 임대해 농사를 지었는데 갑자기 주인이 나타나 나가라고 하고, 귀농을 도와야 할 정부 공인 '마이스터'는 온갖 불법을 종용했다고 주장합니다. 결국, 마을 사람들을 고소하기까지 했습니다. (중략) 32살,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다가 꿈을 갖고 내려온 농촌이지만 공무원에 도움을 청해도 "이걸 당하는 너희가 바보 아니냐"는 말에 절망했다고 합니다.- <"노예로 부리려는 사람들뿐"…귀농 유튜버에 무슨 일이> (JTBC, 2024.2.23.)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그를 향한 공감, 자신이 들은 경험담, 폐쇄적인 일부 농촌 사회에 느낀 분노를 댓글로 남겼다. 나 또한 웃기면서 안타까웠다. 그리고 두 달 뒤 다른 청년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설 연휴를 앞둔 2024년 2월 7일 저녁 7시께. 경북 의성경찰서에 동시 다발로 신고 전화가 들어왔다. 지역 청년들의 전화였다. 내용은 이랬다. “최서현(가명)을 찾아봐 주세요.”
최서현은 경북 의성군의 29살 귀농 청년이다. ‘#자두청년’이라는 해시태그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수십 개 게시물을 올려둔 그는 주로 자두와 복숭아 농사를 소개했다. 하지만 갑자기 ‘유서’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다.
“농촌 지역에 정착해서 살고 싶었을 뿐인데, 농촌사회 이면에 신물이 난다. 다들 고맙고 죄송합니다. 저는 여기까지가 한계입니다. 안녕히 계시길 바랍니다.”
이 글을 본 지역 청년들이 앞다퉈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최서현의 어머니는 차로 15분 거리의 가게에서 일하고 있었다. 아들 친구로부터 연락받은 어머니는 집으로 향했다. 잘 쓰지 않던 작은방에서 쓰러진 아들을 발견했다. 아들은 의식이 없었다.
최서현은 집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안동시 안동병원으로 이송됐다. 의료진은 이튿날 그의 뇌사를 판정했다. “억울해서 그런가, 아이가 눈을 못 감아요. 눈이 자꾸 떠진다고요. 간호사가 눈에 테이프를 붙여 감겨줬어요.” 최서현 어머니의 말이다. 2월 28일 의성읍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서현의 가족은 3주째 매일 중환자실에 누운 그를 보러 가고 있었다. “의사가 뇌사 판정했지만, 그래도 (최서현을) 좀 더 보고 싶어요.” - <‘자두밭 청년’ 향년 29…귀농 7년은 왜 죽음으로 끝났나> (한겨레21, 2024.4.26.)
귀농·귀촌은 도시에 살던 사람이 농촌에 정착해 사업체를 일구는 일이다. 몇 년 전부터 권장, 지원하는 지자체가 늘었는데, 농촌지원청도 <귀농귀촌 지원사업>을 마련했다.
1. 농촌에서 살아보기 사업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도시민들에게 농촌에 거주하며 일자리,생활 등을 체험하고 지역 주민과 교류하는 기회를 제공하여 성공적인 정착을 유도
2. 귀농닥터
귀농·귀촌 희망자 및 농촌거주 1년 미만(전입일 기준)인 자를 대상으로 지역의 전문가와 연계하여 멘토링을 받을 수 있는 현장밀착형 컨설팅(1:1) 서비스
3. 귀농 농업창업 및 주택구입비 사업
농협자금을 활용하여 사업대상자의 신용 및 담보대출을 저금리로 실행하고, 대출금리와 저금리와의 차이를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는 이차보전사업
- 농촌진흥청 <똑똑! 청년농부> 누리집에서 갈무리
하지만 농촌 사회에서 벌어지는 온갖 텃세와 지자체의 관리 소홀은 그들의 의지를 꺾어버린다. KBS 전주방송총국은 2016년 남원에서 벌어진 귀농 사기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귀농 실패! 깨진 청년의 꿈>(2022.12.16.)을 방송했고, KBS 대구방송총국은 앞서 언급한 의성 청년 농부의 죽음을 계기로 시작한 연속보도 <청년농부 절망보고서>(2024.4.16~22)에서 경북지역 청년 농부들의 사례를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