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호중과 황영웅 앨범 CD (본인 사진)
며칠 전 내가 일하는 가게 옆 국숫집의 주인 이모가 작은 상자 하나를 가져다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거 가수 황영웅 앨범 CD인데 손님들한테 공짜로 나눠줘.”
얼떨결에 받아 계산대 뒤쪽에 진열하니 찾아오는 손님이 그게 무슨 CD냐고 묻는다.
“이거 가수 황영웅 앨범인데 원하시면 가져가셔도 돼요.”
그렇게 나눔이 시작되었고, 트로트를 좋아하는 이모들의 도움으로 한 상자를 처리하자, 며칠 뒤 세 상자를 더 받았다. 다행히 가져가시는 손님들이 있지만, 언제 끊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사연을 자주 이용하는 오픈 채팅방에 알리자 어떤 분들이 디시인사이드의 한 글을 공유하며 이렇게 말했다.
전국투어하면서 너무 잘 살고 있음
저런 애를 스타라 치켜세워주는 팬들도 문제
- <학폭이슈로 황영웅 찾아봄> (2024.4.4.)
“ㅋㅋㅋㅋㅋ 뭔가 있었던 사람 같더라니...”
“하... 김호중도 저랬는데...트로트 팬덤이란...참..”
트로트 가수 김호중과 황영웅의 행보를 두고 사람들의 비난과 팬들의 옹호가 눈에 띈다. 김호중은 한때 불법 도박 사실이 알려지자 출연하던 여러 방송사의 프로그램에서 편집되었고, 사회복무요원으로 일한 뒤 복귀하였다. 하지만 2024년 5월, 음주 뺑소니 사고를 일으키면서 신뢰를 회복하려던 노력은 물거품이 되었고, 구속과 함께 소속사 해체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하지만 일부 팬들은 검찰과 방송사를 비난하고, 그를 옹호했다. 심지어 김천시가 그의 모교였던 김천예술고등학교와 연화지를 연계해 만든 ‘김호중 소리길’의 개명, 철거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정치인들을 간접적으로 언급하며 반대하는 성명문을 내기도 했다.
가수 황영웅도 트로트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결승 1차까지 갔지만, 학창시절 폭력 등이 사실로 드러나자 이를 인정하고 하차했다. 6개월 뒤인 2023년 9월, 자신의 팬카페에 첫 미니 앨범 발매 사실을 알렸고, 팬들이 그의 노래를 트로트 음원 차트에 올리면서 서서히 복귀를 준비 중이다.
트로트 가수 황영웅이 트로트 가수 인기차트 서비스 앱 '트롯스타'에서 2주 연속 정상에 올랐다. 17일 '트롯스타'에 따르면 황영웅은 해당 앱의 6월 2주차 주간랭킹에서 2764만438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중략) '트롯스타' 서비스는 팬들이 직접 자신이 응원하는 트로트 가수에게 투표해 순위를 결정하는 랭킹 투표다. 투표 순위와 상관없이 일정 득표 이상 달성하면 스타에게 지하철 광고 등의 특전의 제공돼 많은 팬이 참여하고 있다. - <황영웅, ‘트롯스타’ 주간랭킹서 2주 연속 1위 기록> (에너지경제신문, 2024.6.17.)
나는 김호중과 황영웅의 앨범을 선물로 받았지만, 들을 일이 없어 부모님께 갖다 드렸다. 이미 많이 생산된 두 앨범은 기부라는 이름으로 곳곳에 퍼졌다. 지금도 좋아하는 가수를 향한 팬들의 앨범 대량 구매와 기부 자랑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오르내린다.
가수 김호중 씨가 음주 뺑소니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되면서 팬들이 응원하는 가수의 앨범을 여러 장씩 산 뒤 이를 복지기관 등에 기부하는 앨범기부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김씨의 사고 이후 김씨의 팬들이 그의 선한 영향력 덕분에 100억 원에 가까운 기부를 실천했다며 두둔했으나 75억 원 상당이 기부한 앨범을 환산한 금액이라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김씨의 사례처럼 팬들의 앨범 기부는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 발매 첫 주 판매량(초동) 기록을 올리는 동시에 팬 사인회 등 행사 참석 확률을 높이거나 앨범 속 다양한 포토카드를 모으기 위한 목적으로 앨범을 다량 구매한 뒤 이를 다른 기관에 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앨범 사재기를 ‘기부’라는 이름의 선한 행동으로 포장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김호중 음반 버릴 수도 없고”…도마 위에 오른 ‘앨범 기부’> (서울신문, 2024.6.8.)
김호중과 황영웅, 아무리 노래 실력이 선배 음악가와 대중의 인정을 받았더라도, 잘못을 저질렀다면 빨리 인정하고 마땅한 벌을 받아야 했다. 진심 어린 사과와 오랜 자숙을 하며 대중의 반응을 기다려야 했다. 그저 커다란 잘못과 이후 행보가 뛰어난 재능을 덮어버려, 팬들이 기껏 구매하고 기부했던 앨범들을 공짜로 만들어버린 게 안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