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바라보기>
대구에 사는 내가 대전을 좋아하는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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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이 찾아왔습니다.
비가 많이 와서 어떡하나 싶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이 무더위가 심해져 에어컨없이 못 사는 삶이 되었습니다.
여름방학, 휴가를 보내는 분이 많으실텐데 다들 어디로 가시나요?
저는 정기적으로 쉬는 날 외에 휴가를 가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대신 쉬는 날에 되도록 많은 곳을 가려 애쓰죠.
이번 8월은 제가 갔다온 곳을 쓴 글을 올리려 합니다. 평소 남의 생각에 제 이야기를 덧붙이다보니 내 글이 맞나 싶었는데, 요번에 쓰면서 내 생각이 많아져야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부족하지만 한번 읽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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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부터 지금까지 대전에 가면서 SNS에 남겼던 글에 살을 붙여 만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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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찍은 대전 사진 중 마음에 드는 6가지
나에게 대전은 좋은 추억이 가득한 도시다. 초등학생 때 화폐박물관, 대전현충원 등을 가면서 인연이 시작되었는데 첫 인상이 뭔가 설렜다. 분명 같은 광역시이고 대도시인데 내가 살던 대구보다 한적해 보이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인연은 계속 이어졌다. 한때 친척집이 있어 놀러갔었고, 가족 여행과 학교 여행을 갈 때 몇 번 거쳐갔었다. 심지어 우리 집안 시조와 조상이 묻힌 곳이 대전현충원이었다. 지역 라디오 방송도 들어봤는데 편안한 진행과 몇몇 업체의 특이한 라디오 CM송도 인상적이었다. 대표적으로 김흥국이 나왔던 대리운전 업체 CM송인데 지금도 온라인에서 찾을 수 있다.
좋은 추억을 뒤로 한 채 일하며 돈을 버는 30대가 되었는데 카카오M에서 만든 마스코트들의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 '내 꿈은 라이언'에 1993년 엑스포 마스코트였던 꿈돌이가 등장했다. 처음에 나왔을 때 여러 마스코트에 눈이 가서 몰랐지만, 또래 누리꾼은 그를 큰 매력 포인트로 받아들였다. 우승과 함께 이어진 유튜브 활동으로 서서히 그에게 마음이 가기 시작하면서 어릴 적 대전의 추억과 연결되었고, 쉬는 날에 바깥으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취미도 가지면서 1년에 몇 차례나 꿈돌이를 찾는다는 이유로 관광명소, 핫플레이스 등을 찾아다녔다.
사람들의 친절함과 차분한 말투, 편안한 도시 분위기에 푹 빠지면서, 한때 여기로 삶의 터전을 옮길까 고민했었다. 목소리 크고, 감정이 격하고, 빨리 움직여야 하는 환경에 사는 나에게 여긴 살기 편한 도시였다.
몇 년 전부터 이 도시에 ‘노잼 도시’라는 키워드가 생겼다. 어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나왔는데 보고 즐길 거리가 적어, 유일하게 알려진 빵집의 빵을 사주고 보낸다는 우스개소리다. 하지만 깊게 파고들면 그것과 전혀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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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역 동광장 쪽 사진과 서광장 앞 풍경
1. 대전역
♫대전발 0시 50분~
그 유명한 노래 한 구절이 떠오르는 대전역에 도착했다. 여러 지역으로 가는 열차가 모여 사람과 물자가 만나는 곳이다. 누군가 여기를 노잼 도시라 말할 때, 나는 외지인에게 흥미를 느끼게 해주는 도시라고 생각했다. 때마침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 도시가 나오거나 언급된 적이 많았다. 특히 D.P 시즌 2에서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할 단서를 가진 이와 만나러 KTX를 타고 가다, 그를 잡으러 온 사람들을 뚫고 지나가는 장면들이 인상적이었다. 이 도시가 배경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단서로 언급되니 흥미로웠다. 전쟁 당시 대통령이 서울을 사수하겠다며 도망친 곳, 서울과 함께 많은 호국영령이 잠든 곳… 대전은 우리 역사의 한구석을 품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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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곳곳에 붙은 꿈돌이
2. 홍보에 진심인 대전
대전은 홍보에 진심이다. 중앙로의 대전 트래블라운지, 도룡동의 대전신세계 7층 대전 홍보관에 이어 2024년 7월부터 대전역에 ‘꿈돌이와 대전여행’이라는 관광안내소가, 역 건물 근처에 ‘꿈돌이 하우스’가 들어섰다. 대전 관광 안내와 간단한 전시를 하고 있으며 심지어 소제동 카페 골목엔 ‘여기 소제’라는 카페 겸 소품샵이 있는데 공통점은 하나같이 마스코트 꿈돌이를 내세운 대전 굿즈를 판매한다.
역사를 알고 싶으면 구 충남도청사인 대전근현대사전시관과 유성구의 대전시립박물관을 추천한다. 앞의 건물은 오래되었지만 아름다워 영화나 드라마에 자주 나왔고, 근현대사 한정으로 대전의 성장기를 잘 보여주었다. 곧 국립현대미술관의 분관으로 바뀐다는데 그 전시관은 어딘가에서 계속 운영했으면 좋겠다. 대전시립박물관은 대전의 전체 역사를 보여주고 있으며, 기획 전시도 알찬 편이다. 무엇보다 배를 연상시키는 건물과 진잠천을 낀 풍경이 아름다워 낮에 사진찍기 그만이다.
이렇게 홍보과 관광 안내에 진심이라는데 언제까지 이어질지 기대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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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충남도지사 관사촌 테미오래
3. 볼거리, 개성이 넘치는 곳
주변 거리를 걷다 보면 대동천을 마주 보는 소제동 카페 골목, 은행동 으능정이 거리와 중앙로, 중앙시장과 역전시장, 한의약 특화거리, 목척교 등을 볼 수 있다. 차를 탈 때 지나가는 거리와 골목인데 걸으니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옛 충남도지사 관사촌인 테미오래는 단순히 집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집마다 다양한 주제와 기간 전시가 있어 계속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집 구조도 상세하게 설명하여 여러 분야의 사람이 연구해볼 거리를 준다.
한밭수목원과 대전예술의전당은 눈과 귀가 즐거운 곳이다. 둘러보며 사진찍기 좋고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들으니 마음이 푸근해진다. 수목원에서 엑스포다리로 가는 길에 있는 대왕 꿈돌이 풍선을 보았는가? 사진찍기 아주 그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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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캠퍼스 안 풍경과 오리연못
4. 카이스트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은 내가 어릴 적에 봤던 같은 이름의 드라마와 실제 해킹 전쟁을 모티브로 한 소설 ‘사과전쟁’으로 알게 되었다. 1996년 포항공대(포스텍)와 해킹 대결을 벌였다는데 이를 계기로 두 대학의 교류전이 활발해졌다. 지금은 마스코트 넙죽이와 캠퍼스의 오리 연못이 유명하다. 연못을 돌아다니는 오리와 주변을 맴도는 거위까지…보고 나면 시간이 참 잘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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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스 파크와 월드컵경기장 사진, 월드컵 경기장 담벼락에 2002년 월드컵 성공을 기원하는 그림이 그려져있다.
5. 이글스 파크와 월드컵경기장
대전을 대표하는 스포츠팀은 프로야구의 한화 이글스, K리그의 대전 하나 시티즌, 프로배구의 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가 있다. 그 중 한화 이글스의 이글스 파크, 대전 하나 시티즌의 대전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당연히 문이 닫혀 겉부분만 보고 왔는데 보문산을 뒤로한 이글스 파크는 오래된 벽마다 선수들을 응원하는 낙서로 가득했다. 대전시민, 이글스 팬들의 사랑이 가득한 덕분이랄까? 그 사랑은 뒤에 짓고 있는 베이스볼 파크에서 이어질 것이다.
대전 월드컵 경기장은 노은동 농수산물 도매시장과 붙어있는데 1층에 차량 관리소, 스포츠 센터 등으로 어떻게든 시설을 운영하려는 노력이 눈물겨웠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지어서인지 출입구 주변으로 당시 시민의 소원이 담긴 그림과 글로 가득했다. 특히 초등학생, 중학생 그림이 많았는데 지금쯤 나와 같은 30대가 되었을 거라 본다.
내부에 월드컵과 대전 하나 시티즌을 홍보, 전시하는 공간이 있었지만, 내용이 적어 상당히 아쉬웠다. 요즘 대구FC와 더불어 팀이 리그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데 같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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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당에서 빵을 고르는 꿈돌이(성심당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서)
6. 대전의 상징, 성심당
성심당에서 빵을 고르는 꿈돌이 사진, 대전의 상징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성심당은 1956년 대전역에서 출발해 지금의 은행동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90년대 원도심의 몰락, 프랜차이즈 빵집의 등장, 화재 등으로 여러 위기를 맞았지만, 직원들과 함께 헤쳐나간 덕분에 대전의 상징을 넘어 비수도권 빵집의 희망이 되었다.
성심당의 창업자였던 임길순과 아들이자 현 대표이사인 임영진은 가톨릭 신자, 따라서 가게 이름부터 경영정신까지 가톨릭 정신이 담겨있다. 영업이 끝나고 남은 빵을 복지시설에 기부하며, 그 정신을 로마 교황에게 인정받아 기사 작위까지 받았다.
“성심당 창업자 내외와 지금 운영하시는 분들이 가졌던 마음을 이어받겠습니다.” - 성심당 문화원에서 열렸던 전시회에서 남긴 소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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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신세계에서 바라본 석양
7. 아름다운 석양
해가 지는 노을을 보고 싶다면 한빛탑과 대전신세계 옥상의 정원을 추천한다. 맞은편 한밭수목원, 엑스포 다리, 그 사이를 흐르는 갑천까지 주변 풍경이 아름다워 많은 사진을 찍은 기억이 난다.
이렇게 다양한 곳을 갔지만, 이 글에 다 쓸 수 없는 게 아쉬울 뿐이다. 아름다운 매력이 많은데 부족한 홍보로 ‘노잼도시’라는 말을 듣는 것도 참 아쉽다. 들를수록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고, 몰랐던 점을 알아가는 재미가 가득한데 말이다. 다만 밤의 볼거리가 적어 주로 당일치기로 다녀간다는 점이 아쉽다.
다행히 그런 점을 알고 있어 꾸준히 개선하고, 즐길 거리를 늘리려는 노력은 칭찬하고 싶다. 으능정이 거리의 스카이로드는 밤에 펼쳐지는 스크린 덕에 하늘이 밝아져 낮이 다시 왔나 의심할 정도다. 목척교, 중앙시장과 으능정이를 잇는 커플브릿지와 중교에 있는 달빛 조형물은 밤에 화려한 조명을 선사해 멋진 야경을 선사한다.
사람들도 편안해 보인다. 경상도에 사는 나에게 대화가 푸근하게 느껴지고, 목소리가 커지는 일은 잘 없었다. 친절함도 만만치 않다. 작년에 대구로 돌아가는 기차를 타기 전 지갑을 두고 왔는데 역 직원분이 발견하고 연락해주셔서 다음날 동대구역에서 편하게 돌려받은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다음에 발견할 매력은 무엇일까? 다녀갈 때마다 새롭고 편안한 대전, 나의 추억은 진행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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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상(a.k.a. Blueman)
- 글쓰기 코칭 프로그램 <꿈꾸는 만년필> 5기
- 저서 : <마음을 쓰다> (2015, 교보문고 퍼플) 종이책 / eBook
- <얼룩소>에 매주 자발적으로 글을 올리는 중
꿈과 희망을 믿고 배우며 세상을 보려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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