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남겼던 글에 자료 등을 붙여 만들었습니다. |
|
|
전주고속터미널에서 나오자마자 보이는 전북광역자활센터와 롯데백화점 전주점
대구경북에서 나고 자란 나는 전주에 가본 적이 없다. 딱 두 번 지나가봤는데 주로 옆동네인 완주군에 갈 때였다. 부모님과 여행 기회가 있었을 때도 전주는 전통가옥이 많지만 그닥 볼 게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전주는 K리그 팀, 국제 영화제와 한옥마을 등 다양하게 즐길거리가 많다는데 왜 그럴까?
전주는 전북특별자치도의 중심도시다. 어느 대도시와 경쟁할 수 있는 경제력이 있고, 조선을 세운 왕가의 도시답게 문화유산도 많다. 반나절 맛보기로 다 알아볼 수 없지만, 어느 정도 좋은지 가보고 싶었다. |
|
|
헌혈의집 전북대한옥센터 건물, 다양한 할인혜택과 연예인들의 사인이 곳곳에 있다.
헌혈의집 전북대한옥센터
대구에 스타벅스 종로고택점이 있다면, 전주에 전북대 헌혈의집 한옥센터가 있다. 건물이 아늑하고, 일하는 분들도 친절하셔서 전주에 오면 꼭 헌혈이 아니더라도 둘러보라 권하고 싶다. 거기서 70번째 헌혈을 마치고 나니 연계된 가게 3곳을 안내해주었는데 500~2000원 정도 할인해준다. |
|
|
전주월드컵경기장과 각종 전시공간
전주월드컵경기장 (일명 전주성) 그리고 전북현대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지만, 전주성 하늘 위 구름은 나를 반겼다. 철조망이 가로막아 바로 둘러갈 수 없지만, 포기하지 않고 둘러보는데 성공했다.
이곳은 K리그1 전북현대모터스 FC의 홈구장이자 2002 한일월드컵이 열렸던 경기장이다. 바로 밑에 있는 사우나, 시설공단, 급식지원센터, 전주시 체육회 등은 여전히 돌아간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한때 명문구단으로 모두의 부러움을 샀던 전북현대는 이동국, 조규성 등 걸출한 선수를 선보여 여전한 실력을 과시했다. 심판 매수라는 흑역사로 매북이란 오명을 썼지만, 전북특별자치도를 대표하는 구단이란 점은 여전하다.
부산지검 외사부(부장검사 김도형)는 프로축구단 전북 현대 관계자로부터 경기 때 유리한 판정을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K리그 소속 심판 A(41)씨와 B(36)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검찰은 또 이들에게 수백만원의 뒷돈을 건넨 혐의로 전북 현대 스카우터 C씨도 불구속 기소했다. - <프로축구단 전북 현대도 심판 매수 '경기당 100만원'> (연합뉴스, 2016.5.23.)
2024년 8월 중순 기준으로 K리그1 최하위, 곧 강등위기지만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다시 전북현대에 볕들날이 올 것인가? 오늘도 전주성은 그들과 팬들의 목소리가 살아숨쉬고 있다. |
|
|
풍년제과 본점 1~3층 계단에 위치한 안중근 장군 기념관
풍년제과 본점의 안중근 장군 기념관
안중근 (세례명 : 토마스, 우리가 아는 도마는 그 이름의 옛 우리말 표기다.) 의사(의로운 일을 한 사람) 혹은 장군은 대한제국 말기 일본군의 침략을 막기 위해 의병활동과 무장투쟁을 펼쳤고, 중국 하얼빈역에서 국권 침탈에 앞장섰던 이토 히로부미 일본 총리 겸 조선 통감을 총으로 쏴 죽였다. 그는 당시 제국주의를 앞세운 유럽, 미국에 맞서 한국, 중국, 일본이 연합해야 한다는 동양평화론을 뤼순 감옥에서 쓰다 사형집행으로 생을 마감하였다.
풍년제과 강동오 대표는 그의 정신을 기려 전주시 한국은행 근처에 안중근 장군 기념관을 세웠고, 2022년 8월에 본점 자리로 옮겼다. 3층으로 가는 계단 주변에 그의 유필과 흔적, 시민들이 재현한 필적과 그를 기리는 작품이 전시중이다.
“한옥마을을 찾는 젊은이들이 이곳에 들러 국가관을 다시 가슴에 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전북 전주 한옥마을 주변에서 ‘안중근 장군 전주기념관’을 운영하는 강동오(57) 기념관 대표의 바람이다. 풍년제과 대표이사인 그는 기념관 옆에서 풍년제과 본점을 운영한다.
(중략)
그는 2008년 사업차 중국에 갔다가 우연히 안 의사가 투옥된 뤼순감옥을 들렀다. 박물관 형태로 잘 보존된 그곳에서 안 의사의 정신을 되새겼다. 이후 안중근평화재단 청년아카데미 이진학 이사장을 조우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2018년에 전주시 진북동에 안중근 장군 전주기념관을 개관했다. 지난해 8월에는 지금의 장소로 확장 이전했다. 동상 제작 등 사비 약 5억원이 들었는데, 안중근 정신 계승을 위해 기부금으로 내놓는 것보다 이 방법을 택했다고 한다. - <사재 털어 ‘안중근 전주 기념관’ 연 강동오 대표> (한겨례, 2023.3.23.)
내가 이 곳을 찾은 날은 8월 19일, 나라를 되찾은 광복절(8월 15일)에서 4일 지났고, 나라를 빼았겼던 경술국치일(8월 29일)을 10일 앞두고 있다. 대학진학이라는 목표아래 일본제국 식민지 시절의 역사와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을 가르치거나 배우는데 소홀한 사이, 현 정권들어 그 시절이 좋았다는 사람들이 힘을 얻어 일관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온 독립의 역사를 지키지 못하면, 언젠가 우리나라는 그들의 생각에 잠길지 모른다.
안중근의 말과 업적을 지키려는 강동오 풍년제과 대표처럼 많은 이가 자신의 능력과 생각을 발휘해 우리의 역사를 지켜냈음 한다. |
|
|
전주시 완산구 팔달로에 위치한 풍년제과(1,2)와 PNB풍년제과(3,4)
풍년제과와 PNB 풍년제과
우리가 알고 있는 풍년제과는 두 가게로 나뉜다. 1951년부터 중앙동에서 3대째 운영중인 PNB와 1969년에 설립한 가게를 인수한 강동오 대표가 상표권을 구입해 운영하는 풍년제과다. 상표권 분쟁이 있었고, 지금도 거리를 두고 마주보며 전주시민과 관광객을 맞이한다.
두 가게가 만든 수제 초코파이의 맛이 어떤지 몰라 일단 사봤지만, 풍년제과의 맛이 더 달다는 나무위키 이용자의 말을 들었다. 어느 가게의 맛이 더 좋은지 뭐가 중요하냐? 개성 가득하고 전통있는 가게의 제품을 즐겼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
|
|
전주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삼양다방
한옥마을~풍남문 광장~남부시장
전주의 대표 관광코스답게 많은 사람이 드나들지만, 평온한 분위기가 넘치는 곳이다. 경기전, 전동성당, 풍남문 광장, 남문시장은 전주에 오면 다들 가보라 추천하는 코스다. 혼자가면 저절로 힐링과 체력단련이 되고, 같이가면 서로의 정이 싹트고, 여럿가면 한 몸이 된다. 그래서 추천해주는걸까?
두 풍년제과에서 선물을 사고 삼양다방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하며 글을 썼다. 1952년부터 있었던 곳인데, 인테리어를 새로 정리했지만 시민들의 사랑방이라는 점은 여전했다. 다방 곳곳에 있는 오래된 소품과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두 대의 TV와 신문들은 여기서 한잔하며 세상 소식과 정보를 서로 나누라 말한다. 여기 드나들었을 지역 예술인, 민주화를 열망하는 사람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생각난다. |
|
|
한옥마을 거리, 팝업스토어, 전동성당, 경기전
월요일이었지만 한옥마을은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어느 팝업스토어는 오전부터 기다리는 입장객 줄이 길었다고 한다. 들어갈까 생각했지만 오래 기다릴 자신이 없어 서둘러 경기전에 들러 몸과 마음을 쉬어갔다. 바로 건너편에 있는 여행자라운지에 짐을 맡기는 건 필수다. |
|
|
풍남문 광장
풍남문 광장에 있는 뉴라이트 규탄 현수막, 소녀상,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분향소는 전주시민에게 상징 같은 존재다. 한때 분향소를 없애려는 시도가 있어 시민들의 마음은 더 애탔을지 모른다. 만남의 장소, 대표 관광지를 넘어 하나의 랜드마크라는 생각이 든다.
남부시장은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들렀는데, 오후 5~6시 사이라 문닫으려는 가게가 많았다. 곧 버스를 타야할 시간이라 다 둘러보지 못했지만, 다양한 가게와 맛집은 여기가 인기있는 전통시장임을 보여주었다. |
|
|
저녁 7시쯤 전주고속버스터미널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약속한 시간에 돌아간다. 역시 전주시를 하루만에 즐기기 어려웠다. 오죽하면 나무위키 이용자들이 1박 2일을 추천했을까?
서울이나 광역시가 아니라고 만만하게 생각하고 당일치기 관광을 시도하면 고작해야 풍남문과 경기전 인근 한옥마을 정도만 둘러보고 사람만 많고 특색 없이 비싸기만 하다며 불평하기 쉽다. 게다가 긴 역사로 인해 난개발과 재개발이 주기적으로 이루어져 교통체계에 혼잡이 많다. 따라서 적어도 하루 이상 숙박을 포함해서 도보 관람과 먹을거리 등을 풍부하게 즐기는 것이 좋다. - 나무위키 ‘전주시/관광’ 항목에서
그나마 알아낸 건 흔히 느끼는 사투리가 적고, 오히려 친절하다는 점이다. 두 곳간 이동거리가 길어 동선 체크가 필요하다는 점도 있다. 그리고 한옥마을 주변에 볼거리가 많다는 점도 다음 여행에서 참고할만하다.
다음에 올 때 어떤 계획과 마음을 준비할까? 전주가 전해준 하나의 과제다.
그래도 편안하고 넉넉한 마음을 안고 가서 기쁘다. 마음 한구석에 저장!
|
|
|
이응상(a.k.a. Blueman)
- 글쓰기 코칭 프로그램 <꿈꾸는 만년필> 5기
- 저서 : <마음을 쓰다> (2015, 교보문고 퍼플) 종이책 / eBook
- <얼룩소>에 매주 자발적으로 글을 올리는 중
꿈과 희망을 믿고 배우며 세상을 보려는 사람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