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옷을 입은 서포터즈 RED와 홍염(사진 출처 : 리브레위키)
축구도시 안양의 역사는 1983년 창단, 1996년 정부의 정책으로 정착한 LG 치타스부터 시작한다. 2000년에 열린 <새천년 프로축구 삼성디지털 K-리그> 챔피언 결정전에서 부천 SK를 꺾고 우승해, 1985년과 1990년에 이어 세 번째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1997년 4월 결성한 안양 레드 치타스(현 A.S.U RED)는 당시 적은 인원이었지만, 응원 걸개와 응원가를 직접 만들어 독창적인 팬덤을 꾸려나갔다. 특히 지금은 경기장 내 반입, 사용이 금지된 홍염(조난용 연막탄)을 최초로 시도한 점은 이들의 자랑거리였다.
“묘사가 아편 같은 느낌이죠. 경기장 가면 일단 홍염부터 세팅을 하거든요. 탁 떼서 따는데 화약 냄새가 나면서 연기가 나와요. 그러면 아편처럼 몽롱해지기 시작하면서, 술도 먹었겠다, 또 신나거든요.” - 박재우 부산 아이파크 서포터즈 POP
“홍염이 진짜 아무 때나 까진 않거든요. 보통 우리가 이기고 있거나, 약간 ‘축배를 들어라’같은 BGM이 깔리는 느낌, ‘우리 오늘 정말 개 멋있음’, 이런 때만 깐단 말이에요. 이미지가 불꽃이 확 올라오잖아요. 시뻘건게 탁 하는데 약간 은은하게, 내가 지금 한번 더 도는 느낌? 이걸 하고 서포팅, 펌핑을 하고 있다가 ‘칙’ 소리도 나요. 냄새도 냄샌데 소리가 날 때 약간 한번 더 돈다…” - 김새한 전북현대모터스 서포터즈 M.G.B
“그렇죠, 사람이 언제 뭔가 아… 여기가 지옥인가 천국인가 하는 그런…” - 이민재 수원삼성 서포터즈 프렌테 트리콜로
하지만 LG 치타스와 안양시민의 인연은 2004년에 끝이 났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이 끝난 뒤 지속적인 경기장 사용을 원했던 서울시는 각 대기업에 유치 희망을 묻는 공문을 보냈는데, 예전부터 서울 재입성을 원했던 LG 치타스가 선정되었고, LG그룹에서 분할된 GS그룹이 그 구단을 가져가면서 ‘FC 서울’로 다시 태어났다. 졸지에 응원하던 프로축구단을 잃은 안양 시민들은 오랜 세월을 방황했다. 연고 이전 소식을 먼저 술자리에서 들은 서포터즈는 그 아픔이 더 컸을 것이다.
"마지막 홈 경기를 끝내고 운동장 밖에서 막걸리 잔치를 했어요. 막걸리 퍼드리고 내년에 잘 해보자 이야기했기 때문에 전혀 몰랐죠. 연맹 사무국장이 기자들과 술 먹다가 자기도 모르게 막 나와버린 거에요."- 최지은 A.S.U RED
서포터 중 일부는 2004년 4월 3일, FC 서울과 부산 아이콘스(현 부산 아이파크)의 개막전에서 연고 이전에 반대하는 걸개를 펼치며 그라운드를 질주하다 경호원에게 붙들리기도 했다. 이 일에 참가했던 최윤용, 유재윤, 김준성은 영화 속 인터뷰에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심정을 표현했다.
"우리가 뭘 한들 그 팀이 연고 이전한 것을 되돌릴 수도 없을 거고, 계란으로 바위를 깰 수는 없지만, 더럽힐 수는 있을 거다." - 최윤용 A.S.U RED
"걸개를 들고 뛴 윤용이가 본진이라면, 방해조가 눈길을 끌었어요. 물건들을 투척하기 시작했습니다, 경기장 안으로. 혼란을 줘서 유도탄이라고 할까? 걸개를 펼치는 것까지 성공했는데, 유도탄의 역할을 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이 잡혀가지고…" - 유재윤 A.S.U RED
"(그 사건으로 속이 후련하냐는 제작진의 말에) 저는 개인적으로 더 곪았어요. 그냥 더 생각을 안하고 싶을 정도로 그런 게 있었어요. 무용담으로 어디 가서 하기도 그렇고… (곪았다는 의미를 묻는 제작진의 말에) 그냥 힘들었어요, 되게." - 김준성 A.S.U RED
2012년 K리그의 2부 리그 및 승강제 도입으로 창단 장벽이 낮아지면서, 안양 시민 사이에서 시민구단을 바라는 여론도 높아졌다. F.C.안양 창단 후원회로 활동을 이어가던 RED가 이를 주도했는데, K리그 경기 때마다 창단하라는 걸개를 내걸었으며, 이에 공감하는 다른 팀 서포터즈도 릴레이로 받아 걸어, 그들의 의지를 전국에 알렸다. 때마침 축구 매니아였던 최대호가 2010년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로 안양시장이 되면서 구체적인 계획이 이뤄졌다.
2012년 7월, 시민 축구단 창단 및 지원을 담은 첫 조례안 표결은 쉽지 않았다. 당시 시의회는 찬반이 반으로 나뉜 상황이었다.
최대호 안양시장이 핵심 공약사업으로 추진하던 안양FC 창단 사업이 결국 시의회의 반대로 부결됐다. (중략) 시의회는 이날 본회의 추경예산 의결에 앞서 시의회 민주통합당 소속 10명의 의원들이 발의한 안양FC창단 준비금 3억 원을 살리자는 추경 재수정안을 놓고 표결에 들어갔다. 표결에서 안양FC 창단 준비금 승인은 찬성 11명(민주통합당 전원, 무소속 박현배 의장), 반대 11명(새누리당9 전원, 무소속 권주홍 의원, 통합진보 손정욱 의원) 동수를 기록하며 결국 부결됐다. - <안양FC창단 부결… 고개 숙인 최대호 시장> (경기브레이크뉴스, 2012.7.27.)
하지만 시민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시의회 앞에서 단식투쟁을 하고, 시의원들을 만나 설득하는 노력을 이어갔다. 3개월 뒤 시의회가 21명 중 찬성 12명, 반대 9명으로 다시 조례안을 가결시키면서, 2013년 2월 2일, 정식으로 창단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