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 정리를 위해 할인 행사를 시작한 집 근처 문방구 (본인 촬영)
"점포 정리 할인 행사"
우리집 근처 문방구에 붙은 글귀다. 초등학교, 고등학교가 바로 보이지만, 들르는 사람이 많지 않아 문을 닫기 전 쌓인 물건을 싸게 팔려는 모양이다. 그 옆에 있던 다른 문방구는 2년 전 24시간 편의점에 자리를 내주고 조그만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학생들의 수업 준비물을 팔던 학교 앞 문구점이 사라지고 있다.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만620개였던 문구소매점 수는 올해 8000여 개로 줄었다. 매년 500개 안팎의 문구점이 폐업한다고 한다. 그나마 문구점을 찾는 이들은 학생이 아닌 옛 문구류를 찾는 성인이나, 외국인 관광객 등이다. - <사라져가는 문방구… 어린이 대신 '어른이' 놀이터> (조선일보, 2023.11.10.)
몇 년 전부터 학교 주변에 자리하던 문방구가 점점 사라진다는 소식을 여러 언론이 전한다. 사람들은 싸고 질 좋은 문구를 사려고 번화가의 대형 서점 안 문구 판매대, 생활용품 판매점, 동네 편의점을 찾거나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한다. 물건을 사고파는 모습의 변화로 가볍게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저출생으로 인한 학령인구(6~21세, 초등학교~대학교 재학) 감소도 큰 역할을 한다. 통계청이 2022년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른 인구상황판에 따르면 1980년에 3,642,769명까지 크게 오르다 점점 내려가 2023년에 1,972,335명으로 나왔다.
하지만 언론과 동네 문방구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정부의 정책이 큰 원인이라 말한다. 교육부가 2011년부터 시행하는 <학습준비물 지원 제도>는 학습준비물 준비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경감하고(줄이고) 효과적인 학습활동을 도모하기 위하여 학습준비물 구입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각 지역 교육청에서 초등학생 기준 1인당 3~4만 원을 지원하면, 조달청의 나라장터와 한국교직원공제회의 학교장터를 통해 업체들이 입찰경쟁을 벌이고, 학교가 최저가를 선택해 구입한다. 이 과정에서 문구 소매업이 아닌 업체들이 참여해 지원금을 적절하게 쓰지 못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건설업 등 문구업종 외 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한다"며 "이후 사업권을 따낸 이들이 일정 수수료를 받아 영세 문구점들에 하도급을 주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입찰 수량이 대량이다보니 보유 여건이 안 되는 일반 문구점들은 아예 입찰에 참여도 못 하는 경우가 많다"고 부연했다. - <"망하는 문구업계 살리려면 '학습준비물 지원제도' 손질해야"> (아주경제, 2023.6.20.)
학습 준비물을 사는 학생보다 어른이 더 드나드는 동네 문방구, 남아있는 가게를 지키려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고, 일부 준비물을 지원 제도에서 빼는 등 다양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2023년 10월에 동반성장위원회 주도로 생활용품 판매점과 대형 할인점에서 학용 문구 12종 묶음판매만 허용하고, 새 학기 할인행사를 금지하는 문구소매업 상생협약이 체결되었다. 하지만 대기업의 협약 이행까지 5개월의 유예기간이 있던 탓에 계속되는 동네 문방구 폐업을 막지 못했다. 거기다 대형 할인점은 여전히 일부 문구를 낱개로 팔고 있다.
그나마 동네 문방구를 살리려는 노력은 지자체와 민간 가리지 않고 이어지는 중이다. 부산광역시의회는 2024년 6월, 배영숙 의원(부산진구4, 국민의힘)이 발의한 <부산광역시교육청 학습준비물 지원 조례안>을 가결해, 7월 3일 시행했다.
여기에 학교 인근 문구점 이용 활성화를 위한 사항이 들어가 있다.
제7조(학교 인근 문구점 이용 활성화)
① 교육감은 제5조제4호의 학교 인근 문구점 이용 활성화 방안에 다음 각 호의 사항을 포함하여야 한다.
1. 학교 인근 문구점 범위
2. 학교 인근 문구점 구매 권장 비율
3. 학교 인근 문구점 구매 권장 물품 및 범위
4. 그 밖에 학교 인근 문구점 이용 활성화를 위하여 교육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
② 학교의 장은 학습준비물 구입 시 학교 인근 문구점을 이용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 <부산광역시교육청 학습준비물 지원 조례> (출처 : 법률우주 U-LEX)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