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바라보기>
비상계엄부터 1차 탄핵 시도까지… 숨 가빴던 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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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추운 12월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올해 마지막 달이 찾아왔데 첫 주부터 춥습니다. 바깥 공기도 차갑고, 들려오는 소식도 차갑게 느껴집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공기도 마음도 따뜻해지겠지요?
사실 곧 언급할 사건때문에 모든 계획이 뒤로 미뤄졌습니다. 답답한 시국에 평소처럼 글을 보내면 안되겠지요? 9일 새벽에 퇴근하고 밤을 새서 쓴 글을 보내드립니다. 간만에 한 마디를 남기게 해준 대통령님께 감사드립니다. 하루속히 물러나시길 기원합니다.
* 지난 달에 똑같은 내용의 글을 두 번 올려서 죄송합니다. 글을 보내고 나니 메일 제목을 고치는 걸 깜빡해서 다시 보냈습니다. 덕분에 스티비에서 무료로 한 달에 글 두 번 보낼 수 있는 기회를 날려먹었습니다. 놀라셨을 분들께 다시한번 사과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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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KBS, 2024.12.3.)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저는 이 비상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유 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는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만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습니다. 이는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국가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며,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입니다. - 비상계엄 선포 담화문에서
2024년 12월 3일 밤 10시쯤, 내가 일하는 치킨집에서 TV를 보는데 갑자기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뉴스 속보 자막이 나오자 다들 깜짝 놀랐다. 손님들은 뉴스 채널로 돌리라 요구했고, 거기서 나온 소식은 담화문 내용을 하나씩 정리, 분석했다. 잠시 뒤 나온 계엄사령부 포고령은 2020년대 대한민국이 맞느냐 싶을 정도로 무시무시했다.
-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
-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을 기도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하고,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
-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행위를 금한다.
-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
- 반국가세력 등 체제전복세력을 제외한 선량한 일반 국민들은 일상생활에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
노사협상 결렬 후 준법투쟁을 준비했던 서울 지하철 노동조합은 곧바로 중단했고, 네이버 카페는 접속자가 몰려 접속이 어려워졌다. SNS의 타임라인은 국회를 향했고, CCTV 속 화면은 몰려든 사람과 막으려는 경찰로 가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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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서울시 교통정보 시스템(TOPIS) CCTV에 잡힌 국회 정문 앞(본인 갈무리)
퇴근 후 틀어놓은 뉴스특보는 비상계엄 소식을 듣고 해제하려 의사당으로 향하는 국회의원들, 이들을 저지하거나 구속하려는 경찰과 공수부대, 이들에게 항의하는 시민들을 실시간으로 담았다. 새벽 1시쯤,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되었지만, 국무회의로 전달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 사이 국회 정문에 있던 시민들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윤석열 대통령, 이를 주도한 김용현 당시 국방부장관 등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한밤중에 불안함과 지루함이 겹친 탓에 잠을 제대로 못 잤다.
하룻밤을 설치게 했던 비상계엄은 3시간 뒤 해제되었지만, 후폭풍은 강해졌다. 대통령, 국방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다녔던 충암고등학교는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이사장도 이들을 ‘부끄러운 졸업생’이라 밝혔다. 국내 증시는 하락했고, 환율도 올랐으며, 각 나라에서 여행 주의보를 발령할 정도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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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이센스의 인스타그램 스토리 갈무리 화면(출처는 이를 퍼나른 사람의 SNS 계정)
계엄사령부 포고령에 나온 ‘처단’이라는 단어에 불쾌하다는 사람이 많아졌다. 특히 정부와 갈등 상황을 이어가던 의료계는 이탈자에게 48시간 내로 복귀하라는 명령이 같이 들어가면서 이런 반응을 드러냈다.
내가 사는 대구경북도 현 정부 지지철회와 비상계엄이 잘못되었다는 반응을 드러냈다. 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서울 강남 3구와 더불어 지지율이 높은 곳이지만, 경기 악화와 명태균의 공천 개입 논란 등이 불거지며 돌아선 상황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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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가면 데모해야 하나?"‥대구 민심도 돌아섰다> (대구MBC, 2024.12.4.)
12월 4일, 민주당,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대통령의 이번 비상계엄 자체가 헌법에 어긋나는 부분이 많고, 국회의원을 체포할 목적으로 군인을 국회에 들이는 등 내란 혐의가 있다는 이유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4. 12. 3. 22:28경 헌법이 요구하는 그 어떠한 계엄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여 원천 무효인 비상계엄을 발령함으로써, 국민주권주의(헌법 제1조), 권력분립의 원칙, 군인 등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헌법 제5조 제2항, 제7조 제2항), 정당제와 정당 활동의 자유(헌법 제8조), 거주·이전의 자유(헌법 제14조), 직업선택의 자유(헌법 제15조), 언론·출판과 집회·결사 등 표현의 자유(헌법 제21조), 근로자의 단체행동권(헌법 제33조), 대의민주주의(헌법 제41조), 불체포특권(헌법 제44조), 국회의원의 표결권(헌법 제49조), 대통령의 헌법수호책무(헌법 제66조)와 대통령직의 성실한 수행의무(헌법 제69조, 국가공무원법 제56조), 조국의 독립과 영토의 수호 및 국가의 계속성을 법률에 의한 국군 통수의무(헌법 제74조), 헌법상 계엄의 요건과 절차 및 계엄해제 절차(헌법 제77조), 국무위원들의 국무회의 심의권(헌법 제89조 제5호)을 침해하거나 위반하는 등 헌법을 위반하였다. -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전문 중에서(출처 : 시사iN)
탄핵소추안 표결이 있는 12월 7일 토요일은 폭풍 같은 하루였다. 오전 10시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비상계엄 발령을 사과하였고, 국정 운영을 여당과 국무총리에게 넘긴다고 밝혔다.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국정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의 절박함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께 불안과 불편을 끼쳐 드렸습니다.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많이 놀라셨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저는 이번 계엄 선포와 관련하여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습니다. (중략) 향후 국정 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 나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 대국민담화 전문에서(출처: 연합뉴스)
전국 곳곳에서 대통령 퇴진 혹은 탄핵안 통과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고, 특히 여의도 국회 앞은 경찰 추산 순간 최대인원 15.7만 명, 주최 측 추산 합산 최대인원 100만 명이 모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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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상황을 표현한 5dock*(오독)님의 그림(출처 : 그분의 X 계정)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오후 5시를 앞두고 치킨집에 찾는 손님이 많아졌고, 대부분 표결 장면을 생중계하는 뉴스 특보가 틀어진 TV 화면을 향하였다. 국가대표 스포츠 중계에 버금가는 상황이었다. 이날의 명장면은 시민들이 든 깃발과 응원봉, 국민의힘 의원 다수가 표결에 불참하자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그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참여하라 말하는 모습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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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돌아오십시오.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에 참석한 박정하 의원! 어서 돌아오십시오. 박정훈 의원! 어서 돌아오십시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상정된 7일 국회 본회의장에선 107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름이 하나하나 호명됐다. 탄핵안 제안설명에 나선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김건희 특검법안 표결 직후 탄핵안 표결을 피하려 본회의장을 퇴장한 여당 의원의 이름을 부르며 “어서 돌아오라”고 외친 까닭이다. - <“돌아오라”…민주, 탄핵안 표결 전 퇴장한 국힘 의원에 투표 촉구> (한겨레, 2024.12.7.)에서
하지만 밤 9시 20분, 300명의 의원 중 195명만 참여한 상황에서 탄핵소추안은 최소 투표 인원 200명을 채우지 못해, 결과 발표 없이 ‘투표불성립’으로 폐기되는 운명을 맞았다. 이를 지켜본 시민들은 안타까움과 분노를 표현했다. 일하며 지켜본 나 또한 투표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답답함을 느꼈다. 차라리 앞서 나온 김건희 여사 특검법처럼 속 시원하게 반대표를 던지면 될 텐데 왜 그랬을까?
그나마 11일에 다시 발의하겠다는 박찬대 원내대표의 약속과 이어지는 시민들의 대통령 퇴진 촉구 시위는 곧 이뤄질 거란 희망을 남겨두었다. 이번 비상계엄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지금, 세계 모든 나라는 이어지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그날 JTBC 오대영 앵커의 한마디를 옮기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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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상(a.k.a. Blueman)
- 글쓰기 코칭 프로그램 <꿈꾸는 만년필> 5기
- 저서 : <마음을 쓰다> (2015, 교보문고 퍼플) 종이책 / eBook
- <얼룩소>에 매주 자발적으로 글을 올리는 중
꿈과 희망을 믿고 배우며 세상을 보려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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