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9일,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7C2216편 비행기는 전라남도의 무안국제공항에 착륙하려다 장치를 내리지 못하고, 벽에 부딪혀 폭발하였다. 2명의 승무원은 살아남았지만, 4명의 승무원과 175명의 승객은 세상을 뜨고 말았다. 많은 이가 안타까워했고, 수많은 행사와 지상파 방송사의 연말 시상식, 가요 축제도 취소·연기되었다. 심지어 제주항공의 많은 지분을 보유한 애경 그룹의 계열사 제품, 시설 등을 불매하자는 움직임도 커졌다.
참사가 일어난 그 공항을 ‘쓸모없는 공항’이라 부르는 논리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용률이 낮은 공항을 뜻하는 표현, ‘활주로에서 고추 말리는 공항’을 예전부터 썼지만, 조선일보가 이를 부채질하였다.
전남 무안국제공항은 지난해 활주로 이용률이 0.1%로, 전국 공항 15곳 가운데 최하위였다. 비행기가 연간 1000번 뜨고 내릴 수 있다면, 실제로 이착륙을 한 것은 한 번뿐이었다는 뜻이다. 지난해 무안공항 이용객은 2만9394명으로, 하루 평균 100명이 안 됐다. 이용객이 적어 ‘활주로에서 고추를 말리는 공항’이란 오명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공항에선 지난해부터 약 500억원을 투입해 2800m 길이 활주로를 3160m짜리로 연장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가 편성한 내년 예산은 75억원이었다. 하지만 지난 21일 국회에서 가결된 예산안 최종안에선 100억원으로 늘었다. - <'고추 말리는 공항' 오명에도 100억원 들여 활주로 연장> (2023.12.23.)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는 항공기 고장 외에도 짧은 활주로 길이, 공항 건설 초기부터 지적된 조류 충돌 가능성에 대한 인식 부족, 미숙한 공항 운영 경험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친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고추 말리는 공항’ ‘한화갑 공항’으로 불리며 정치 공항으로 설계된 무안공항의 태생과 맞물려 있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공항 건설 전 연간 992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됐던 무안공항의 지난해 이용객은 24만6000명에 불과했다. - <무안공항, 정치 논리로 건설… 조류 서식지 4곳 둘러싸여 초기부터 논란> (2024.12.30.)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에서 그 공항을 짓자는 정치인을 비판하거나, 인천이나 김해가면 되는데 왜 거기냐는 글이 늘어나자 반박하는 글도 쏟아지고 있다. 그 일부를 옮겨왔다.
무안공항 이때다 싶어 없어야 한다는 사람들아
광주전라 사람들은 10-20 더 비싸도 무안공항 가는 이유는
인천가는 비용까지 또이또이라서(같아서) 거리 가까운 무안에서 타는 겁니다.
나이 드신 분들은 비행기 오래 타는 것도 힘든데 귀국해서 또 버스 4시간을 타고 집에 어떻게 오겠니?
- 이일 님의 X 글(2024.12.29.)
동남아 다녀왔을 때 탔던 택시기사님 말씀이 자꾸 생각난다. 젊은 사람들은 인천으로 잘 다니지만 우리 같이 나이 있는 사람들은 동네 여행사에서 단체관광으로 무안 가서 보홀도, 나트랑도 간다고. 지방에 있는 공항은 그런거다. 인천도 김해도 못가는 어르신들이 멀리 나갈수 있도록 돕는.
- DC 님의 X글(2024.12.29.)
현재 대한민국에서 여행, 비즈니스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항은 15곳, 특히 비수도권 5곳(제주, 김해, 대구, 청주, 무안)은 지역별 거점 공항이다. 울릉 공항이 건설 중이고, 착공 예정 공항도 6곳이다. 온라인상에서 지역 공항을 왜 더 짓냐는 비판을 자주 찾을 수 있다. 해당 지역 인구 감소, 건설하면서 훼손되는 자연환경을 이유로 내세우지만, 찾는 사람이 적다는 점도 꽤 있다. 추진 과정에서 일어난 문제와 주장은 인정한다. 지자체, 지역 정치인과 언론은 공항 필요성을 계속 홍보하고, 반대하는 여론을 여러 혜택으로 달래거나 무시하고 있다. 착공 예정인 가덕도와 추진 중인 서귀포(제주 제2공항), 새만금에 천연기념물과 동식물 서식지 등이 있다.
그러면 현존하는 지역 공항을 더 편하게 오가도록 교통망을 갖출 수 없을까? 인천은 공항철도와 도심터미널(서울역, 광명역)을 가지고 있고, 거점 공항들도 각 지역을 오가는 공항버스, 시외버스 등이 많다. 도심과 공항을 잇는 도로 건설, 대중교통 증설도 활발하다.
세종에서 청주국제공항을 잇는 도로가 오는 2028년까지 4-6차선으로 확장된다. 행복청은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청주국제공항을 연결하는 도로 확장공사가 28일 열린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심의를 통과, 본격 추진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기획재정부 예타를 통과한 ‘행복도시~청주국제공항 연결도로’는 충북 청주시 옥산면 신촌교차로와 청주국제공항 사이의 14.3㎞ 구간 중 3.9㎞를 2차로에서 4차로로 확장하고, 교차로 5개소를 입체화하는 것으로 행복도시에서 청주공항 접근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 <행복도시-청주공항도로, 2028년까지 4-6차선으로 확장된다> (세종의소리, 2021.12.28.)
자체 경쟁력 강화 노력은 당연한 얘기다. 수도권 정치인과 언론들은 국내 항공사들이 낮은 수익성을 들어 일부 지역 취항을 반기지 않는다고 전했다. 거기다 여러 지역 공항은 이용률 감소로 만성적자를 겪고 있어 안전물 관리가 소홀해졌다. 건설 비용부터 지원까지 우리의 세금과 중앙정부의 돈(교부금, 예산 배분)이 들어가고 시간도 걸리는 만큼, 지역 주민의 교통 편의성과 안전 등을 생각해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봤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