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5일에 썼습니다.
SNS에 썼던 내용에서 일부를 수정하고 첨가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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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찍은 청주시 임시 고속터미널 주변 하늘과 시외버스터미널(보정 필터 있음)
청주시는 대학생 시절 MT 때 고인쇄박물관, 흥덕사지 방문으로 잠깐 들렀던 곳이다. 첫인상은 주변에 보이는 가로수와 한적한 아파트뿐이라 좋은 경험을 얻지 못했다. 충청북도의 도청 소재지이고 나름 대도시지만, 여태까지 가 본 적은 없었다. 그나마 대통령의 별장이었던 청남대 방문이 다랄까? 한번 시내를 제대로 살펴보고, 다가오는 가을 분위기도 느끼고 싶어 휴일에 한 번 둘러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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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사진
충북대학교 캠퍼스
가을이 다가온 터라 캠퍼스 주변에 단풍이 조금씩 물들고 공기도 서늘하다. 나무 사이로 캠퍼스 건물들이 보이자 대학생 시절 품었던 낭만이 다시 느껴졌다. 캠퍼스 여기저기 둘러보니 여전히 푸른 잎이 많지만, 서서히 물드는 나무와 건물의 조화가 한 캠퍼스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 같다. 그렇게 의도하고 지은 모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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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코트 우왕이 굿즈
첫 목적지인 헌혈의집 충북대센터는 개신문화관이라는 곳에 있었다. 그곳에서 71번째 헌혈을 하고 나니 대학서점과 문구용품 등을 파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 등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특히 거기서 파는 마스코트 우왕이 캐릭터 굿즈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소 같은 충북대생의 우직함을 보여주려고 만들었나 싶었는데 농업생명환경대학, 대학 동물병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 대학의 상징을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동물 친화적인 대학다웠다.
충북대 총학생회는 2019년 캐릭터 공모전을 진행, 마스코트인 황소를 기반으로 새로운 학교 캐릭터 '우왕이'를 개발했다. 성실함과 인내, 근면함을 상징하는 황소는 1980년대부터 충북대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구성원들이 직접 만들고 선택한 캐릭터여서 훨씬 애착이 간다는 게 학생회 측 설명이다. 이를 바탕으로 대학 내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은 지난주부터 우왕이 인형을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우왕이 인형이 1주일 만에 200개 이상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며 "학생들이 대학 생활을 기억하고 간직하기 위해 많이 사 간다"고 말했다. - <'당당 호랑이, 방끗 황소'…충북 대학가 캐릭터 경쟁 눈길> (연합뉴스, 2022.8.3.)
어떤 게 필요할지 고민하다 대충 샀다. 역시 마스코트는 단순히 귀여운 걸 넘어 친숙하면서 상징성이 있어야 굿즈도 팔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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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 사진 2개 : 청주체육관과 주변 도로, 나머지 4개부터 청주종합운동장, 저 멀리 우암산 전파탑과 인근 아파트가 눈에 띈다.
청주종합운동장과 충북청주FC
청주종합운동장을 가려면 버스를 타고 청주체육관을 거쳐야 하는데 여자 프로 농구팀인 청주 KB스타즈가 눈에 띄었다. 구단주인 KB 국민은행을 상징하는 색이 노란색인데, 시즌 개막을 앞둔 탓인지 가을 분위기가 더 느껴졌다.
보통 홈구장은 경기 외 출입이 금지라 외벽이나 내부 시설을 이용해 간접적으로 구경해야 한다. 하지만 청주종합운동장은 달랐다. 청주시민의 도심 속 운동코스답게 자유롭게 들어가 간단히 걸어보았다. 곳곳에 보이는 스폰서들이 여기가 프로축구 K리그2 소속 충북청주FC의 홈구장임을 알려준다. 트랙을 돌다가 저 너머 우암산과 근처 고층 아파트 하나가 보이던데 여기서 하는 경기를 그곳에서 망원경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흐뭇하달까? 돌고 나서 잠시 쉬는데 유치원 아이들이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트랙을 돌고, 바라보는 어르신들은 잘 뛴다고 칭찬한다. 이 운동장이 지역 축구팀의 홈구장을 넘어, 이 도시의 열린 공간이 되리라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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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 운동장으로 들어서는 길에 붙혀진 충북청주FC 홍보 벽, 오른쪽 : 펭수의 창단 축하 메시지, 2024 코리아컵 3R에서 대구FC를 2:1로 이긴 모습(충북청주FC와 쿠팡플레이 스포츠 유튜브 채널에서 갈무리)
충북청주FC에 대해 잘 모르지만, K3리그 시절 프로화 선언을 기념하며 EBS 펭귄 아이돌 펭수가 축하 메시지를 남기고, 마지막 홈경기때 시축을 했던 걸로 안다. 올해 코리아컵에서 최원권 감독 시절 대구FC를 꺾은 전적까지! 아직 승격을 노릴 실력은 아니지만,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 언젠가 1부에서 보았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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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암골 곳곳에 보이는 전시 공간과 촬영장이었던 카페의 현관 등(개인 사진)
수암골
수암골은 어느 라디오 방송을 통해 어렴풋이 들은 곳이다. 우암산 아래에 보이는 이 동네는 부산의 산복도로와 산 동네를 연상시키지만,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듬성듬성 보이는 전시물과 논밭, 자그만 빌라는 한층 여유가 느껴졌다.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으로 쓰인 덕에 많은 사람이 이 동네를 들른다. 특히 <제빵왕 김탁구> 촬영 이후 생긴 수봉빵집을 찾는다길래 가봤지만, 문이 닫혀있었다. 다른 드라마 촬영지였던 한 카페도 휴식 시간이라 현관 쪽 사진만 찍고 지나갔다. 월요일 늦은 오후라 그런지 동네도 한산했다.
우연히 발견하고 쉬어간 어느 카페의 2층 테라스는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수많은 집과 가게, 중앙에 보이는 큰 아파트 두 채, 듬성듬성 보이는 작은 산과 도로, 하늘은 여러 구름이 태양을 가릴 듯 말 듯 자리했다.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이는 풍경을 같이 있던 사람들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담기 바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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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암골 어느 카페의 테라스에 찍은 시내 전경
문득 저 너머에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궁금했던 예전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깊숙이 들여다보면 다양한 사람의 일상과 여유가 있음을 알면서 말이다. 어쩌면 이 카페도, 주변 동네도 각자의 삶과 꿈을 가진 사람이 살겠지?
우리가 사는 이 도시는 가진 돈과 명성만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들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조화의 집합체다. 부모 품에서 벗어난 우리는 자기 이름이 적힌 집을 원하고, 건설회사는 이에 부응하듯 열심히 짓는다. 얼마나 원하고 들어올지 알지 못하니 여러 채의 집을 가지려는 이의 욕망에 넘어가고, 계속 짓고 다듬어야 돈을 버는 이의 바람도 들어가 빈 땅은 어느새 건물로 채워진다. 그 사이에 있던 나무와 물, 다양한 모습의 땅과 하늘이 펼치는 조화 속에 우리는 도시라는 문명의 집합체를 만들고 일상을 살아간다.
이 도시가 얼마나 이어질지 알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눈에 익고, 하나의 풍경으로 자리 잡겠지만, 그걸 이루는 건물과 도로는 자꾸 바뀐다. 우리의 편의를 위해 도로를 만들거나 고치고, 한 건물의 수명이 다하거나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부수고 다시 짓기 때문이다. 인간이 살지 않으면 이어질 수 없는 운명이다.
우리가 지구의 주인으로 존재하는 한 도시는 계속 살아 숨 쉰다. 그러다 여러 이유로 멸종하고 지성을 가진 다른 생명체가 그 자리를 물려받는다면, 우리가 있던 도시를 이렇게 부르겠지?
"사람들의 욕망으로 일구고, 다양한 재료로 만든 숲"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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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청주역 건물을 보존한 옛청주역사공원, 망선루 등 옛 흔적이 보존, 정비된 중앙공원(개인 사진)
청주의 상징인 우암산 근처까지 가는 거리이고, 도로도 잘 되어있어 불편하지 않았지만, 대중교통인 버스의 배차간격이 10분을 넘어 아쉬웠다. 그 덕에 저녁에 시간이 지체되어 옛 청주역 앞 공원, 중앙공원을 둘러보는 걸로 만족했다.
한번 다녀온 걸로 뭘 논하느냐 싶지만, 도심을 돌아다니며 가을이 왔음을 깨닫고, 도시 속에서 쉬어감과 즐거움을 얻어간다. 시간만 더 있었으면 조금 더 먼 거리의 관광지도 둘러보고 싶었다. 그렇게 청주에 다시 찾고 싶다는 마음 도장을 찍고 돌아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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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상(a.k.a. Blueman)
- 글쓰기 코칭 프로그램 <꿈꾸는 만년필> 5기
- 저서 : <마음을 쓰다> (2015, 교보문고 퍼플) 종이책 / eBook
꿈과 희망을 믿고 배우며 세상을 보려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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