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이 빠르게 찾아왔습니다.
3월에 다시 글을 올릴 때까지 준비를 한다고 말씀드렸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깨닫습니다. 그동안 썼던 글을 살펴보니, 제 생각보다 남의 생각을 옮긴 부분이 많았습니다. 일과 글쓰기 사이에서 쫒기면서 나온 결과죠. 생각을 더 키우지 못한 스스로를 돌아봅니다.
그리고 블로그를 다시 개설했습니다. 한동안 얼룩소나 헬조선 늬우스에 글을 올리면서 블로그 운영을 안 했었는데, 이글루스와 얼룩소가 사라지고, 헬조선 늬우스도 운영을 멈춰버려 기록을 온전히 담을 플랫폼의 중요성을 다시 느꼈습니다.
주소는 http://blueman88.tistory.com 입니다. 티스토리는 초대장을 받아야 개설할 수 있었던 블로그인데, 몇 년 전부터 누구나 만들 수 있게 문을 열었더군요. 네이버 블로그를 쓰는 사람이 많아졌고, 블로그도 예전같지 않은 지금이지만, 누군가 볼 기록을 다시 저장하고 관리하겠습니다.
2월은 작년 11월 초 포항과 강릉을 돌아본 기록을 보내드립니다. 얼룩소에 올렸지만, 시국 등에 밀려 이제야 보내드리네요. 준비를 끝내고,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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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해수욕장에서 바라본 포항시
포항은 내가 사는 대구에서 가까운 동해안의 대표 도시다. 옆 동네인 경주와 대도시인 울산도 같이 있지만, 아무래도 고속도로와 철도 등으로 가깝게 느껴지니 사람들은 바닷가로 가자고 하면 대부분 여기를 찾는다. 이 곳의 관광지, 바닷가, 카페 등은 사시사철 관광객으로 가득하다. 이 글은 지금까지 갔다오면서 SNS에 남겼던 걸 모으고 정리했다. 각 장소별 소개 글은 신문 기사나 여러 누리집 등에서 가져왔다. 포항이 이런 도시다란 걸 정의할 정도로 깊게 들여다보지 못했지만, 내륙도시에 사는 나에게 정겨운 곳임은 분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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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시장 맞은편 표지판
동빈내항
경북 포항 동빈내항이 3년여에 걸친 정화·복원사업을 통해 힐링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악취가 줄고 수질이 개선되면서 산책하는 시민의 발길이 이어지고 낚시객까지 등장했다. 포항 동빈내항은 형산강과 영일만이 만나는 하류에 있는 반 폐쇄성 해역의 항구다. - <포항 동빈내항, 물고기와 함께 사람이 돌아왔다> (국민일보, 2021.3.28.)
그날 바다는 여지없이 따뜻했다. 지나가는 가을이 아쉬워, 바다로 달려갔는데 내 마음을 알았는지 햇살이 이곳을 비춰주었다. 바닷바람에 가슴뛰던 순간은 어디가고, 선배들처럼 어른들처럼 앞으로 향하는 자신이 야속했다.
저기만 더 가면되는데, 바다 너머를 건너고 싶었는데...
저 너머를 향한 그리움과 설렘을 간직한 채 곧 돌아가야 한다.
어딘가 있을 쉼터를 찾을 수 있을까? 내가 바라던 것은 언제 볼 수 있을까?
따뜻한 햇살이 비추는 바다는 조용히 나를 위로할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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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해수욕장에서 보이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흐린 하늘이라 보정함.)
송도 해변가, 포항구항
송도해수욕장에는 마치 다이빙대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의 워터폴리스라는 전망대가 있으며 송도해수욕장과 포항을 대표하는 기업인 포스코 철강단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입니다. 해변가를 따라서는 각종 프렌차이즈 커피숍이 입점해 있는데요, 바닷바람도 쐴 겸 식사 후 간단하게 커피 한잔하기 정말 좋을 것 같네요. - <[포항] 도심속의 섬 '송도'> (경북나드리, 2020.6.)
여기로 오는 길이 왜 멀었을까? 비, 피곤함, 바쁨, 네비의 안내 등등… 한번 와봐야겠다 결심한 지 한 달인데, 오늘 약 2시간 걸려 이제야 왔다. 많이 늦지 않았을까? 날씨는 춥지 않을까? 그런 고민은 어느새 시원한 바닷바람에 날아갔다. 평일이라 오는 이는 드물었지만, 뜨거운 햇볕은 여전했다.
포항구항을 바라보았다. 신항이 있으니까 구항도 있는 거지? 저 멀리 서있는 배가 보인다. 구항이 유일한 항구였을 때 많은 배가 드나들었고, 주변은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여서 가게들도 많은 돈을 벌었다. 새 건물과 가게들, 도로를 보아하니 관리가 잘 된 것 같다. 예전보다 사람도, 배도 줄었지만, 특유의 매력이 고요함을 만나면서 새로운 풍경으로 만들어지니 새옹지마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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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제과 건물과 주력 빵 중 하나인 정구지빵
시민제과
1949년 포항읍이 포항시로 승격 된 해, '시민옥'이라는 상표로 찐빵과 단팥죽을 팔며 시작했습니다.
포항 시민들이 추억하는 제과점, 또 그 호응에 부응하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창업주 故진석률 대표가 고집스럽게 지켰던 '사람'과 '품질'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한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좋은 재료를 쓰고, 원재료부터 직접 손질하며 제품 생산의 모든 공정을 고품질로 유지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13년의 공백기를 걸쳐 2018년 8월, 포항 시민들에게 추억을 선물해 주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시민제과에서는 70년 노하우로 만들고 있는 대표 메뉴 찹쌀떡과 단팥빵, 철의 도시 포항의 모습을 본떠 만든 포항마들렌, 구움과자, 건강빵, 페이스트리와 쿠키 등 100여 가지가 넘는 다채로운 디저트와 포항 특산물과 계절의 재료를 사용한 디저트를 만날 수 있습니다. - 시민제과 공식 누리집 <BRAND-STORY> 부분
나는 이곳이 포항의 대표 빵집이라 생각한다. 어느 지역 방송에서 이 가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1949년 문을 열어서 포항시민의 사랑을 받았는데 2005년에 문을 닫았다가, 창업자 손자가 2018년에 다시 문을 열었다. 지금도 본점에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 롯데백화점 포항점에 분점을 낼 정도다.
대표 빵은 정구지빵(부추빵), 찹쌀떡, 단팥빵이다. 요즘 마들렌이 여러 빵집에서 유행인데 포항마들렌도 팔기 시작했다.
프리미엄 고메버터를 가득 넣어 신선한 우유의 맛과 버터의 진한 풍미가 가득
직접 삶은 강낭콩을 넣어 마들렌 사이사이 씹히는 고소한 맛이 매력적
시민제과만의 비법으로 부드럽고 폭신폭신한 포항마들렌이 완성됩니다.
- 공식 누리집 <포항마들렌> 소개 부분
이 빵집의 로고는 토끼, 1980년대에 토끼 캐릭터를 쓸 정도다. 왜 그걸 쓰는지 알 수 없지만, 포항 사람들에게 친숙함을 주는 존재임은 틀림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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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스틸야드의 다양한 모습
포항스틸야드
대한민국 K리그1 포항 스틸러스의 홈경기장. 1990년 11월 1일에 준공된 대한민국 최초의 축구전용구장이다. 최초의 전용구장답게 1990~2020년대의 역사를 모두 가지고 있는 K리그의 역사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또 J리그 팀들의 무덤이라는 별칭도 있는데 AFC 챔피언스 리그에 출전한 J리그 팀들이 이 구장에 원정을 오면 유독 포항에 완패당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 - 나무위키 해당 항목에서
포스코 안에 위치한 경기장, 수많은 나무와 가을바람 덕에 산책하기 좋고, 평소 경기 때 직관하기 좋은 구장이다. 의외로 관중석에 들어갈 수 있어서 와보니 눈과 코가 뻥 뚫리는 시야와 공기가 반겨주었다.
오래된 흔적의 벽, 칠이 벗겨진 좌석, 곳곳에 파여진 잔디… 아무렴 어떤가? K리그1 상위권에 AFC 챔피언스리그도 매번 출전하는 구단 포항스틸러스의 홈구장이다. 거기서 맞는 가을바람을 쐬고나니 제대로 왔다는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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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포일본인가옥거리의 다양한 모습
구룡포일본인가옥거리
포항 구룡포에는 '일본인 가옥거리'라고 불리던 곳이 있다. 이름 그대로 일본 가옥들이 몰려 있던 곳이다. 수년 전만 해도 아는 사람들만 와서 구불구불 골목을 살피곤 했는데 지난 2012년 구룡포 근대역사관 개관과 함께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라는 이름으로 깔끔하게 정돈된 후 구룡포를 찾은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어째서 이곳에 일본식 가옥들이 몰려 있는 것일까. 낡은 건물들은 대부분 보수공사를 마쳤지만 가옥의 크기 등을 고려할 때 제법 부를 갖춘 집이었음을 알 수 있다. - <100년 전 역사 속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 (대한민국 구석구석, 2019.4.10.)
정겹고 신기하고 즐거운 거리인 여기는 우리의 아픈 역사가 숨쉬는 거리다. 옛 일본인 가옥과 실제 거주하는 주민들의 집이 공존하는 작은 번화가다. 평일인데도 동네 어르신과 관광객으로 활기를 띈다. 여러 드라마 촬영지, 연예인들이 찾은 거리로 방송, SNS에서 입소문이 나서 매일 문전성시다.
오랜 흔적을 정비하고, 컨셉을 살려 재미진 동네로 만든 포항시에 감사함을 표하며 오래오래 번창하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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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서 갈무리한 오천읍
오천읍
포항시 오천읍은 시내 중심의 공동화와 대조되는 별천지다. 문덕에서 원동간 남북으로 수km 이어진 중심대로를 따라 좌우로 형성된 상권을 처음 본 사람들은 “우와, 포항에 이런데가 있었어!” 하고 놀란다. 프랜차이즈 식당부터, 커피숍, 마트, 영화관, 수영장, 병의원 등 각종 편의시설은 다 갖추고 있다. 젊은 세대들은 굳이 시내에 나가지 않고도 이곳에서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오천은 아이들을 데리고 살기에 불편함이 없는 신흥주거지로 자리잡았다. 현재 오천읍 인구는 포항시 29개 읍면동중 장량동(7만1천여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 <포항 오천은 왜 인구 늘고 젊은세대들이 많이 살까?> (경북매일, 2024.1.28.)
이 동네는 어떤 동네일까? 첫 인상만으로 모든 걸 판단할 수 없지만, 분명 항구도시로 알던 중심가, 해변가와 느낌이 다르다.
단순한 주거지로 보려니 한적해 보이고, 신도시로 보려니 익숙하고 세월을 먹은 흔적이 느껴진다. 냉천이라는 곳을 마주하며 삶의 터전을 마련한 사람들, 놀거리도 볼거리도 많지 않지만, 살아가는데 아무 문제 없는 듯하다.
대신 그들은 여기서 각자의 꿈은 키우고 펼친다. 더는 외롭지 않게, 더는 허전하지 않게...
오천의 삶은 그런 이들의 꿈으로 채워지는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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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구룡포 어시장에서 발견한 홍게
산, 바다, 강이 어우러지는 포항은 내가 사는 대구와 가까워 자주 찾게 된다. 둘러보다 바닷가 주변에 베이커리 카페가 많은 걸 보고 신기했다. 그만큼 즐기기 좋은 해안 도시라는 뜻이겠지? 2016년 포항소재 문학작품 공모전에 냈으나 떨어진 시 하나를 여기 옮기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
대게
바닷바람 물씬 풍기는
구룡포 어느 한구석
사시사철 깊은 곳을
쏘다니다 잡혀 왔던
대게들이 누워 있다
문득 대게에게
하나 묻고싶다
갈데가 천지 삐까리인데
니들은 여기 와누워있노
대게는 집게로
귀잡고 말한다
니들은 모른다
호랑이 꼬리가
여기로 끄는디
어떻게 안오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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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상(a.k.a. Blueman)
- 글쓰기 코칭 프로그램 <꿈꾸는 만년필> 5기
- 저서 : <마음을 쓰다> (2015, 교보문고 퍼플) 종이책 / eBook
꿈과 희망을 믿고 배우며 세상을 보려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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