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바라보기>
제주도에서 빈집을 사면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 - MBC <구해줘! 홈즈> '제주도 가성비 빈집 특집'을 보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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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부터 다시 글을 시작했습니다.
다시 1주일마다 가열차게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이 본업도 서서히 바빠져서 다시 계획을 짜야할 지경이 되었고요.
이번 글은 오마이뉴스에 시민 기자로 등록해서 올렸습니다만 최종적으로 정식 기사가 아닌 '생나무'로 분류되었습니다. 틈틈이 쓰다 원래 보내야할 시점을 놓쳤고,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은지 보는 이가 적은 채로 묻힐 것같네요. 다듬어가며 꾸준히 보내면 어느샌가 주목을 받겠죠? 다시 시작한 만큼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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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찍은 여러 풍경 (본인 사진) 1. 비행기에서 찍은 제주도 2. 제주공항에 보이는 제주도 환영 글 3~4 제주도의 산과 바다
* 2025년 2월 20일 방송된 MBC ‘구해줘! 홈즈’ <in 제주도 ‘가성비 빈집’ 특집> 내용 일부와 개인 감상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이제는 더 이상 얽매이긴 우리 싫어요
신문에 티비에 월급봉투에
최성원이 부른 <제주도의 푸른 밤> 첫 부분이다. 제주도 하면 이 노래와 함께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넘치는 낭만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수학여행, 배낭여행, 신혼여행 등으로 인생에 한 번 이상 갈 정도로 우리에게 친숙한 대한민국의 큰 섬이다.
한때 이주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었다. 정착을 결심한 이들은 부동산을 통해 땅이나 집을 샀다. 농사를 짓거나 해산물을 잡아 파는 이도 있지만, 동네 주민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식당, 카페, 숙박업소 등을 차려 장사에 매진했다. 더 나아가 중국 등 외국인 투자자까지 몰려, 섬 전체가 개발로 들썩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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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인장선이 제주도에서 서핑 배우기, 카페 알바 등을 해보는 장면 (EBS <이번 생은 선인장> 시즌 1에서 갈무리)
2021년 잠시 서울을 떠나 제주도에 머물던 선인장 캐릭터의 이야기를 담은 EBS <이번 생은 선인장> 시즌 1을 봤다. 주인공 ‘인장선’은 거기서 서핑 배우기, 카페 아르바이트, 드라이브, 오름 오르기 등 많은 일을 해봤다. 한 회의 제목마다 ‘완벽한’이 들어갔지만, 어설펐던, 그래도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리즈가 나온 지 몇 년이 지나서 돌아보니 그 시절 사람들이 거기서 하고 팠던 걸 반영한 모양이다.
시간이 지나자 제주를 향한 이주 열풍이 식어버렸다. 덩달아 육지에서 오는 관광객도 줄어들었다. 이들을 노린 가격 바가지 때문에 차라리 돈을 더 모아 일본, 동남아로 가겠다는 반응이 많았다. 환상이 사라진 자리에 빈집과 폐건물이 늘어갔다.
제주도와 주변 섬(추자도, 우도, 마라도, 가파도 등 사람이 사는 8개 섬, 55개 무인도)을 담당하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인구는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5년 12월 기준 670,368명, 5년 전인 2020년 12월 기준 674,635명에 비해 4,267명 줄어들었다. 한국은행의 2024년 3월 지역경제보고서를 보면 2020~2022년 여기로 거주지를 옮기는 인구가 많았으나, 2023년부터 인구가 빠져나가는 ‘인구 순유출’ 지역으로 전환되었다. 이 보고서를 쓴 제주본부는 인구 유입 비중이 전 연령대에서 나타나고, 3~40대 인구의 유입 비율이 큰 폭으로 줄어든데다, 20대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어든다고 밝혔다. 40대 이하는 양질의 일자리 부족, 50대 이상은 주택가격 상승 등 주거 여건 악화를 원인으로 보았다. 제주특별자치도가 한국부동산원에 맡겨 11개월 동안 벌인 조사에서 빈집이 1,159호를 기록했고, 대부분 농어촌 지역, 수리가 가능한 2등급 빈집이 많았다.
때마침 MBC의 예능 프로그램 <구해줘! 홈즈>에서 제주에 있는 빈집을 소개하며 어떻게 활용되는지 보여주었다. 특성상 일부만 보여줘 아쉬웠지만, 어떻게든 빈집을 고쳐서 정착할 수 있다는 희망찬 메시지를 전하려는 노력이 느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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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첫 번째로 방문한 빈집인데 오래 전부터 비어져서 수풀이 자라고, 내부도 어지러져있다. (MBC <구해줘! 홈즈>에서 갈무리)
처음 소개한 빈집은 오랫동안 관리가 되어있지 않아 마당에 수풀이 무성하고, 내부는 바닥이 무너지고, 일부 오래된 가구와 나무 조각이 섞여 있었다. 그나마 외벽이 멀쩡하고, 지붕도 튼튼한 게 다행이랄까? 제작진이 처음에 깔았던 신기하면서 무섭게 느껴지는 배경음악은 이런 빈집을 왜 소개시켜주느냐라는 의문을 들게 한다. 심지어 그 집에 붙은 달력은 2008년 12월, 꽤 오래전부터 비어있었음을 알려주었다.
그러다 출연진은 바깥 모습보다 가지고 있는 이점을 보라 말한다. 바닷가에서 5분 거리에, 꽤 눈에 띄는 자리, 내부 정리와 인테리어 공사만 하면 충분히 팔릴 수 있는 집이라고 한다. 이 집을 처음 소개하면서 남긴 말은 뒤에 있을 반전 혹은 재미있는 부분이 있음을 암시하며 시청자의 눈을 붙잡을 포인트였다.
“오늘 영상을 끝까지 보시면 이 매물이 좋게 보이실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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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가 잘 된 빈집과 옛 건물을 개조해 새로운 가게로 재탄생한 곳 (MBC <구해줘! 홈즈>에서 갈무리)
그 말대로 두 번째 빈집 소개부터 긍정적이었다. 정리가 잘 되어 있었고, 냉장고 등 몇 가지가 남아있었다. 거기다 제주도의 집 특성인 ‘두거리집’을 언급하며, 두 채 중 한 채가 미등기 상태인 곳이 많은데, 등기를 신청하면 합법적으로 쓸 수 있다는 정보를 알려준다.
- 두거리집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에 있는 전통 가옥에서 보여지는 한 울타리 내에 두 채의 집이 지어진 유형. 출입로인 ‘올래’에서 보아 안쪽과 바깥쪽에 배치되어 있으면 안채를 ‘안거리’, 바깥채를 ‘밖거리’라고 부른다. 건물이 동서로 배치되면 ‘동녘거리’, ‘서녘거리’라 부르고, 남북으로 되어 있을 때는 ‘우녘거리’. ‘알녘거리’라 부르기도 한다.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제주시는 이미 지어진 위반건축물이 현행 건축법 등 관련 규정에 적합할 경우 이를 합법화할 수 있는 양성화 추인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현행 건축법 등 관련 규정에 적합한 경우에 한해 이행강제금을 1회 납부하고 건축 인허가 절차를 밟도록 해 합법적인 건축물로 만드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 <제주시 "이미 지어진 위반 건축물, 건축법 규정 부합하면 양성화"> (헤드라인제주, 2023.5.7.)
이후 정비가 아주 잘 된 집, 새마을금고에서 새 건물을 짓고 임대시킨 옛 건물로 만든 카페, 옛 보건소 건물을 개조한 빈티지샵 등을 소개하며 제주도에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빈집을 활용해 살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그곳에 붙은 시계 속 한 사람이 출연한다든지, 지역 내 부동산 사이트인 ‘오일장닷컴’을 알려준 점은 재미와 정보를 함께 전달하려는 노력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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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당근 앱을 실행하면 다양한 현지 아르바이트를 찾을 수 있다.(MBC <구해줘! 홈즈>에서 갈무리)
아무리 좋은 지역을 찾아도 먹고 살 길을 찾는 게 중요하다. 출연진이 다음 장소로 이동하면서 당근 앱에 올라온 일자리 모집 내용을 언급하는데 귤밭, 갈치 어선, 승마장 등 단순 노동직이나 공연보조가 많았다. 제주도에서 찾을 수 있는 흔한 일터랄까? 화룡점정은 출연진이 메인PD의 시조부모가 사는 집에 있는 밭에서 체험한 당근 캐기였다. 수확한 당근을 한 박스씩 받아간 건 덤이었다.
이후 출연진은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의 수요가 더 높지 않겠냐면서 오래된 집을 개조한 프랑스 가정식 카페를 매물로 내놓은 사례를 소개하고, 하루 종일 다녀본 소감을 이야기하며 마무리했다.
‘구해줘! 홈즈’가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만든 예능 프로그램인만큼 제주도에서 적당한 돈으로 오래된 집을 사서 거주할 수 있다는 희망찬 메시지를 전달한 모습은 긍정적으로 보였다. 직장 생활에 지쳐서 어딘가 새로 머물고 싶은 이들에게 이만큼 솔깃한 메시지는 많지 않다. 하지만 정해진 방송 분량과 주제 때문인지 거주, 창업 위주로 보인 점은 상당히 아쉽다.
2024년 9월 25일, 통계청 제주사무소에서 발표한 ‘통계로 본 제주 청년세대의 변화’를 보면 도내 산업별 취업자 순위에서 숙박·음식점, 도·소매, 보건·사회복지가 높았다. 2022년 기준 연간 소득도 대부분 3천만 원 미만이고, 비중도 중소기업, 소상공인 순이다. 2019년부터 청년 인구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한 만큼, 이 지역을 다룬 예능이나 다큐멘터리에서 이 부분을 중심으로 다뤄봤으면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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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상(a.k.a. Blueman)
- 글쓰기 코칭 프로그램 <꿈꾸는 만년필> 5기
- 저서 : <마음을 쓰다> (2015, 교보문고 퍼플) 종이책 / eBook
꿈과 희망을 믿고 배우며 세상을 보려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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