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바라보기>
신경다양인, 장애인의 직장은 거의 수도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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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며 받은 결과에 착잡함을 느낍니다.
여전히 오마이뉴스에서 올린 제 글은 '생나무'입니다. 더 나은 단계를 기대하지 않았지만, 아무리 다른 사람들의 관련 사연을 찾아봐도, 답답함만 커질 뿐입니다.
"내 글은 블로그나 올릴 수준인가? 내가 어떤 글을 써도 사람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글은 계속 쓰는데, 이런 결과를 마주하니 어떻게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다른 사람이 쓴 글을 보면서 배우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는걸까 싶네요. 그렇게 쓴 글이 지난 달에 두 개째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주에 보내던 칼럼은 이번 달에 쉬고 다시 보내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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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전문 언론사인 ‘에이블뉴스’에 기고 형식으로 써서 보냈으나, 올라오지 않아 물어보니 ‘글의 방향이 편협하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거기서 늘 장애인 취업 문제를 이야기했으며, 수도권도 마찬가지로 일자리가 적어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합니다. 비수도권 사람의 입장에서 대부분 수도권으로 일자리를 옮겨가는 현실이 안타까워 썼지만, 장애인에게 그런 문제는 중요하지 않고, 그저 원하는 일자리를 바라는 마음이 큰 것 같습니다. 장애와 상관없이 모든 이가 각자 살고 있는 지역에서 원하는 일자리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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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다양인인 나는 대학을 졸업하자 먼저 도서관에 문을 두드렸다. 사서 자격증에 1년 휴학하고 도서관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한 경력, 가지고 있는 자격증이 있으니 될거라 믿었다. 하지만 결과는 무소식, 이후 뭐라도 찾자는 마음에 아르바이트든 계약직이든 문을 두드렸으나, 겨우 다닌 계약직은 수습기간에 일을 제대로 못 해 나왔고, 다단계 판매 등 이상한 직장에 들어갈 뻔했다. 공장에 단기 알바 하나 다닌 게 전부일 정도로 소식이 없다가 아르바이트 하나를 구해서 다녔는데, 부모님 지인에게 기회가 와서 지금의 치킨집에서 매장을 담당하는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물론 일을 배우는 게 순탄치 않았다. 몰려오는 손님과 자주 울리는 전화, 같이 일하는 이모님들의 요구와 큰 목소리, 실수해서 받는 지적 등등 예민했던 나에게 요식업이 맞을 리가 없었다. 그나마 사장님, 이모들의 배려와 조금씩 기술과 요령이 쌓여서 버티지만, 가지고 있는 특성과 글쓰기라는 꿈을 버릴 수 없어 가끔 여기를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꿈을 펼치고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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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 장애 이해 드라마 <너만의 거리에서, 우리는> (2022)의 장면들, ①카페에서 같이 일하는 주인공 승모와 아르바이트생 여라, ②벤치에서 그림을 그리는 승모 ⓒ퍼니필름, 삼성화재
2022년에 나온 장애 이해 드라마 <너만의 거리에서, 우리는>이 생각났다. 주인공 승모는 학교 수업을 마치고 삼촌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지만, 커피를 싫어하고,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했다. 어머니는 아들이 좋아하는 일이 삶에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며 처음에 반대했지만, 이후 카페 아르바이트생으로 만난 여라와 엮이면서 점점 마음에 문을 열고, 승모는 카페 일 대신 한켠에서 그림그리는 걸로 드라마가 끝이 난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로 주변에 인정받고, 돈도 벌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수 없는 주변 환경이 나를 붙잡는다. 특히 사는 곳은 비수도권, 신경전형인 혹은 비장애인조차 원하는 일을 구하거나 사업을 하기 힘들어 서울 등 수도권으로 터전을 옮기는 상황이다. 신경다양인 방에 이번 글을 써보려고 당사자의 사연을 구했는데, 경남 진주의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 보조/이송하는 정규직 한 분의 간단한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3교대에 8~12일 정도 쉬고, 급여도 200만원대였다. 자신이 신경다양인인 걸 알린 덕에 주기적으로 진료받고 약을 먹는 게 다행이랄까? 그 이후로 다른 사연을 구하지 못해 부득이하게 발달·지적 장애인 위주로 글을 쓰게 된 점 양해 바란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발표한 <2023년 발달장애인 일과 삶 실태조사>를 보면 발달장애인 취업자가 다니는 직장은 ‘사업, 개인, 공공서비스 및 기타’(44.4%), ‘제조업’(30.1%), ‘도소매, 음식 숙박업’(14.5%), 지적장애인은 ‘농업, 임업, 어업 및 광업’과 ‘도소매, 음식 숙박업’, 자폐성장애인은 ‘제조업’과 ‘사업, 개인, 공공서비스 및 기타’ 순이었다. 살고 있는 지역은 광역시·세종특별자치시·기타시도(65.5%)가 서울·경기(34.5%)보다 높지만, 그걸로 비수도권이 당사자에게 맞는 일자리가 많은 지 알 수 없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2019년에 발표한 <장애인 맞춤 일자리 지원을 위한 지역일자리 탐색 연구>를 보면 전국적으로 제조업의 비중이 높지만, 그다음에서 차이가 있었다. 수도권은 도매 및 소매업이, 광역시는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과 '보건 및 사회복지’가 많았다. 거기다 ‘장애인 일자리나 고용문제 등에 대해서 지방 정부(지자체)의 특성을 반영한 일자리 사업을 찾기가 어렵다’는 말까지 나와 일자리 대책 순서에서 밀려난 걸까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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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 ①장애 당사자 모집 공고를 검색하자 나온 예전 모집 공고, ②지적·자폐성 장애 당사자를 위한 지역별 훈련센터, ③굿윌스토어, 브라보비버 누리집에서 찾은 지역별 지점 및 법인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지적·자폐성 장애 당사자를 위한 훈련센터를 전국 각 시도에 운영하고 있는데 주로 제조기술, 스마트사무행정, 서비스산업을 1~6개월 내로 훈련한다. 하지만 훈련받은 당사자를 받아주는 직장은 많지 않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고용사업장 베어베터가 서울 외 지역의 발달장애인 고용 촉진을 위해 투자한 브라보비버는 인천, 경기, 대구, 부산에 있다. 밀알복지재단이 발달장애인을 고용해 운영하는 한국의 굿윌스토어는 수도권에 22곳, 대전 3곳, 전북 3곳, 광주 2곳, 대구 2곳, 부산 1곳, 경남 창원 2곳에 있다. 그들 외에 다른 직장이 있는지 채용공고를 찾아봐도 수도권에 살짝 보일뿐, 비수도권은 보이지 않았다.
지방분권과 지방시대를 강조하지만,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지금, 신경다양인과 발달·지적 장애인이 비수도권에서 다닐 수 있는 직장이 많지 않다. 있다하더라도 단순 노동이나 복지 서비스가 대부분이다. 내가 찾은 결과가 전부는 아니지만, 이러한 현실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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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상(a.k.a. Blueman)
- 글쓰기 코칭 프로그램 <꿈꾸는 만년필> 5기
- 저서 : <마음을 쓰다> (2015, 교보문고 퍼플) 종이책 / eBook
꿈과 희망을 믿고 배우며 세상을 보려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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