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이어 쓰기> #113. 우리는 같은 땅을 밟는 인간 - 도쿄 올림픽에서 보여준 대한민국의 어두운 면 -
도쿄 올림픽, 재미있게 보셨나요? 말많고 탈많던 32회 도쿄 올림픽(TOKYO 2020)이 끝났습니다. 대한민국 선수단의 가능성을 봤다고 평하는 사람도 있지만, 기대한 종목에서 큰 성적을 못 거두었다고 실망하는 사람도 있지요. 당신은 어느 쪽인가요? 오늘 올리는 글은 대한민국에서 보여준 어두운 면입니다. 제가 늘 지적하는 부분이고요. 물론 의지와 실천으로 조금씩 걷어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메달에 집착하던 모습에서 종목 자체를 즐기는 모습으로 바뀐 것처럼요. 우여곡절 끝에 1년 늦게 열렸던 32회 도쿄 올림픽은 대한민국 선수단의 달라진 모습과 경기 결과를 통한 희로애락을 보여 주었다. 메달 색깔과 개수에 상관없이 경기를 즐기는 선수들, 새로 떠오른 10대 선수들, 다양한 종목에서 빛을 보여준 선수들 덕분에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어두운 면도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나는 이 부분으로 나라 전체를 비난할 생각이 없다. 많은 사람이 지적하며 안타까워하는 만큼 개선을 통해 다음에 더 인간적인 나라로 기억되길 바랄 뿐이다. * 도쿄 올림픽 개막식 당시 MBC의 중계화면 갈무리(출처 : KBS) 첫 번째 주자는 MBC 문화방송이다. 개막식 중계방송에서 한 나라의 선수단이 입장할 때 특징이 담긴 사진, 설명,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보여주었는데,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등장할 때 체르노빌 사건을 사진으로 띄우고, 솔로몬 제도 선수단에서 ‘한글을 표기 문자로 채택한 남태평양의 섬나라’라고 하는 등 인터넷에서 대충 찾아 썼으면서 검증이 덜 된 듯한 모습이었다. 대한민국과 루마니아의 축구 예선 경기 때 마리우스 마린 선수가 자책골을 넣자 ‘고마워요. 마린’이라는 말을 붙여서 상대국 선수들에게 무례함을 보여주었다. 이후 각 SNS 타임라인은 MBC를 비난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특히 예전 올림픽 개막식 중계 방송의 일부 장면을 가져오면서,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았다고 말했다. 결국 박성제 사장이 나서 사과하기에 이른다. * 안산 선수의 프로필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사진 출처 : 한국일보) 다음 주자는 양궁 경기 때 나타났다. 안산 선수가 왜 머리를 짧게 깎았냐는 질문에 ‘편해서’라 답하자 일부 남초 성향 커뮤니티는 ‘극단적 페미니스트’라 비난하며 메달을 반납하라 요구했다. 나아가 옷에 붙은 노란 리본 배지(세월호 관련)와 출신 지역(광주광역시)을 문제 삼았다. 안산 선수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대한양궁협회도 반납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후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국내외 언론에 보도되면서 그 커뮤니티 유저들은 여기저기 비웃음을 받는 중이다. 이러한 일이 왜 생길까? 자신과 다르면 피하거나 혐오하고 조롱하는 모습, 남이 잘되는 걸 못 보는 심보, 다른 나라에 대한 무지, 갑자기 잘살게 되니 주변을 깔보는 근성 등이 인터넷의 발전으로 표출하기 쉬워졌고, 이를 재미있다 여기는 태도까지 더해졌다. 자신이 오랫동안 힘들면 남을 생각할 여유가 부족해진다지만, 대한민국은 그 정도가 심한 사람들이 보인다. 늘 언급했던 무한경쟁 사회와 각자도생이라는 말까지 써야할까? 무지는 남을 알려는 마음과 실천으로 깰 수 있다. 남에 대한 혐오는 그 행동을 하는 자신을 돌아볼 줄 알아야 멈춘다. 우리는 그러할 시간이 있는가? 그걸 유도할 분위기를 만드는가? 지금의 행동을 용인하고 자랑하는 모습은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모습은 달라도 모두 같은 땅을 밟는 인간이라는 생각을 한 번쯤 했으면 한다. 이응상(a.k.a. Blueman) 부족한데 자존심이 강하고 엉뚱한 사람 꿈과 희망을 믿고 배우며 세상을 보려는 사람 누군가에게 친근하고 도움이 되려는 사람 메일 : blueman1988@dau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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