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바라보기>
매일유업, 먹어서 응원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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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은 9월 22일 완성해 블로그에 미리 올려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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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유업 제품을 이용한 어느 동네 빵집의 아이스크림 쉐이크를 사면서 스레드에 남긴 글
요즘 SNS에서 매일유업 살리기 챌린지가 유행 중이다. 구매한 제품 사진과 함께 회사의 사회 공헌 활동과 어려운 상황을 전하며 응원하는 자발적 참여다. 매일유업은 한국의 4대 유제품 생산 업체 중 하나로, 마트나 편의점에서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단백질 제품, 두유 등도 생산하며, 커피 전문점 폴 바셋은 같은 계열사가 운영한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기업이고, 규모도 알찬데 왜 회사 살리기가 유행할까? 그 기업이 해온 일과 현재 처한 상황에서 이유를 찾아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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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유업이 생산하는 12종의 특수 분유, 공식 누리집에서 갈무리
선천성 대사이상질환을 가진 이를 위한 특수 분유 생산
- 음식물의 섭취를 통한 영양분의 소화와 흡수 등의 과정을 물질대사라고 하는데, 대사 과정에 정상적으로 꼭 필요한 물질이 생성되지 못하여 결핍증상이 나타나고 불필요한 물질이 중요 장기(뇌, 심장, 간, 신장 등)에 축적되어 지능 장애와 같은 과잉증상을 일으키게 되는 질환
-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의 이상으로 우리 몸의 생화학적인 대사 경로를 담당하는 효소나 조효소의 결핍이 생겨 나타나는 질환
- 국민건강보험 비급여 정보 포털 <선천성대사이상질환> 항목에서
이러한 질환을 가진 이들은 제한된 음식물을 먹으며 살아가야 하는데, 특수 분유는 만드는 과정과 설비가 무척 까다롭고, 돈도 많이 벌 수 없어 일부 기업이 소량 생산한다. 매일유업은 1999년부터 이 제품을 1년에 두 차례 생산하는데, 공장 가동을 멈추고 8시간 세척, 제품별 부품 교체 등을 거친다. 그 정도로 만들어 파는 이유는 뭘까?
답은 2006년 작고한 창업주 김복용(1920~2006) 회장에게서 찾아야 한다. 그에게 특수분유 생산은 단순한 장사가 아니라 나라를 살리고 국민을 위하는 애국의 길이었다. 그는 "정부가 못 하니까 우리가 해야 한다"며 1999년 당시 10만 명당 3명에 불과한 희귀질환 유아를 위한 특수분유 개발을 지시했다. 또 "이 사업만큼은 비용에 문제가 있어도 중단하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간 크고 작은 경영상 위기에도 불구하고 생산 중단을 고려하기는커녕 이 회사 MIC중앙연구소 담당 연구원들이 매년 PKU 환아 모임에 직접 참석해 이들이 원하는 제품을 추가로 만들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신입 연구원은 반드시 모임에 참석한다. "직접 만나면 마음가짐이 달라진다"(권정일 모유연구팀장)는 이유다. - <단 12명 위해 공장 전체 멈췄다···이상한 분유회사, 이런 게 애국> (중앙일보, 2019.7.25.)
이런 마음으로 이어간 사업 덕에 2024년 8월부터 알리바바 계열의 헬스케어 플랫폼 ‘알리건강’을 통해 특수 분유 전 품목을 중국에 공급한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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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유업, '우유안부' 캠페인 정기후원 독려 이벤트(2022.11.14.) 그림, 매일유업 공식 누리집에서 갈무리
어르신의 안부를 위한 공익사업에 참여‘사단법인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이라는 단체는 혼자 사는 어르신에게 우유를 배달하여 안부를 묻고, 홀로 죽어 방치되는 고독사를 예방하는 전문 비영리 공익법인인데, 매일유업은 2016년부터 후원사로 참여해 ‘소화가 잘되는 우유’, ‘우유속에 락토프리’ 제품의 수익 1%를 여기에 기부한다. 우유안부 캠페인 광고에서 당사자인 어르신을 모델로 내세우며, ‘매일 받는 우유가 큰 위안이 된다’는 이들의 말을 전했는데, 2022년 칸 국제광고제에 이 광고를 출품해 브랜드 익스피리언스&액티베이션 부문 은사자상을 받았다.
그밖에 임신, 출산, 육아를 위한 공개 교육 프로그램 ‘앱솔루트 맘스쿨’ 개최, 다문화가정을 위한 사단법인 한마음교육봉사단 후원, 발달장애인을 위한 요리교실인 세프학교 후원, 전국 각지를 찾아다니며 클래식 공연을 펼친 ‘매일클래식’ 등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을 이어왔다.
그러다 단백질 보충제 브랜드 ‘셀렉스’를 만드는 자회사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매일헬스뉴트리션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2023) 대비 23% 감소한 823억 원, 영업손실은 49억 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 영업손실은 2022년부터 3년간 약 150억 원에 달했다. 영업손실은 1년 새 4억 원가량 개선됐지만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했다. (중략) 시장 내 경쟁 격화로 셀렉스의 성장세는 정체됐다. 일동후디스가 지난 2020년 출시한 '하이뮨'이 업계 1위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이후 남양유업, 빙그레, 대상웰라이프, 오리온 등 후발주자도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도 격화됐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상반기 기준 단백질 보충제 온라인 시장 점유율은 하이뮨 49.7%, 셀렉스 27.1%로, 격차가 두 배 가까이 벌어졌다. - <1위에서 적자로…매일유업 '셀렉스', 수익성 개선 가능성은> (더팩트, 2025.6.25.)
자회사의 위기였지만, 저출산과 값싼 수입 우유 선호 등으로 우유와 분유 판매도 줄고 있다. 최근 임금을 동결하고, 내년부터 임직원에게 현금으로 지급하던 자기 개발 지원금, 건강 지원금을 복지 포인트로 전환한다는 소식도 나왔다.
이런 상황이 몇 년 더 이어지면 사회 공헌 활동도 줄어들거나 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그나마 소비자에게 좋은 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한 점, 잦은 논란과 사건·사고를 일으킨 남양유업보다 이미지가 좋다는 점이 위기를 넘기기 유리해 보였다.
‘매일유업 살리기 챌린지’는 이러한 상황에서 나왔다. 2023년부터 시작해 SNS에서 알고리즘을 통해 이어지는 중이다.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셀렉스’도 때마침 홈쇼핑 판매 1시간 만에 다 팔렸다고 한다.
매일유업 자회사 매일헬스뉴트리션의 단백질 브랜드 셀렉스가 지난 13일 방송된 현대홈쇼핑의 대표 프로그램인 ‘왕영은의 톡 투게더(이하 왕톡)’에서 방송 1시간 만에 완판을 기록하며 매출 15억 원을 달성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 이는 역대 왕톡에서 진행한 ‘셀렉스 프로틴 락토프리 Plus’ 런칭 방송 이후 역대 최고 매출 성과다"라며 "이번 방송은 2025년 올해의 마지막 왕톡 방송이자 추석 특집으로 진행했으며, 9캔 본품 구성에 1캔 추가 증정과 선물용 쇼핑백 증정 혜택까지 더해져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라고 전했다. - <매일유업 셀렉스, 왕톡 홈쇼핑 방송 완판 기록> (로이슈, 2025.9.16.)
매일유업은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로 먹고산다. 한 언론 인터뷰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없이는 존속이 불가능하다’고 말한 대로 특수 분유 생산, 공익사업 후원 등을 이어간다. 소비자들의 제품 구매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지만, 매출이 늘어나 적자가 사라진다면 따로 감사 인사나 더 좋은 보답을 해주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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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상(a.k.a. Blueman)
- 글쓰기 코칭 프로그램 <꿈꾸는 만년필> 5기
- 저서 : <마음을 쓰다> (2015, 교보문고 퍼플) 종이책 / eBook
꿈과 희망을 믿고 배우며 세상을 보려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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