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SNS 타임라인을 살펴보다 ‘매일유업 이스라엘산 손절했나요?’라는 계정의 페이지를 발견했다. 포카리스웨트 등 몇몇 음료에서 이스라엘산 과일과 농축액이 들어간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많은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매일유업의 제품도 들어갔다는 게 의외였다. 거기서 이 회사가 왜 앞장서서 사용을 중단해야 하는지를 팔레스타인평화연대의 SNS 페이지로 알려주었다.
매일유업은 '단 한 명의 아이도 소외되지 않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어야 한다'는 기업 철학을 바탕으로 희귀병 아기들을 위한 특수 분유를 제조하는 국내 유일 기업입니다. 이스라엘 점령군은 가자지구 아기들이 먹을 분유의 반입을 철저히 금지해 모든 아기를 천천히 굶겨 죽이고 있습니다. 매일유업 음료 제품군에 이스라엘산 농축액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7월 25일 매일유업에 메일을 보냈고, 회신이 없으셔서 트위터(현 X), 인스타를 통해 유저들과 함께 매일유업의 이스라엘 손절을 기원하는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윤리적 기업이 집단학살 국가 이스라엘과 손절하도록 함께 힘써 주세요. - 팔레스타인평화연대 공식 X 계정(2025.8.8.)
1948년, 팔레스타인에 건국한 이스라엘은 원주민과 갈등, 주변 국가와 대립을 이어갔다. 나라를 세웠던 유대인은 성경 속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는 소식에 기뻐했지만, 오랫동안 거기에 살던 아랍인은 공포를 느꼈다. 이 나라는 자신의 땅을 되찾는다는 명목으로 원주민을 내쫓고 주변 국가의 영토를 점령했다. 국제연합은 이런 행위를 반대하고 수차례 결의안을 내놨지만 말뿐이었다. 그 사이 2022년 12월부터 효력이 생긴 한국-이스라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이스라엘산 과일과 농축액이 저렴한 가격에 나오면서 기업들은 많은 음료와 과일맛 주류에 이를 쓰고 있다.
2022년 12월 1일 한국-이스라엘 자유무역협정(한-이스라엘 FTA) 체결 이래 국내엔 이스라엘산 농축산물이 대거 수입돼 왔다. 특히 자몽 및 과일·채소류 가공품 수입량이 한-이스라엘 FTA를 거치며 급격히 늘어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수입식품정보마루에 따르면, 이스라엘산 과일·채소류 가공품 수입량은 2021년 5236톤(수입액 한화 기준 약 151억원)에서 2022년 한-이스라엘 FTA을 거쳐 지난해 6125톤(수입액 약 196억원)으로 늘어났고, 자몽 수입량은 2021년 1656톤(수입액 약 32억원)에서 지난해 5033톤(수입액 약 97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점령정책 결과물' 이스라엘 과일 거부한다> (한국농정신문, 2024.3.22.)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침략을 이어가는 한 이런 제품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을 것이다. 2005년부터 팔레스타인 여러 시민 단체가 주도한 보이콧, 투자 철회, 불매 운동에 많은 나라의 소비자와 기업이 참여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미국 최대 교단인 미국장로교와 연합감리교는 이스라엘과 점령 공모 행위를 이유로, 모토로라, 휴렛패커드(HP), 캐터필러에 대한 투자를 철회했다. 또한, 지난 2021년 아이스크림 브랜드 밴앤제리스는 ‘자사가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라며 이스라엘 점령지에서 자사 제품을 철수했다. -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지구 저편의 비극> (충북대신문 제984호, 2024.12.2.)
데이터·컨설팅 기업 글로벌데이터가 지난 7월 발표한 세계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응답자의 거의 절반이 최근 가자 전쟁 등과 관련해 일부 브랜드에 대한 불매 운동에 참여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경우 불매 참여 비율이 약 70%에 달할 정도로 다른 나라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사는 여성 레니 레스타리(31)의 경우 오랫동안 펩소덴트 치약, 도브 샴푸 등 유니레버 제품을 썼으나 가자 전쟁 이후 이 회사 제품을 불매하고 있다. - <反이스라엘 불매운동 거센 인니·말레이서 현지 브랜드 부상> (연합뉴스, 2024.12.31.)
당연히 기업들도 불안할 것이다. 저렴하다는 이유로 이스라엘 과일과 농축액을 들여왔는데, 소비자들에게 비난받고, 현지 사정도 안 좋아진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음료기업 한 관계자는 "유통기한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원액 같은 경우 최소 2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 정도 재고 물량을 확보해 놓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정 시점이 넘어가면 가격이 비싸더라도 공급이 안정적인 미국산을 사용하거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인도, 멕시코 같은 다른 자몽 생산국에서 물량을 조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자몽에이드 고갈 위기'... 이스라엘 전쟁 불똥 맞은 음료기업 "난감하네"> (조선비즈, 2023.10.11.)
이번 불매 운동은 이스라엘이 침략을 멈추고, 팔레스타인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라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전하는 움직임이다. 그들에게 얼마나 영향을 줄 지 알 수 없지만, 팔레스타인의 피해가 늘수록 움직임도 커진다. 이스라엘이 이 사실을 깨닫고 침략을 멈추길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