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이어 쓰기>
#126. 우크라이나 전쟁 속 한국 언론, 누리꾼의 꼴불견 - Peace for Ukrain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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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이 끝났다고 전쟁하면 되나요?
2022년 베이징 겨울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러시아가 벨라루스의 도움을 받아 우크라이나를 침략했습니다. 전세계는 두 나라를 비난하며 우크라이나에 다시 평화가 생기길 바라는 중입니다.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철군을 결의했고, 국제축구연맹, 국제올림픽위원회, 국제패럴럼픽위원회는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대회 참가를 못한다고 결정했습니다. 3월 4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일시 휴전에 합의했지만 언제 재개될지 걱정이네요. 패럴럼픽이 열리는 동안이라도 전쟁 소식이 들리지 않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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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3월 1일, KBS 뉴스9 해당 보도화면
“이번 러시아의 침공을 계기로, KBS가 ‘키예프’를 ‘키이우’로 표기를 하고 발음하면서 우크라이나에 힘을 보태면 어떨까요? 침략의 아픔을 기억하고 있는 우리가 3·1절을 기점으로 ‘키이우’로 발음한다면 더욱 의미가 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2022년 2월 28일, KBS 사내게시판에 올라온 글 일부
시작하기 전 위의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의 지명을 러시아어와 비슷하게 썼었는데 3월 1일, KBS 뉴스9에서 현지 언어와 비슷하게 바꾼다고 밝혔습니다. 갈무리 화면에 보이듯이 키예프는 '키이우'로 바꾸었네요. 저도 이번 글부터 똑같이 쓰려 합니다. 국립국어원과 KBS 한국어연구부의 자문을 거친 만큼 언론에서 조금씩 고칠 거라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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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맵에서 갈무리한 우크라이나와 주변 국가, 수도 키이우가 여전히 러시아어 명칭으로 표기중이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정권 교체로 이어진 유로마이단, 크름 반도(러시아명 크림 반도)의 독립과 러시아 연방 편입 등으로 이어지며 불안감이 커졌고, 친러시아 성향이 다수인 도네치크(러시아명 도네츠크), 루한시크(러시아명 루간스크)도 편입을 선언하자, 러시아는 벨라루스의 지원을 받아 우크라이나 전역에 폭격을 가했다. 북미와 다수 유럽 국가는 러시아 경제 제재를 시작했고, 한국도 동참하였다. 전 세계는 한목소리로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비난했고, 우크라이나가 다시 평화를 되찾길 바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나도 매일 관련 소식을 듣지만, 원인을 제대로 알지 못해 섣불리 나설 수 없었다. 앞서 말한 대로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잘못한 건 사실이지만, 북미와 다수 유럽국가가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를 이용해 러시아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대신 이 글에서 한국의 일부 언론과 누리꾼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다루며 보인 꼴불견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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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2월 25일, 조선일보 1면 기사
1. 조선일보의 대북정책 비난
2월 26일, 조선일보는 전쟁 소식을 전하며 1면 기사 제목(<‘힘없는 평화’는 국민을 지킬 수 없었다>)과 사설(<우크라 보고도 “평화” 타령, 침공당하면 ‘종전 선언’ 종이 흔들 텐가>)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열을 올렸던 문재인 정부와 대화로 풀자는 이재명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북한이 미사일, 핵잠수함 개발을 이어가는데 종전선언 종이만 흔들다 우크라이나 꼴 난다며, 힘으로 대비하는 사람에게 평화가 깃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자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연재하는 ‘브리핑에 없는 대통령 이야기’ 40회에서 역대 정부 중 최고로 방위력 개선비를 늘리고, 잠수함 개발과 비행기 수출 등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반박했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힘이 부족하다’는 프레임을 언제까지 써야 할까? 이미 북한과 대치 상태에서 군사력을 계속 키워 무기 수출국이 되었는데 조선일보는 얼마나 힘을 더 갖춰야 만족하는지 묻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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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2022.2.23 방송 일부 내용
2. 검증 없는 외신 기사 인용과 가짜뉴스 퍼 나르기
2월 24일, SNS와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2보] 푸틴, 우크라이나 동부서 특별 군사작전 선포>라는 연합뉴스 기사 제목을 ‘전략 핵무기 사용 승인’으로 바꿔 퍼 나르는 소동이 벌어졌다. 그러자 연합뉴스는 공식 SNS로 ‘연합뉴스를 사칭한 ‘가짜뉴스’가 퍼지고 있습니다. (중략) 문제의 기사들이 더 이상 유포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하나의 웃음거리로 끝났지만, 외신의 오보를 그대로 전한 주요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전날 올레나 쉐겔 교수(한국외국어대학교 우크라이나과)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전화 인터뷰에서 언론에 보도되는 우크라이나 관련 소식에 러시아의 입장이나 주장만 반영됐다고 주장하며 바로잡았다.
“돈바스 지역의 50% 사람들이 러시아 사람들이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는데 제가 조금 설명을 해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50%는 러시아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고요. 왜냐하면, 러시아계 사람들이라고 할 수는 있는데 이 사람들은 19세기로 러시아 제국 때부터 이주해 왔던 사람들이거든요. (중략) 원래 러시아계 사람들이지만 굉장히 오래전에 이주해 왔던 사람들은 스스로 우크라이나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많아지고 2014년에 전쟁이 시작했었을 때 우크라이나 본토로 대피한 사람들도 꽤 있었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꼭두각시 정권이 들어섰으니 되찾아야 한다는 기자회견에 대해) 러시아 관련 언론은 푸틴의 프로파간다 수단이라, 사실을 확인하셔야 합니다. 지난주에 한 한국 언론사가 ‘우크라이나 군이 도네치크 루한스크 이른바 공화국들을 공격했다’라는 걸로 보도했는데 사실은 거꾸로였어요. 우리가 공격을 받은 거예요. 가짜 뉴스가 보도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25일엔 MBC의 디지털 콘텐츠 ‘엠빅뉴스’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평소 행보를 문제 삼은 영상을 올렸다가 우크라이나 누리꾼의 비판을 받고 다음날 삭제했다. 젤렌스키가 정치 경험이 부족해 전쟁을 초래했다는 식으로 다루었으니 어이가 없었을 것이다.
“한국 뉴스가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영상 만드는게 부끄럽지도 않냐? 곧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는 거 알겠는데, 다른 나라에 대한 여론몰이를 이런 식으로 하는 건 진짜 아닌 것 같다. 원하는 그림만 보여주고 일부 팩트만 이야기를 하면서 "우크라이나 처럼 되지 않게 선거를 잘하자"는 메시지를 푸시해나가고 있는 것 같은데, 이게 언론사가 할 짓이냐? (중략) 우크라이나 정치 배경을 1도 모르니까 우리의 이런 선택을 절대 이해 못 하는 거다. (중략) 개인 유튜브도 아닌 언론 매체인데, 언론인답게 중립적으로 뉴스를 보도해라. 이런 행위는 정보에 대한 근거없이 언론이라는 탈을 씌운 가짜뉴스에 불과하다.” - 방송인 겸 모델인 올레나 시도르추크가 공유한 누리꾼의 댓글(원래 링크가 삭제되어 나무위키의 관련 항목에 추가)
이는 한국의 어느 언론사든 종군 기자는커녕 현지 사정을 제대로 다루는 특파원이 많지 않음을 보여준다. 필연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타 국가의 언론 보도를 인용하는데, 비교와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으니 문제가 있어도 그대로 사람들에게 전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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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NEWS '[🔴끝까지 LIVE]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현지 실시간 상황과 뉴스' 갈무리 화면
3. 현지를 감시, 중계하는 방송사 CCTV
KBS, MBC는 자체 유튜브 채널로 우크라이나 현지 상황과 관련 뉴스 다시보기를 실시간으로 방송한다. 1~2시간 정도 실시간으로 내보내는 JTBC까지 포함하면 3곳에서 관심을 보인다는 뜻이다. 문제는 방송사의 중계 태도와 누리꾼이 남기는 실시간 댓글이다. 보는 사람 모두가 우크라이나의 안타까운 모습에 관심이 생기길 바란다는 의도였겠지만, 민간인이 피해를 입는 모습이라든지 흥미 위주의 댓글 등 자극적인 내용이 가득함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를 다룬 언론 보도가 나간 뒤 배제, 관리한다고 밝혔지만, 스포츠 중계가 아니니 당하는 사람은 기분 나쁘지 않을까?
“만약 서울에 전쟁이 났는데, 우크라이나 방송국에서 서울 CCTV를 유튜브 생중계한다고 생각해봐라.” - 한 영화감독이 자신의 SNS에 남긴 글
“CCTV 화면에 나오는 사람들도 누군가의 가족이고, 또 순간적으로 사고가 일어난다면 이를 보는 이들의 2차 피해도 일어날 수 있다. 전쟁 중인 나라의 CCTV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그 목적이 궁금할 정도다. 글로벌 시대에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얽혀있지만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전쟁을 CCTV로 생중계할 정도의 정당성은 없으며 미디어의 역할인 ‘관점’ 역시 빠져있다." -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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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2월 24일, 유튜버 '소련여자'에 올라온 영상 갈무리 화면
4. 러시아 출신 유튜버에게 가하는 사이버 폭력
인터넷 여론을 주로 다루는 인사이트와 위키트리는 러시아 출신 유튜버 ‘소련여자’(크리스티나 안트레예브나 옵친니코바)가 자국 선수 도핑 의혹, 우크라이나 전쟁에 침묵한다는 기사를 실었고, 일부 누리꾼은 그 사람을 비난하는 댓글을 달았다. ‘소련여자’는 2022 베이징 겨울 올림픽에서 러시아올림픽선수단(2014년부터 러시아 선수들이 금지 약물을 복용한 채 경기에 출전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국가 출전 자격을 박탈당하고 2020년부터 개인 자격으로 출전 중)의 카밀라 발리예바 선수가 약물 복용 사실이 드러나도 피겨 스케이팅에 참가하면서 비난을 받은 소식을 듣고 해명과 도핑 반대 영상을 만들고 비공개했는데, 그 기사가 나오자 2월 24일에 다시 올렸다.
금지 약물을 복용하고 출전한 건 일부 러시아 선수고, 우크라이나 침략을 승인한 건 러시아 정부인데 아무 관계 없는 러시아 출신 유튜버에게 비난을 돌린 셈이다. 한 사람을 이용해 기사 조회 수를 늘리고, 기분을 푸는 행위는 잘못된 상술이자 사이버 폭력이다. 그 사람이 금지 약물과 전쟁 반대를 외쳤으니 두 언론사와 누리꾼은 속이 후련한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용해 자기 속을 채우려는 이들을 소개했다. 의도가 어떻든 사람들은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며, 피해를 당한 사람이 있는 한 정당하다 볼 수 없다. 전쟁 소식은 보고 듣는대로, 균형 있게 다루되 피해자의 처지를 생각해야 한다. 의견을 내고 싶으면 어떤 경우라도 전쟁은 옳지 않음을 말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피해를 당한 사람, 이 때문에 일부 언론과 누리꾼에게 원치 않게 피해를 당한 사람 모두를 위로하며 이 글을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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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상(a.k.a. Blueman)
- 글쓰기 코칭 프로그램 <꿈꾸는 만년필> 5기
- 저서 : <마음을 쓰다> (2015, 교보문고 퍼플) 종이책 / eBook
부족한데 자존심이 강하고 엉뚱한 사람 꿈과 희망을 믿고 배우며 세상을 보려는 사람 누군가에게 친근하고 도움이 되려는 사람
메일 : blueman198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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