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SNS 타임라인에 올라온 어느 영상이 우연히 내 눈에 들어왔다. 국립대전현충원에서 노루가 묘비에 올려진 생화(시들지 않은 채 잘려진 꽃)를 뜯어먹고 있었다. 귀여운 모습에 풍경도 평화로워, 보면서 마음이 편안했는데, 댓글은 비슷한 반응을 보인 사람과 노루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조화가 아닌 생화를 뜯어먹는게 당연한데 뭐가 감성적이냐는 사람으로 나뉘었다. 이걸 보며 MBTI에서 말하는 F(감성형)와 T(사고형)의 차이라고 말하는 댓글도 있었다.
노루가 이런 모습을 봤다면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내가 태어나 뛰놀던 곳에 줄지어 서있는 돌(묘비)이 보였고, 버려진 꽃에 향기가 나서 먹은 건데 왜 싸우는 걸까?"
국립대전현충원은 ‘열린 현충원 밝은 현충원’이라는 슬로건 아래 온 국민이 즐겨 찾는 아름다운 호국공원으로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여러가지 식재를 심는 등 경내 녹지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였다. 그 결과로 국립대전현충원은 꽃사슴, 고라니, 노루, 다람쥐, 너구리 등 다양한 야생동물이 조화로운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 <국립대전현충원의 꽃사슴> (국립대전현충원, 2015.5.12.)
이미 그곳엔 고라니, 꽃사슴도 같이 산다는 글들이 올라오는 중이다. ‘나라를 구하고 지키다 세상을 떠난 이들이 잠든 곳’이라는 현충원은 우리 인간에게 중요하겠지만, 거기에 살던 동물에겐 커다란 종이 들어와 돌을 세우고, 꽃을 버리고, 의미모를 행동만 하다 가는 곳으로 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