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이어 쓰기> (번외)4월을 맞이하며
많은 분을 떠나 보냈던 4월입니다. 4월하면 생각나는 날이 많습니다. 이미 지나간 4.3(제주) 그리고 4.16(세월호)과 4.19(민주화 운동)...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고, 누군가는 그들을 희생시켜도 되는 존재로 여겼다는 게 공통점이겠죠. 이 날들을 빼더라도 세상을 떠난 분이 많고 지금도 그렇지만, 유독 생각나는 이유가 위의 공통점이 우리 사회에 많은 영향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며 그들의 죽음을 애써 피하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더 죽는 사람이 없도록 방법을 찾고, 행동하는 게 옳은 길 아닐까요? 하지만 방법만 잠깐 논의하다 뒤로 미루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여서 참 아쉽습니다. 이 글을 메일로 보내는 날이 재보궐 선거 당일이라 묻혀지겠지만, 혹시 보게 되면 나름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SNS에 남겼던 누군가의 죽음에 관한 두 글과 관련 유튜브 동영상 링크를 올립니다. 늘 하는 말이지만, 부족하더라도 많은 분이 읽고 공유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펭수의 'Tears in Heaven' 커버 영상 ('자이언트 펭TV')
Eric Clapton의 Tears in Heaven은 자신의 4살짜리 아들이 사고로 죽기 전에 남겼던 '사랑한다'는 한 문장의 편지에 답하기 위해 만든 노래다.
아들에게 잘해주지 못했다며 후회와 죄책감에 시달리다, 영화 'Rush'의 음악을 맡다가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안타까움과 감동을 준다. 잔잔한 기타연주와 위로하는 듯한 가사는 누군가에게 천국을, 다른 이에게 그리움을 느끼게 한다. 이번에 자이언트 펭귄 '펭수'가 커버한 영상을 보고 나니, 최근 뉴스에서 들은 많은 이의 죽음이 떠올랐다.
자신의 선택을 혐오하고 모욕주던 세상에 맞서다 크게 지쳐 죽은 이들, 평범한 일상을 보내다 억울하게 적으로 몰려 죽은 이들, 여행 도중에 제대로 구조를 받지 못하고 죽은 이들, 나라의 정의를 말하며 평화롭게 시위하다 진압이라는 이름으로 죽은 이들.
그들은 천국에서 잘 살고 있을까? 아니면 다시 인간세계로 돌아와 더 좋은 사람으로 환생했을까?
그들에게 다가가 묻지 못하고, 노래 가사처럼 '난 강해져야해, 그리고 살아남아야겠지'라고 되뇌이는 스스로를 바라볼 뿐이다. 갑작스런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먼저 간 이들을 위로할 수 있지 않을까?
아름답게 피어있다 잎이 날아가고 떨어지는 꽃들을 바라보니 마음이 잔잔해진다. 그들의 죽음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헛되이 보내지 않을 방법이 없을까? 예전에 감명깊게 본 드라마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구세라 : 아무것도 아닌 내가 나대고 다녀서, 9명이었던 해고자가 10명이 됐어. 네가 그날 밤 말했던 것처럼 내가 할 수 있는 일,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할거야. 그래서 9가 10이 되지 않게 할거야. 서공명 : 그리고 구세라는 9명도 신경쓰겠지. - KBS 드라마 <출사표> 8회에서 #어느덧4월 #천국에서_만나요 #그들의죽음이헛되지않도록 뉴스타파 - 목격자들 4회 '건달 할배, 채현국'(2015.4.27) 2021년 4월 2일, 효암학원 명예 이사장이셨던 채현국 할배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SNS 속 타임라인으로 봤다. 죽음 앞에 가릴 사람 없다지만 벌써 가셨다니 흘러가는 세월이 아쉬울 뿐이다. “거침없는 인생과 개념을 지닌 할아버지” 그분의 인생을 인터뷰 형식으로 엮은 책 『풍운아 채현국』(김주완 지음, 피플파워 펴냄) 감상문 제목이다. 지금은 오랜 시간 일하다 잠시 숨 쉬는 처지지만, 이 책을 읽고 그렇게 나이 들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오척단구 거한, 당대의 기인, 인사동 낭인들의 활빈당주, 가두의 철학자, 발은 시려도 가슴은 뜨거웠던 맨발의 철학도, 개인 소득세 납부액이 전국 열 손가락에 들었던 거부(巨富), 해직기자들에게 집을 한 채 씩 사준 파격의 인간, 민주화운동의 든든한 후원자, 이 시대의 어른….” - 책표지 뒷면 홍보문구 이 수식어 앞에 내 거를 붙여도 사족일 뿐이다. 그마저 피하실 정도로 겸손하신데 무슨 말을 남겨야 할까? “이 기록을 책으로 남기겠다고 하자 자신을 ‘훌륭하다든지 근사하다든지 하는 식으로 쓰지 말 것’을 당부했다. 만일 그런 식으로 자신을 미화시키거나 하면 ‘불 싸지르라’며 화를 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 3부 ‘비틀거리며 왔지만 그래도 수지맞은 삶’에서(175쪽)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블로그에 남겼던 감상문을 다시 보았다. 책의 내용과 소감을 더 자세히 적지 못한 게 후회스러웠다. “이 인터뷰 책을 읽으면서 과연 나도 이 할아버지처럼 양심을 지키고 살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보통 사업을 물려받으면 유지하거나 확장하려고 노력하는 데 말이죠. 또, 해직기자나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에게 자신의 재산으로 기꺼이 집이나 쉼터를 마련했던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또 계속해서 이런 개념을 유지하며 살 수 있을까 하는 놀라움도 느꼈고요. 말이 필요없는 이런 할아버지를 누가 비난 할 수 있을까요? 한번 읽고 또 읽어도 가치가 있는 이 책을 감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 본인이 쓴 감상문 일부 다시 한번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나이가 들면 그분처럼 겸손하게 살 수 있을까? 아무리 당대의 영웅도 시간이 지나면 속물로 변하는 세상에서 지금 세운 가치를 지킬 수 있을까? 전날에 이 글을 쓰기로 하면서 이 책을 온라인으로 샀다. 시간에 치여 서재의 한쪽을 장식하겠지만, 틈틈이 읽으면서 내 생각을 돌아볼 계획이다. 그분이 바라는 사회는 오지 않았지만, 우리 사회가 언젠가 이 말 앞에서 정신 차리고 앞으로 나아가리라 믿는다. “다양한 가치가 함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사회. 돈이 없어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는 계산으로 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 (156쪽) 이응상(a.k.a. Blueman) 부족한데 자존심이 강하고 엉뚱한 사람 꿈과 희망을 믿고 배우며 세상을 보려는 사람 누군가에게 친근하고 도움이 되려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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