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이어 쓰기> #106. 무한경쟁과 각자도생, 함께 풀어야 한다
4월 16일을 지나고 있습니다. 이 글은 4월 15일에 보냅니다. 다음날은 일어나선 안 될 참사가 있는 날이죠. 이미 7년을 지나고 있지만 희생자를 대하는 태도만 우호적으로 바뀌었을 뿐, 여전히 변한 건 없었습니다. 4월 재보선 결과에서 20대 남성 다수가 제1야당 후보를 선택하고, 여성은 다른 정당들을 선택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들은 말하죠. '세월호 이후에, 촛불 이후에 무엇이 달라졌습니까?' 이번 글은 제대로 구성을 짜고 아는 이야기를 찾아 쓴 덕에 제대로 나왔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분들의 칼럼에 비하면 비교가 될 지 모르겠습니다. 구체적인 결론을 바라셨다면 죄송합니다. 대신 제 이론에 맞는 구체적인 방법들이 곳곳에서 쏟아지길 바래봅니다. 그 전에 쓴 글에 어울리는 영상 한 편 공유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이 참사들의 공통점 | "참사가 일어나는 패턴을 보면 똑같습니다" (닷페이스,2021.4.14.) "2021년 세월호 7주기를 맞아 삼풍백화점 유가족, 대구 지하철 참사 유가족, 그리고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참사가 일어난 시기와 장소는 제각각 다르지만, 온전히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유가족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세 참사는 모두 '현재진행형'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세월호 7주기를 맞이해야 할까요? 이 반복되는 사회적 참사들은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요? " 닷페이스가 4.16 재단과 함께 만든 인터뷰 영상입니다. 2~30년 넘게 참사가 반복되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대한민국을 말하는 것같아 슬프네요. 묻히려는 자와 밝히려는 자의 싸움이 곳곳에서 진행된다는 사실을 기억하겠습니다. 각 참사 유가족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드리고 싶습니다. 무한경쟁과 각자도생, 함께 풀어야 한다
2021년 4월 재보선에서 서울•부산 시장에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었다. 그들을 선택했거나 예측한 사람 중에 20대가 많았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언론은 그들의 선택 이유, 평소 성격과 행동 패턴 등을 다루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의 다수가 더불어민주당 소속 현 정권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러 이슈로 알았지만, 과거의 이데올로기와 동떨어진 점, 젊을수록 진보적이라는 도식을 믿었고, 고등학생 당시 세월호 참사를 겪었고, 촛불집회 참여와 선거 연령 하향을 요구했던 점을 들어 연민과 희망의 글을 썼었다. 하지만 며칠 전 한 교사가 칼럼으로 전한 그들의 말을 듣고, 남아있던 환상이 싹 사라지며 가슴도 먹먹했다. “세월호 참사가 아이들에게 던져준 '교훈'은 우리의 생각과는 아예 딴판이다. (중략) 국가는 위기에 빠진 개인의 생명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 기성세대의 통제나 지시보다 안전에 대한 개인의 감각과 판단을 신뢰할 것. 그리고 대한민국은 돈이 목숨까지 살릴 수 있는 각자도생의 사회라는 것.”
그리고 내가 즐겨보던 애니메이션 <오소마츠 상>(한국명 : 오소마츠 6쌍둥이)의 에피소드 중 하나를 떠올렸다. 혼자 살던 아저씨가 놀자며 찾아온 아이들에게 <토끼와 거북>이라는 종이 연극을 보여주는 이야기인데, 우리가 아는 결말에 현실의 모습을 살짝 집어넣은 블랙 코미디였다. * 결승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했던 거북 앞에 많은 존재가 줄지어 달리고 있었다. (오소마츠상 3기 15화 중 한 장면을 캡쳐함.) ⓒFujioAkatsuka/Mr.Osomatsu-Project “결승점이라고 생각한 곳은 결승점이 아니었고, 인생길은 끝도 없이 이어져 있었어요. (낮잠을 자던 토끼가 정신차리고 뛰어서 거북을 앞지르자) 저 멀리 앞서 달리는 엄청난 녀석들을 발견했지요. 그들은 바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진짜 토끼들이었습니다. 사회엔 생각보다 이런 자들이 많은데 다들 굉장해서 이길 수 없지요. (토끼 앞에 여러 동물들이 줄지어 달리거나 하늘을 날자) 맨 앞에서 달리는 놈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고, (중략) 이런 사회 구조를 알게 된 거북은 생각했어요.” “이게 재능의 차이인가? 노력으로 비벼볼 수준이 아니구나. 좋아, 난 이제 다시는 남들과 경쟁하지 않을거야! 깨끗이 포기하자.” 그리고 거북은 술과 도박으로 가정을 잃고 빚을 엄청나게 지며 살았는데, 그 정체가 아저씨 자신이라며 웃다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가 끝난다. 빠르게 성장하던 옛날엔 누구나 능력과 의지가 있다면 부와 명예를 손쉽게 얻지만, 느리게 성장하는 지금은 가진 자가 기회를 많이 얻어 가족과 지인에게 물려줄 뿐이다. 그 밑에 있는 다수의 우리는 가진 자에게 줄을 서거나, 자신이 선 위치에서 살아남기 위해 옆 혹은 그 아래에 있는 사람을 견제하고 짓밟으며 아등바등한다. 이런 불균형을 조절해야 할 지도층이 가진 자의 편을 들거나 어쩔 수 없다며 방임하는 사이, ‘무한경쟁’과 ‘각자도생’이라는 단어는 우리 사회를 지배하였다. 우리 사회가 이런 악순환을 끊고, 다시 생기를 얻고 희망을 품으려면, 교육 등 사회 전반의 문제를 해결하고, 서로를 향한 혐오를 멈춰야 한다. 특히 우리 모두의 큰 결심이 필요하다. 첫째, 개개인의 집단지성을 활용한다. 하나의 일을 하려면 소수의 전문가가 필요하지만, 움직이는 힘은 모두가 가진 생각과 지식의 공유다. 핵심은 서로 간의 소통과 공론화다. 사회를 지배하는 그 단어에 관심을 두고, 각자 다른 처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모두의 고민이 되었다면 각자 의견을 내고 방법을 찾는다. 둘째, 이 사회에 어려움을 겪거나 다른 시선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모두에게 알린다. ‘그대로’에 방점을 찍은 이유는 우리가 가진 편견 혹은 고정 관념을 빼고 듣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셋째, 서로를 향한 도움과 격려의 손길이 필요하다. 생각을 존중하되, 필요하면 도우며 정을 나누어야 한다. 혹자는 이 세 가지가 누구든 말할 이론이라 하겠지만, 전문가가 아니라서 이렇게 답할 수밖에 없다. 이런 거조차 하지 않는데, 정권이 바뀌고 구원자가 오면 문제가 쉽게 해결될까? 각자의 생각이 유일하고 완벽할 수 없다. 좋은 점을 찾아 실천할 뿐이다. 우리가 그걸 지킨다면 이 사회를 지배하는 무한경쟁과 각자도생을 풀고, 오랫동안 잘 살 수 있다고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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