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이어 쓰기> #117. 지역 청년을 붙잡으려면 – KBS 다큐On ‘우리가 서울에 온 까닭은?’을 보면서
10월이 찾아왔습니다. 2021년이 어느덧 세 달 남았습니다. 코로나19와 공존하는 일상, 내년에 있을 대통령 선거와 지방 선거 등등이 머지 않았다는 얘기죠. 초저출산, 다양한 불평등으로 둘러싼 대한민국은 언제 해결될까요? 저는 몇년 전부터 언급하기 시작한 수도권과 지역 사이의 격차를 이번 달에 이야기하려 합니다. 사람들은 더 나은 삶을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수도권에서 방송하는 전국 프로그램을 보지요. 비수도권으로 불리는 지역의 목소리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을 가만히 볼 수 없었습니다. 이번 달에 관련 칼럼을 두 번 올리고, 그 사이에 관련 주제를 옛날 신문에서 찾아 SNS로 올리겠습니다. 한 주제로 한 달 내내 글을 정하고 쓸 수 있어 편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나는 가끔 하루 휴가를 받으면 주변 도시를 여행하다 많은 가게를 들른다. 눈을 사로잡는 실내장식과 분위기, 음식의 맛, 친절한 서비스 등을 느끼면서 왜 이 지역에서 사랑받거나 유명한지 깨닫게 된다.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느낄 수 없는 지역 가게의 매력이랄까?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이 지역이 사라지면 이 매력적인 가게도 갈 수 없겠지?’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 중인 대한민국에서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이 늘고 있다. 2020년 10월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기대 의원이 한국고용정보원의 5월 기준 지역별 인구소멸 위험지수를 인용해 분석한 자료에서 228개 시군구 중 105곳이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고 말했다. (<위기의 대한민국…"인구소멸 위험 지역 100곳 넘었다"> 한국경제, 2020.10.7.) 오래전부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큰 격차는 해결되긴커녕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나는 3년 전에 관련 글들을 쓰면서 많은 사람이 이 주제에 관심을 가지길 희망했었다. “서울은 중심지답게 많은 문화가 어우러져, 즐길 거리가 많고, 마음 맞는 사람을 찾기 쉬운 도시다. 거기서 살거나 직장을 둔 사람도 친절하거나 직업 정신이 투철해 보였다. 하지만 단점도 많다. 물가와 집값이 천차만별이고, 높은 건물투성이고, 사람들이 일하는데 철저하고 냉정하게 보인다. 그래도 많은 지방 사람이 서울을 여행하고, 살기 위해 상경한다.” - 특별기획 ‘서울’ 에필로그에서 “지방은 각 특징으로 장단점/호불호가 갈린다. 흥미를 끌 만한 부분이 있지만,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할 시설은 적고, 물가는 서울보다 싼데 일할 곳이 적고, 사람도 친절한데, 갈수록 줄어든다.” - 특별기획 ‘지방’ 프롤로그에서 특히 청년층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수도권으로 몰리는 이유를 주목해야 한다. KBS ‘다큐On’ <우리가 서울에 온 까닭은?>은 서울로 올라온 4명의 청년이 한자리에 모여 나눈 이야기와 경상북도, 전라남도의 사례를 번갈아 다루면서 해결 방안을 생각하자고 말한다. * KBS '다큐On' <우리가 서울에 온 까닭은?> 하이라이트 영상 “우리나라 전 국토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50%, 주요 기업의 80% 이상이 몰려있다. 인구, 경제력, 권력 등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되어가는 동안 지방은 늙어가고, 점점 비어가고 있다. (중략) 나고 자란 고향을 떠나 서울행을 택하는 젊은이들. 이들이 서울엔 온 까닭은 무엇일까? (중략) 어떻게 빠져나간 젊은이들을 붙잡고 무너져가는 지방을 일으킬 것인가?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상생해 균형 잡힌 대한민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은 무엇인지 다큐On에서 함께 고민해본다.” - 소개 부분 그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 서울에 정착한 이유는 다르지만, 수도권과 지방의 현실을 잘 말해주었다. 정구민(앱 개발자, 청주 출신, 서울 2년차) - IT기업 특성상 청주에 일자리가 없어서 서울로 올라왔는데 ‘성장의 기회가 무궁무진하다’는 걸 느꼈어요. 송설송희(대학생, 순천 출신, 서울 2년차) - 중학교 때 ‘전남대 정도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고등학교 때 친구들 사이에서 ‘서울로 가야 잘 풀린다’는 말이 나오더라고요. 배윤정(연극배우, 부산 출신, 서울 8년차) - 회사에 취직하면서 서울로 올라왔고, 그만둔 뒤 부산으로 내려갔다가, 연극배우가 되려고 다시 올라온 경우입니다. 이경곤(회사원, 창원 출신, 서울 4년차) - 미용을 전공할 당시 ‘지방보다는 서울에서 배우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올라왔습니다. - ‘서울에 올라온 이유는 뭔가요?’라는 질문에서 송설송화 – 하루에 운행하는 버스가 한 노선에 약 5~8대인데 1대당 배차 간격이 약 3시간이라서 택시를 타고 이동하거나, 그 시간에 맞춰야 해요. 친구들과 헤어질 때 ‘버스가 1시간 뒤에 오니까 30분 뒤에 헤어지자’고 말해요. 배윤정 – 서울에는 대학로에 연극 공연이 많고 무엇이든 볼 수 있는 거예요. 그런데 부산은 그 공연 중 몇 개가 지방공연으로 내려와야 볼 수 있으니 그게 제일 불편해요. 이경곤 – 서울에 사는 친구들이 창원에 놀러 오면 하는 말이 ‘창원은 놀 게 없더라’였어요. 처음에 이해할 수 없었는데, 제가 서울에 와서 보니 정말 놀 곳이 많았습니다. - ‘고향에 살며 불편한 점이 있었나요?’라는 질문에서 이 다큐는 4가지 사례를 소개하며 청년들에게 필요한 점을 잘 말해주었다. 의성군은 지역 청년과 다른 지역 청년이 한 팀이 되어 사업을 제안하면 선정된 팀에게 지원금 1억 원을 주는 ‘이웃사촌 시범마을’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 '이웃사촌 시범마을', '청춘작당 협동조합', '체인지업 그라운드'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경북도와 의성군이 ‘이웃사촌마을 조성’에 집중 투자하는 이유는 미래의 의성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이웃사촌 시범마을의 핵심은 ‘청년 일자리’, ‘의성살아보기’등 청년이라는 컨텐츠로 요약된다. 의성군은 이곳에 5대 분야에 걸쳐 모두 34개의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해까지 7개 과제가 완료됐다. 27개 과제는 현재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당초 최대 관심을 모았던 청년 유치 분야에서는 127명이 이곳에서 활동하면서 미래 의성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무엇보다 기대되는 분야는 청년 일자리 창출분야다. 17개팀(15개 창업, 2개 준비중)이 창업을 하거나 오픈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조성이 완료된 스마트팜(청년창농)과 반려동물들의 낙원이라 일컬어지는 펫월드(반려동물문화센터)가 활성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청년들의 맞춤형 주거단지도 포스코와 연계해 문을 열어 이미 입주가 진행 중이다. 생활 여건 인프라도 속도를 내고 있다.” - <의성의 미래 ‘이웃사촌 시범마을’ 조성, 지역이 직접 주도> (대구신문, 2021.5.2.) 곡성군은 수도권 등에서 온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청춘 작당’ 프로젝트를 운영하는데, 참가자들은 100일 동안 머물며 차량, 숙소, 식비 등을 지원받고 여러 활동을 경험할 수 있다. “곡성 100일 살기를 통해 귀촌을 경험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청년들의 삶의 선택지에 귀촌이라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청년 귀촌’이라는 쉽지 않은 도전에 발판이 되는 프로그램이에요. (중략) 지역을 경험한 청년들은 자신의 재능과 지역의 필요가 만나는 지점을 발견했습니다. 농업뿐만 아니라 교육, 영상, 디자인, 기획, 매거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회를 발견하는 100일을 함께 보냈어요. 청년에게 귀촌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시작한 청춘작당. 단순한 100일 체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농촌의 지속적인 변화와 청년의 기회를 잇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도록 지금도 움직입니다.” - 청춘작당 협동조합 홈페이지에서 “‘체인지업 그라운드 포항’은 100개 이상의 기업이 입주 준비 중이며,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필적하는 유니콘 기업을 꿈꾸고 있다. 사업영역은 기계•소재, 전기•전자•반도체, 정보통신•소프트웨어, 바이오•의료, 화학•에너지•자원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으며, 대한민국과 세계의 기술 경계를 책임질 탄탄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중략) 지상 7층, 지하 1층, 연면적 28,000㎡ 의 규모를 자랑하며, 스타트업 기업들에게 연구지원, 투자 육성 등 기존 창업 프로그램과는 차원이 다른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지금까지 스타트업을 위한 인큐베이팅 센터들과는 규모와 시설부터 남다르다. 특히 체인지업 그라운드 포항은 각 층별로 각기 다른 테마와 주제를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다.” - <세상을 향한 스타트, 체인지업 그라운드(CHANGeUP GROUND) 포항 개관> (포스코 뉴스룸, 2021.7.23.) * 서울특별시교육청-전라남도 교육청 <농촌유학 프로그램> 포스터 비슷한 사례가 앞으로 여러 지역에서 나오겠지만,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다큐에 나온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막상 이런 프로그램을 해서 청년이 지역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당장 주거 문제가 해결이 안 되고, 일자리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사실 그런 사람들은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기 마련이거든요. 지역 자체에서 청년들 대상으로 일자리와 주거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나서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현실적으로 좀 더 효과가 증폭되자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 청춘작당 프로젝트로 곡성에 내려와 사진관을 운영하는 김수빈 “(포항에서 투자자와 인재를 구할 때) 한 500명 연락하면 499명이 거절해요. 모든 면에서 다 잃는 것만 보이는거죠. 커리어, 여가, 인프라, 급여 모든 부분에서 다 마이너스 요인밖에 안 보이겠죠.” -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 스타트업 대표 곽인범 “이 기업들이 커졌을 때 어떻게 계속해서 이곳에 정착하게 할 건지는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한 거 같습니다. 왜냐하면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 아무래도 서울로 올라가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을 거 같아요.”-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 스타트업 연구원 김재형 서울시 교육청과 전라남도 교육청이 협약하여 운영하는 농촌 유학 프로그램처럼 다른 지역 주민에게 오래 머물렀을 때 느낄 매력을 선물하려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실제 농촌 유학 프로그램 참가로 곡성군에 온 학부모 이은미 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아이가 작년에 학교를 많이 나가지 못했다"며 "청정하고 깨끗한 자연환경에서 아이들을 키워보고 싶어 내려오게 됐다"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곡성으로 이주해 오산초에 자녀를 전학시킨 학부모 서지연 씨는 "평소 교육에 관심이 많은데, 자연환경뿐 아니라 숲 교육 등 곡성군에서 운영 중인 교육 프로그램에도 눈길이 갔다"며 "자연과 생태 속에서 이루어지는 곡성만의 독특한 교육이 아이의 정서는 물론 앞으로의 시대가 요구하는 능력들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고 했다.” - <'서울서 곡성으로' 농촌유학 4가족 8명…"새로운 교육환경 찾아"> (연합뉴스, 2021.3.9.) 현지 청년과 다른 지역 청년을 이어주는 소통 공간, 여러 지역 청년을 끌어들일 다양한 특성과 생태계를 갖추고, 일자리와 문화시설 등 기본 요건을 갖추는 데 힘써야 함을 이 다큐가 말해주었다. 많은 사람이 보고 공유하길 희망하며, 여기에 나온 4명의 청년이 ‘지방 청년들을 붙잡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질문에 답한 내용으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배윤정 –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연극, 콘서트, 전시회 등을 좀 더 다채롭게, 아쉽지 않게 지방에서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송설송화 – 지방에 있는 대학교들이 좀 더 경쟁력을 가지고, 대학교의 교육 등 수준이 좀 더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경곤 – 모든 도마다 있는 거점대학교가 중심이 되어 지방대학이 경쟁력을 갖추면, 청년들의 유출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정구민 –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일자리 불균형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응상(a.k.a. Blueman) 부족한데 자존심이 강하고 엉뚱한 사람 꿈과 희망을 믿고 배우며 세상을 보려는 사람 누군가에게 친근하고 도움이 되려는 사람 메일 : blueman1988@daum.net |
직접 쓴 칼럼을 볼 수 있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