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이어 쓰기> #118. 지역방송은 살아야 한다
관련 주제로 글쓰는 걸 너무 얕봤습니다. 지역 균형, 발전에 관한 이야기를 두 편의 칼럼과 SNS 짧은 글로 써 봤는데요. 주제는 쉬웠지만 글로 옮기는 일은 좀 힘들었습니다. 괜히 정했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제 관심사 중 하나인 터라 10월이 가기 전에 어떻게든 써보려 애썼습니다. 생각해보니 예전에 오늘 올리는 것과 비슷한 글을 썼었네요. 저는 지역에 사는 사람이고, 지역방송에 관심이 많은 터라 점점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물론 수도권에서 만드는 프로그램도 좋아하지만, 볼만한 걸 찾을 때 가끔 지역 방송을 보면 재미가 있거든요. 다양한 콘텐츠가 필요한 시대에 지역방송도 그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말이 길었네요. SNS에 올렸던 글 두 편을 소개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재주는 우리 지역에서 부리고, 돈은 다른 지역으로 간다 (2021.10.15)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지역 금융의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자금이 없어 생산활동이 어려운가 하면 자금을 풀어도 마땅한 여신수요가 없는 곳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자금이 타지역으로 빠져나가 지역 내 자본시장 형성이 불가능하고 이 때문에 신규사업에 필요한 자금은 별도로 역외에서 유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지역개발 사업을 벌여도 그 수익 중 상당 부분이 역외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중략) 금융 부문의 왜곡은 지방재정 빈곤과 겹쳐 지역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내무부가 집계한 올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서울이 98.6%이고 인천이 93.2% 등 6대 도시는 6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도 지역에선 경기도가 76.7%, 경남이 52.9%를 기록했고 나머지 지역들은 모두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중략) 지역 금융의 모순은 근본적으로 경제개발 과정에서부터 연유됐다는 것이 관련 학자들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그러나 이를 시정하기 위해 자금을 풀어도 실물 부문이 빈약해 지원된 자금을 그대로 생산활동에 투입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자금을 풀어도 곧이어 대도시로 역류되고 중소기업들은 또다시 운전자금을 얻기 위해 서울 등 대도시에 설치한 사무소나 지사를 통해 타지에서 자금을 얻어야 하는 웃지 못할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후략) -------------------------------- 우리는 동네 상권이 활발하면 지역 경제도 돌아간다는 사실을 당연히 믿는다. 주변 가게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건 그만큼 수요가 있고, 동네 경제 사정도 좋다는 뜻이다. 하지만 동네에 쓴 돈이 순환되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흘러간다는 말을 듣는다면 기분이 썩 좋지 않을 것이다. <자본의 유출을 막고 지역 경제를 살리자> (오마이뉴스, 2021.10.7.) <[사설] 충남 소득 역외유출 1위 오명 언제 벗어나나> (대전일보, 2021.10.12) 그 사실은 현재진행형이다. 동네에서 장사하려고 다른 지역의 돈을 끌어다 썼는데, 번 돈이 우리 지역으로 이어지지 않고 빠져나가는 셈이다. '재주는 우리 지역에서 부리고, 돈은 다른 지역으로 간다'라는 말대로 동네 상권 살리기를 아무리 외쳐도, 금융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5년, 10년 뒤도 마찬가지다.
지역 상품권이나 지역 화폐, 긴급재난지원금의 실거주 지역 한정 사용은 이런 현상을 조금씩 줄여보려는 시도라 생각한다. 하지만 근본적, 구체적인 해결책을 정치권, 금융권 등에서 제시하지 않으면 임시방편일 뿐이다.
'전국'이란 말은 수도와 여러 지역을 포함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한 지역의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야 사는 사람, 찾아오는 사람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 <지역 홍보와 관리, 투명하게 공개되길> (2021.10.21.) 수원은 갈비와 화성, 양양군은 송이버섯과 낙산사, 보령은 머드화장품과 대천해수욕장, 진도는 홍주와 신비의 바닷길, 안동은 하회탈과 하회마을... 일본에서 성공한 "1촌 1품 운동"을 본뜬 "1지역 1명품 1명소" 운동이 국내에서도 펼쳐진다.
한국관광공사는 26일 전국 각지의 먹거리와 살거리 볼거리를 대표하는 "1지역 1명품 1명소" 운동을 본격 추진키로 하고 1백79개 명품, 2백6개 명소의 명단을 선정, 발표했다.
(후략)
관광공사는 이번 "1명품 1명소" 선정을 계기로 지자체의 지역 관광산업이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 유명한 지역은 관광 명소, 특산품 등등 제각기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정부, 공기업 등에서 지정하지만, 지자체와 주민도 함께 찾아 정한다. 그렇게 찾은 것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지역민에게 자부심을 심어준다. 이 또한 사그라드는 지역의 활기를 되살리려는 노력이라 생각한다. 이쯤에서 3가지 질문을 생각하자. 1. 찾아서 정한 명소, 특산품이 지역에 어울리는가? 2. 지역민과 타지인의 관심을 끌 만한가? 3. 잘 관리하고 홍보하는가? 지역의 홍보 컨텐츠가 여러 홈페이지, SNS에 올라온다. 심지어 언론사에 돈을 주고 만드는 경우도 있다. 안 하는 것보다 나은 수준이지만 적절하다 말할 수 있을까?
유명해지기 위해 많은 돈과 시간, 노력이 필요함은 알겠다. 그 일이 쉽지 않음도 알겠다. 다만 그 과정을 투명하게 알려야 하는데 많지 않고, 직접 찾으려면 많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게 아쉽다.
이 점을 고민하는 논문과 연구 자료, 언론 보도가 있는 상황에서 지자체와 주민들의 고민은 깊어질 것이다. 시대의 유행에 따라가면서 명소와 특산품이 가진 매력을 충분히 반영하는 홍보와 관리가 필요하다. 지역방송은 살아야 한다 2021년 6월, 다수의 지역 지상파 방송사가 매출 적자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올라왔다. 지상파 방송의 시청률, 매출 감소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지역방송이 입은 피해는 더 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지역 민영방송 10곳과 지역MBC 16곳의 2020년 사업보고서를 종합하면, 지난해 26개 방송사 중 18곳이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다. 지역MBC는 목포MBC와 여수MBC를 제외한 14곳에서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이들 방송사는 2018·2019년에도 당기순손실을 봤는데, 3년간 손실액의 합은 1320억원에 달했다. CJB청주방송, UBC울산방송, JIBS제주방송, OBS 등 4곳에서 적게는 10여억원, 많게는 40억원까지 순손실을 봤다.” - <고사 위기 지역방송, 어디서 활로 찾나> (PD저널, 2021.6.18.)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한 예로 2006년 광주MBC가 추석 연휴에 특집 다큐멘터리를 방송했는데, 대부분 지역 MBC가 특선 영화를 방송할 시간에 편성하는 바람에 다음 날 시청자 게시판이 비난으로 가득했다. “자체 다큐멘터리 만드는 거 바람직한 일입니다. 지역방송의 활성화를 위해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늘 방송편성은 시청자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판단이었습니다. 오늘은 광주 엠비씨 창사 42주년을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민족의 대명절 추석날입니다. 몇십 년 동안 추석 명절 저녁에 영화를 방송하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온 가족이 모였으니 무거운 내용보다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보며 가족 간의 화목을 다지도록 돕기 위해서죠. 그런데 광주 엠비씨는 추석 명절 저녁에 가볍게 보며 즐기기엔 거리가 먼 다큐를 방송하더군요. 아마 자신들의 창사 42주년을 축하하는 게 더 급했나 보네요. 시청자를 위하지 않는 방송은 외면당합니다. 지역방송이 정말 활성화되기를 원한다면 시청자의 눈높이에서 다시 시작하십시오!!” - 2006년 10월 5일 광주MBC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글 한 지역에 지상파와 케이블TV로 나가는 지역방송이 교통, 통신의 발달, OTT 등 뉴미디어의 활성화, 계속되는 경제 저성장과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설 자리가 줄고 있다. 뉴스, 생활정보 프로그램만 봐도 전국적 이슈나 수도권을 배경으로 하는 내용이 많고, 지역 소식은 사건 사고나 반짝 이슈를 간간이 다룰 뿐이다. * KBS '다큐On' <우리가 서울에 온 까닭은?> 하이라이트 영상 중 일부분 송설송화 : 기상 캐스터분들이 항상 ‘비옵니다, 눈 옵니다’ 하면 늘 여의도나 광화문이에요. 이경곤 : 예를 들면 폭발하고 화재 사고가 크게 나면 보도를 해주지만, 그런 거 말고는 기본적으로 어렸을 때부터 서울 이야기만 듣지, 내가 사는 지역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없었어요. - KBS 다큐On ‘우리가 서울에 온 까닭은?’에 출연한 지역 출신 젊은이들이 ‘서울 공화국을 느꼈을 때는 언제인가요?’라는 질문에 한 답변 거기다 지역방송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좋지 않다. 온라인 커뮤니티만 들어가도 ‘서울 본사의 방송을 끊어먹는다’, ‘(저예산에 고연령층 대상이라) 재미없다’, ‘뉴스도 지역 자랑, 행사 소식이 많다’라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지역방송은 지역의 소식과 문화, 날씨와 재난정보 등을 지역민에게 전달하는 창구다. 당장 인터넷 검색창에 지역방송 관련 기고를 검색해도 긍정적인 면이나 옹호하는 의견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우리의 지역방송은 마을의 어귀나 한 가운데에서 그 마을을 떠받치듯 서 있던 정자나무 같은 존재들이다. (중략) 지역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감시견으로, 지역 문화를 함께 가꿔가는 좋은 이웃으로 지역 사회를 지켜온 지역방송을 죽여서는 안 된다.” - 김경태 <지역방송을 죽이지 마라> (아주경제, 2021.5.4.) “일반적으로 지역적인 프로그램은 세련되지 못하고,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글로벌하고 전국적인 서비스에 모두 관심을 기울이는 시대에 오히려 지역 밀착적인 서비스가 시청자에게 소구할 수 있다. 지역방송 서비스의 최종 수혜자는 지역민이고, 이들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에 목말라하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이 외면하는 지역성이라는 영역이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 주정민 <지역방송의 역할> (전자신문, 2014.4.22.) * TBC <싱싱 고향별곡>과 부산MBC <좌충우돌 만국유람기> 이미지 갈무리 아직 지역방송이 살아남을 방법이 있다. 방송사의 노력과 정부, 시청자의 관심이 함께 있어야 할 수 있다. 첫째, 지역 방송사가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발굴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 이미 많은 전문가가 관련 글을 쓴 만큼 여기선 두 프로그램을 간단하게 예로 들겠다. TBC <싱싱 고향별곡>은 방송인 한기웅과 천단비가 대구 경북 시골 마을을 돌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프로그램인데 구수한 사투리와 주로 출연하는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지역 시청자의 마음을 녹인다. 매주 토요일 아침에 방송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이 덜할 거란 생각이 들었지만, 2012년 6월 21일에 지역 한정으로 MBC <무한도전>을 1.6% 앞선 16%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진행자 한기웅 하이라이트 영상 부산MBC <좌충우돌 만국유람기>는 반대로 지역 출연자가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프로그램인데 꾸준한 제작 덕분에 많은 나라에서 찾게 되었고, 다른 채널에서 재방송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장수하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해외 촬영이 불가능해져 국내에서 차박, 캠핑 형태로 촬영 중인데 여러 나라에 한국 곳곳의 매력을 얼마나 보여줄지 기대된다. 이렇듯 지역의 색을 더 살리거나 다른 지역에서 봐도 흥미롭고 공감 갈만한 주제로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한다. 그 일은 지역 방송사의 꾸준한 관심이라 생각한다. 둘째, 수도권의 전국단위 방송사가 지역방송 편성 시간대를 확대하고, 지역방송 프로그램을 전국에 더 편성했으면 한다. 수도권에 있는 주요 방송사들은 대부분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편성한다. 일부 시간대를 지역방송이 자체 편성하도록 정하는데, 사람들이 잘 보지 않는 시간대가 대부분이라 편성표를 봐야 알 수 있다. 법으로 정한 비율에 겨우 맞추다 보니 전국 대상 프로그램이 나가는 시간에 뜬금없이 편성한 방송사가 비난받는 일이 많다. 그나마 지역방송 프로그램을 네트워크 특선이란 제목을 달고 편성하는 일이 늘었지만, 관심은 낮은 편이다. 지역방송 편성 시간대를 확실히 정하고, 인기 프로그램을 재방송하는 시간에 재방송을 줄이고 지역방송이 자체 제작한 프로그램을 편성했으면 한다. 셋째, 시청자와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아무리 위의 것을 갖추어도 시청자의 관심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지역방송이 잘할 수 있도록 시청자들이 제작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지고, 게시판이나 메신저 등으로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 또한 지역방송 지원 기금을 늘리되 더 효율적으로 관리, 지원하여 지역방송이 좋은 프로그램을 더 만들도록 도와야 한다. OTT 등 뉴미디어에 바라는 게 있다. 지역방송의 자체 제작 프로그램이 유튜브 등에 올라오지만, 시청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다양한 서비스에서 쉽게 볼 수 있도록 마련하고, 실시간 채널은 지역방송 프로그램만 편성하는 채널도 같이 넣어주었으면 한다. 지역 분권과 활성화가 중요해진 지금, 지역방송은 공론의 장인 동시에 콘텐츠 다양성과 선택권에 이바지하는 매체가 되어야 한다. ‘우리 지역에 사람이 있다’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곳은 지역방송이다. 이응상(a.k.a. Blueman) 부족한데 자존심이 강하고 엉뚱한 사람 꿈과 희망을 믿고 배우며 세상을 보려는 사람 누군가에게 친근하고 도움이 되려는 사람 메일 : blueman1988@dau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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