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이어 쓰기> #116. 혼자서, 쉽게 바꿀 수 없는 군대의 가혹행위 - 드라마 ‘D.P’와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를 보면서
9월이 저물어 갑니다. 긴 추석 연휴를 보낸 지 1주일이 지났는데 벌써 9월 마지막 주네요. 시간 참 빨리 흐릅니다. 이번 글도 전에 예고했듯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한 편을 정주행하고 남기는 느낀 점입니다. 거기다 SNS로 소개받았던 책 한 권도 보며 같이 비교할 생각이었지만 읽을수록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관련 영화 한 편까지 보고 이번 글에 끼워 넣었습니다. 처음에 멋진 후기를 남기려고 마음먹었지만, 점점 쓸수록 약해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실력에 좋은 글은 욕심이었나 싶네요. 어떻게든 마무리 지은 만큼 제 글이 다른 분이 쓴 후기도 찾아보게 만드는 출발점이 되길 바래봅니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6일 정례브리핑에서 '군 관계자가 (드라마 배경이 된) 2014년의 일선 부대에서 있었던 부조리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국방부 공식 입장이냐'라는 질문에 "병영환경이 바뀌어 가고 있다"고 답했다." - 기사 본문 "군대 내 폭력과 부조리를 소재로 한 넷플릭스 드라마 'D.P.'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 군대의 인권 실태에도 관심이 커졌다. 국방부는 이 드라마의 시대적 배경이 2014년인 점을 지목하며 '최근 군 현실과는 다르다'고 해명하지만, 실상은 드라마 이상으로 심각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 기사 본문 "군 관계자에 따르면, 국방부 조사본부는 내년 7월부터, 육군은 내년 8월부터 각각 탈영병을 체포하는 임무를 전담하던 DP 병사보직을 폐지할 예정입니다. 이는 병사를 수사 업무에서 배제하는 내용의 군사법원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한 데 따른 후속 조치입니다." - 보도 본문 이번 글에 앞서 연합뉴스에서 나온 국방부 반응과 관련 팩트체크를 소개합니다. 이어서 읽어보니 국방부가 이번 드라마를 의식했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물론 아니겠지만 문제의 본질을 피해가려는 느낌이네요. 언제쯤 현실을 직시할까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인터뷰입니다. 제 글을 마무리 짓는데 도움이 되었고요. 이 말이 크게 와닿았습니다. “(군대 내 폭력이) 사라질 것이라고는 보지 않아요. 사람이 있는 곳엔 언제 어디서나 못된 친구들이 그렇게 하거든요.” - 헌병 D.P로 일했던 코미디언 윤형빈 나는 병역을 ‘사회복무요원’으로 일했다. 예전에 ‘공익근무요원’으로 불려서 첫 4주를 군 훈련소에서 받았는데, 군부대를 신기한 환경으로 기억했다. 처음 배치받은 곳에서 근무한 기간대로 계급이 올라가는 거랑 약간의 군기 잡기만 있었지, 일하거나 사람을 대하는 데 부담이 적었다. 나중에 주호민 작가의 웹툰 <짬>, MBC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 tvN 드라마 <푸른거탑>, 스튜디오 장삐쭈의 애니메이션 <신병> 시리즈를 보았지만 ‘군대에 이런 모습이 있구나’ 정도로 여겼다. * 주호민 <짬>, MBC <진짜 사나이>, tvN <푸른거탑>, 스튜디오 장삐쭈 <신병> 관련 포스터 물론 군대가 다 좋을 거라 보지 않았다. 나라를 지켜야 하는 집단답게 민간인 사회와 멀어진 만큼 내부의 문제가 당연히 있다고 생각했고, 소집해제 후 뉴스에서 가끔 나오는 사건 사고와 부조리 등을 보면서 부정적인 생각이 커졌다. “2년여 동안 나름 군기반장으로서 모범적인 군 생활을 했다고 자부하는 병장 태정은 중학교 동창인 승영이 내무반 신참으로 들어오면서 평탄치가 않게 된다. (중략) 군대 특유의 부조리함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승영은 사사건건 문제를 일으키고 태정은 친구라는 이유로 승영을 계속 감싸주지만, 자신까지 곤란한 상황에 몰리기가 일쑤다.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편하다는 태정의 충고와 걱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승영은 자신이 고참이 되면 이런 나쁜 관행들을 다 바꿀 자신이 있다고 큰소리를 치지만 태정에겐 그런 승영이 답답하고 자신의 제대 후 홀로 남겨질 친구의 앞날이 걱정될 뿐이다. (후략)”- <용서받지 못한 자> 시놉시스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D.P.) 준호와 호열이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을 쫓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 - <D.P> 시놉시스 두 작품을 보고 후기를 남기려 했지만 줄거리를 설명할 자신이 없었고, 보지 못한 사람에게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간단히 느낀 점을 쓰겠다. “군대 가기 이전에 내가 한국 사회에 느꼈던 여러 가지 모순들, 도대체 왜 이런 거지 했던 의문들이 군대를 다녀오면서 이해가 됐던 거다.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했다. 인간 본성과 사회적인 거대 개념이 영향을 끼치는 그사이의 사람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 접점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다.” - 윤종빈 감독이 시네21과 인터뷰에서 했던 말 여기에 나온 인물들은 선임들에게 수 차례 가혹행위를 당했고, 여러 사연을 겪으며 탈영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1. 이승영은 군대 내 부조리를 고치고 싶다며 선임의 잘못에 항의하지만,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할 뿐이었다. 선임이자 동창인 태정에게 생각이 있다는 편지를 썼지만, 선임인 마수동이 빼앗아 읽어버린다. 2. 신우석은 무슨 괴롭힘을 당했는지 나오지 않지만, 회상하는 장면에서 선임들에게 맞는 모습이 나왔다. 3. 최준목은 심하게 코를 고는 버릇이 있는데, 선임들은 그에게 방독면을 씌우고 물까지 부으며 괴롭혔다. 후에 탈영한 이유는 ‘잠을 편히 자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4. 조석봉은 황장수, 류이강에게 구타와 성적 수치심 등 설명하기 힘든 가혹행위를 많이 당하면서 온순했던 성격이 변해버린다. 두 작품은 16년의 차이를 두고 나왔지만, 그 속에 나온 부조리는 변하지 않았다. 승영은 자신이 그걸 바꾸려고 후임인 허지훈에게 잘해주지만, 동창인 태정이 제대하자 부조리에 적응해갔고, 지훈마저 자기 말을 안 듣자 예전에 싫어하던 선임처럼 욕하고 때렸다. 준목의 어머니는 아들이 선임에게 당한 걸 듣고 그들이 벌을 받을 거라 말했지만, 재판은 안 열리고 가해자는 전출로 끝날거라는 말을 듣자 ‘나라가 불러서 온 군인에게 이러면 안 된다’라고 외쳤다. 무엇을 말하는가? 가해자 처벌은커녕 위에서 감추거나 축소하고, 자신도 어떻게 고쳐야 할지 모르는데 후임이 들어오자 당한 대로 똑같이 하면서 가혹행위가 대물림된다. “니가 틀렸다는 게 아니라 니가 그러면 나중에 힘들어져. 왜 자꾸 말 나오게 대꾸를 해?” - 군대의 부조리를 바꾸겠다는 이승영에게 반박한 유태정의 말 “저희 부대에 있는 수통 있지 않습니까. 거기 뭐라고 적혀 있는지 아십니까? '1953'. 6.25 때 쓰던 거라고. 수통도 안 바뀌는데 무슨…” - 자기 행동을 막으려는 한호열에게 남긴 조석봉의 말 군대 문화가 조금씩 좋아진다는 국방부의 말을 그대로 믿지 못하는 건 폭력은 어디든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혼자서, 쉽게 바꿀 수 없는 가혹행위를 언제, 어떻게 고쳐야 할까? 그보다 자기 일이 아니라며 방관하던 태도부터 고치는 게 우선 아닐까? 폭력은 주위의 무관심 속에서 자란다는 말을 떠올리자. “디피는 누군가를 고발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폭력의 굴레가 이어지도록 방관한 저 자신을 참회하는 이야기입니다.” - 작가 김보통이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했던 말 이번 글을 마무리하며 두 영상을 링크하겠습니다. 다만 두 번째 영상은 감상평이 담긴 토크인데 영화 내용이 어느 정도 들어가있어, 본편을 보고 난 뒤 보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이응상(a.k.a. Blueman) 부족한데 자존심이 강하고 엉뚱한 사람 꿈과 희망을 믿고 배우며 세상을 보려는 사람 누군가에게 친근하고 도움이 되려는 사람 메일 : blueman1988@daum.net |
직접 쓴 칼럼을 볼 수 있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