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이어 쓰기> #115. 패럴럼픽이 전하려는 메시지 - ‘불사조, 비상하다’ 후기
어느덧 9월입니다. 1년 미뤄 열렸던 올림픽과 패럴럼픽으로 7월말~9월초를 보내고 추석을 향해 달려가는 중입니다. 요즘들어 넷플릭스를 볼 일이 많아졌는데요. 이번 달은 곧 소개해드릴 다큐 영화와 화제의 드라마 한 편(+관련 책 한 권) 후기를 올립니다. 일하는 틈틈히 시간내서 보고 제대로 써야 해서 시간이 많이 걸릴 듯합니다. 거기다 추석까지 끼여있으니 더 빠듯하겠네요. 그래서 SNS에서 격주로 올리던 '과거에서 찾는 이야기'는 이번 달에 올리지 않겠습니다. 부족하지만 정성을 다해 후기 두 편을 올리려 합니다. 먼저 예전에 쓴 제 글을 링크해둡니다. 2018 평창 동계 패럴럼픽을 준비하는 선수들과 관련 경기를 적게 편성하는 방송사들을 보며 개인적인 바람을 담았는데요. 패럴럼픽에 대한 제 생각은 여기에 간단히 적었습니다. 2020년 도쿄 패럴럼픽 때 KBS가 좋은 모범을 보여줬는데요. 내년 베이징 동계도 더 나은 모습을 보였으면 합니다. ”’어벤져스’ 마지막 영화에서 그 슈퍼 히어로들이 인류를 구하고 시민을 구하면서 승리를 위해 싸우죠.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우리는 슈퍼 히어로예요. 모두 처참한 일을 겪었거든요. 우리의 성공을 가로막는 역경에서 살아남았죠. 그래서 우리는 강해졌어요. 인생은 투쟁입니다. 세상을 구하기 위한 거죠.” - 장 바티스트 알레즈(프랑스의 멀리뛰기 선수) “올림픽에서는 영웅이 탄생하고, 패럴럼픽에는 영웅이 출전합니다.” - 사비에르 곤잘레스 (제작자) 장애인 선수들의 축제, 패럴림픽에 관심 갖게 된 건 2018 평창 동계 때 였다. 1988년 서울에서 열렸다는 사실을 기념물 등으로 알았고, 가끔 뉴스에서 전해주는 패럴럼픽 소식을 들었지만,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 ‘장애인 인식 개선’이라는 말에 호응하기 시작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비장애인 선수들의 경기처럼 흥미로웠다. 2020년 도쿄 패럴림픽때 KBS에서 인터넷으로 제공하던 여러 실시간 경기를 직접 찾아보면서 하루하루가 특별하게 느껴졌고, 대한민국 대표팀이나 선수가 나오면 마음으로 응원했다. 인터넷에 올라온 리뷰로 알게 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불사조, 비상하다(Rising Phoenix, 2020)’를 보면서 패럴림픽의 중요성과 전하려는 메시지를 깊이 새겼다. “2차 세계대전의 잔해 속에서 탄생해 지구상 세 번째로 큰 스포츠 이벤트가 되고, 그 과정에서 장애와 다양성, 그리고 인간의 잠재력에 대한 세상의 시각을 지금도 계속해서 변화시키고 있는 전세계적인 운동의 불씨가 되기까지. ‘불사조, 비상하다’는 전 세계의 패럴림픽 선수들을 통해 패럴림픽의 놀라운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 패럴럼픽 공식 홈페이지(Paralympic.org)에 나온 소개글에서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에서 번역) “장애란 무엇이며, 정상이란 무엇인가. 탁월함은 어디에서 오는가. 각자의 도전을 돌아보는 패럴림픽 선수들. 한계를 넘어, 가능성을 만드는 그들의 이야기를 만난다.” - 넷플릭스 공식 소개글 여기에 나온 선수들은 자신들의 사연을 담담하게 얘기한다. 자신이 하는 종목을 실제로 보여주고, 실제 경기 장면까지 보면서 어떤 선수인지 말할 뿐이다. “패럴럼픽 선수들에게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어요. 장벽을 파괴하고, 내내 꿈꿔온 일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이죠. 이겨내고 살아가는 겁니다.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해도요.” - 사비에르 곤잘레스 창시자 루트비히 구트만의 딸 에바 뢰플러, 현 IPC 위원장인 앤드류 파슨스 등의 인터뷰는 반대로 비장하게 느껴졌다. 선수들의 말과 그들의 말이 어울러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흥미를 느끼게 만든다. 이 영화에서 패럴럼픽을 개최한 런던(2012), 베이징(2008), 리우 데 자네이루(2016)를 꼽았다. 런던은 패럴럼픽을 처음 조직화한 곳으로 먼저 소개했다. 스티븐 호킹의 생전 축사부터 조니 피콕과 오스카 피스토리우스의 대결 등 볼만한 이야기가 많았다. 베이징은 패럴럼픽에서 기억에 남는 곳으로 소개하였다. 중국은 장애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계기로 활용하려고 진행에 힘썼으며, 장애인 가정에 찾아가 스포츠에 관심이 있는지 물을 정도로 선수를 모았다. 이전까지 중국, 소련 등의 장애인 인식은 형편없었다. 소련은 장애인이 없다는 이유로 패럴럼픽 개최를 거부했으며, 여기에 나온 미국의 휠체어 육상 선수 타티아나 맥파든처럼 장애인으로 태어난 사람들이 여러 나라에 입양 가기도 했다. 다른 선수들도 대놓고 말 안 하지만 은근히 무시당한다고 말한다. 대한민국도 1988년 서울 패럴럼픽을 개최하지 못할 뻔했으니 인식 개선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리우는 현지 준비 위원회의 소외, 올림픽에 치중한 나머지 패럴럼픽에 들어갈 예산을 소비해 개최되지 못할 위기에 처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개최한 뒤로 서서히 관객 수가 늘어나는 기적을 보여준 곳으로 소개하였고,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했다. “이들(장애인)이 나설 기회의 장을 다양하게 마련해야 해요. 세상에 보여주고 자극하고 들뜨게 해야 합니다. 패럴럼픽은 그 뜻을 보여줄 본격적인 무대인거죠. 장애인의 참여를 확장할 창구와도 같은 존재예요.” - 필립 크레이븐 전 IPC 위원장 제목 ‘불사조, 비상하다’는 이탈리아의 펜싱 선수 베베 비오가 가진 별명 ‘비상하는 피닉스(Rising Phoenix)’에서 따왔다. 이 영화를 보니 패럴럼픽 선수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라 생각했다. 그들은 역경을 딛고 자신이 가진 한계를 뛰어넘는 중이라 빛나고 아름다웠다. 장애인이 동등한 위치에서 자신의 성취를 이루는 모습 등으로 패럴럼픽의 의의와 전하려는 메시지를 충분히 담았다. 다큐멘터리 영화지만 현장에서 움직이는 장면과 실제 경기 장면을 담았고, 실제 사건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나가 지루하지 않았다. 내레이션이나 코멘트 없이 인터뷰로 채웠지만 전하려는 메시지가 시작부터 끝까지 자연스럽게 전해진다. “상황이 개판이 될 때마다 그 하나된 마음으로 나서서 말할 겁니다. ‘물 먹일 생각마. 경기 반드시 치를 거고 우리의 메시지를 세상에 알릴거야. 사회를 바꾸는 데 앞장서서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 말거야.” - 필립 크레이븐 경 “루트비히 경의 비전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어요. 사회가 장애인으로 분류하는 사람들은 이 사회에 전반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죠. 루트비히 경이 이루려 한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지금 필요해요.” - 당시 세섹스 공작이었던 해리 왕자 “현재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찾으세요.” - 베베 비오 읽을 만한 글
이응상(a.k.a. Blueman) 부족한데 자존심이 강하고 엉뚱한 사람 꿈과 희망을 믿고 배우며 세상을 보려는 사람 누군가에게 친근하고 도움이 되려는 사람 메일 : blueman1988@dau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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