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이어 쓰기> #102. 2021년, 다시 ‘성공’을 말한다
지난 주에 이어 또 찾아뵙습니다. 곧 소개할 광고를 보고, 꼭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기도 시기지만, 금방 떠올린 주제를 바로 안 쓰면, 나중에 미루다 제대로 못 쓸 것 같았거든요. 소개하는 내용보다 글은 짧지만, 한번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이루다'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그 전에 지난 글에서 다루지 못한 최근 이슈를 간단히 써보겠습니다. 인공지능 챗봇(음성이나 문자를 통한 인간과의 대화를 통해서 특정한 작업을 수행하도록 제작된 컴퓨터 프로그램 - 위키백과) '이루다'가 많은 논란을 쏟아낸 채 종료했습니다. "이루다가 특정 소수집단에 대해 차별적인 발언을 한 사례가 생긴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저희는 루다의 차별적 발언에 동의하지 않으며 그러한 발언은 회사의 생각을 반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중략) 향후로는 데이터 사용 동의 절차를 명확하게 하고 식별이 불가능한 정보라도 민감해 보일 수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알고리즘 개선을 통해 보완하겠습니다." - 이루다를 만든 스캐터랩 '핑퐁팀'의 공식 입장문(전문) 실제 20대 여대생의 대화를 바탕으로 만든 '이루다'가 장애인과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하고(관련 기사), 개인정보까지 공유(관련 기사)했습니다. '아카라이브', '디씨인사이드' 등 남성 비율이 높은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도 성적 발언을 우회해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관련 기사)까지 알려지면서 인공지능의 한계와 풀어야할 숙제를 남겼습니다. 이런 논란은 2016년 3월 23일에 중단한 마이크로소프트의 테이(Tay)가 시작이었습니다. 미국의 18~24세 누리꾼을 대상으로 만들었지만, 인종차별 등 부적절한 대화가 이어지자 16시간만에 중단시켰죠. (관련 기사) 인공지능을 키우는 건 우리 인간입니다. 아무리 선한 의도로 만들었더라도, 잘못된 마음을 먹으면 악해질 수 있지요.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완벽하게 만든다해도, 길게, 자주 논의하여 다양한 기준을 마련했으면 좋겠습니다. * 읽을만한 기사 2021년, 다시 ‘성공’을 말한다 #1 - 상무님의 용기 “상무님 별명은 용기맨! 사장님한테 대들었냐구? 아니~ 종류별로 담는 용기들 엄청 들고다녀 용기맨! 커피를 텀블러에 받는건 기본, 생선과 케이크마저 다회용기에 담아가는, 환경을 아끼는 상무님의 은밀한 친환경 라이프!” (탕비실에서 두 남녀가 상무님의 행동을 이야기한다.) 남 : 상무님, 요즘 별명 뭔지 알아? 용기맨. 여 : 사장님한테 대들었구나. (용기를 ‘잘못된 것에 대한 위험이 마음속 생각을 통해 정해졌을 때의 숙연함’(위키백과)으로 착각한다.) 남 : 아니? 담는 용기들 종류별로 엄청 들고 다녀, 그래서 용기맨. (가게마다 용기를 들고 다니는 상무님의 모습이 보인다.) 여 : 사회적 책임, 뭐 그런걸까? 남 : 그건 잘 모르겠는데, 사는 게 좀 불편하지 않을까? (상무님이 그랜저를 타며 이렇게 말한다.) “불편해도 해야지.” #2 아들의 꿈 “우리 아들의 꿈은 뭘까? 아들의 하원길에 이 담에 커서 뭐 될거냐는 아빠의 질문에 대한 아들의 대답은? 우주비행사? 의사? 골퍼? 정답은 영상 속에!” (신호등에 빨간 불이 켜져있고, 아버지와 아들은 그랜저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차는 정지선을 넘었다.) 아버지 : 현우야, 너 이 다음에 어떤 사람되고 싶어? 아빠는 네가… (아버지는 달의 표면을 밟는 우주비행사, 수술실에 있는 의사, 필드 위의 골퍼를 순서대로 떠올린다.) 아들 : 착한 사람. 아버지 : 응? (순간, 그랜저가 정지선 뒤로 물러난다.) 아버지 : 그렇지, “착한 사람 되는 게 먼저지.” #3 유기견 입양 “강아지는 이쁘고 나이어린 강아지만 입양한다? 노노! 그럼 나이 많은 강아지는 누가 챙겨? 여기, 밖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나이 많은 유기견을 입양한 멋진 선배가 있다! 그녀에게 노견이라 챙길게 많은건 그저 당연히 해야할 일일뿐!” (후배가 선배에게 서류를 건네다, 스마트폰 속에 딸과 강아지가 함께 있는 사진을 본다.) 후배 : 소율이 동생 생겼네요. 선배 : 동생 아니고 언니, 엄청 추운 날이었는데 집앞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더라고… (주차된 그랜저 뒷부분에서 선배와 강아지가 만나는 모습이 보인다.) 후배 : 나이 많은 강아지들은 챙길 거 많다고 하던데… 선배 : (미소지으며) 그렇다고 그냥 둬? “힘들어도 챙겨야지.” 2021년 1월, 현대자동차 ‘그랜저’가 작년에 이어 ‘성공에 관하여’라는 광고를 선보였는데, 예전에 쓴 글이 떠올라 무척 반가웠다. “주인공들은 원하는 일을 하거나, 작지만 자신에게 원했던 지위를 얻으며 성공을 추구한다. ‘소확행’, ‘워라밸’은 낯선 단어가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철학이다. ‘성공이란 자신이 정의하는 것이다’라는 어니 젤린스키의 말대로 자신이 원하고 정하는 성공의 기준을 따르고, 다른 이의 기준을 존중하는 열린 태도가 필요하다. 그만큼 성공을 향한 문도 더 열려야 한다. 소소한 성공을 하며, 다른 성공을 꿈꿀 수 있는 날은 곧 올 것이다.” - <2020년, ‘열린’ 성공을 논하자>에서 이전 광고가 좋아하는 일 혹은 일과 삶의 균형의 성공을 자랑한다면, 이번엔 ‘조금은 불편 할 수 있지만 모두를 위한 일상 속 착한 성공’을 말한다. 광고에 나온 일회용 안 쓰기, 교통질서 지키기, 나이 많은 유기견 입양은 하나같이 주변에서 좋다며 권하는 행동이다. 2020년부터 전 세계를 강타하는 코로나 19는 우리에게 달라진 일상,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우리는 기후 위기, 질서 지키기, 생명의 소중함 등을 배웠지만, 눈앞의 이익만 보고 달리다 수없이 지나쳤다. 이번 광고는 그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세상의 소중한 걸 지키는 사람이 진정 성공하는 사람임을 보여주려 만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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