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이어 쓰기> #97. 여기 사람이 있었다
어느새 11월이네요. 지난달을 보내면서 옛날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금씩 알게 되네요. '과거에서 찾는 이야기'를 쓰려고 옛날 신문을 찾아보는데 '성수대교 붕괴' , '휴거'가 나왔습니다. 안타까움이 느껴지네요. 이런 일을 반성한 덕분에 사회가 조금씩 나아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성수대교 그리고 일상 (2020.10.22.)
32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성수대교 붕괴 대참사는 당국의 근시안적인 설계와 형식적인 안전점검, 땜질식 사후관리가 빚은 원시적인 인재였다. (기사 첫 부분) --------------------------- 1994년 10월 21일, 강을 사이에 두고 두 땅을 이어 사람들의 발길을 도와주던 한 다리가 무너졌다. 누군가는 등교를, 다른 이는 출근을 하려고 재촉했던 곳이다. 사람이 태어나면 언젠가 보내야 하는 도시의 큰 다리였다. 그 다리가 아침부터 허망하게 부서졌다는 얘기다. 죽거나 다친 사람들의 사연, 처음부터 만들지 말았어야 할 정도의 부실시공 등 언론이 전한 소식은 참담했다. 이후로 부실공사 사례가 더 생겼으니, 이번 일은 참사의 서막이라 봐도 좋다. 왜 하필 부실공사였을까? 제대로 지을 돈과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그렇게 쌓아 올린 게 경제발전의 상징으로 불렸으니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생각해보니 오래 전 우리는 경제가 좋아지면 삶도 좋아지리라 믿으며, 표현과 주장의 권리를 잠시 내려놓았고 희생도 감수했다. 그렇게 수많은 빌딩을 지었고, 어떻게든 돈과 시간을 아껴썼다.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경제와 안전은 함께 갈 수 없는가?’ 모두의 일상이 한동안 무너지는 순간을 겪었지만, ‘진정한 삶과 안전’을 돌아보자는 말은 무시당하며 사고로 이어졌다. 얼마나 희생해야 평화로운 나날을 지낼 수 있는가? ![]() ![]()
여기 사람이 있었다 “달성군 가창댐에서 수중 안전진단을 하다 실종된 하청업체 노동자가 결국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KBS 취재 결과 사업 발주처인 대구 상수도사업본부가 단수로 인한 불편 민원을 우려해 취수구 가동을 중단하지 않은 채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단수 민원 막으려고”...위험 내몰린 하청노동자> (KBS대구, 2020.10.29.)
2020년 10월 28일, 46살 하청업체 잠수사는 물이 고인 댐에서 평소처럼 일하다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전에 지은 죄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는데, 무자비한 현실은 가만히 두지 않았다. 안전교육도 받지 못하고 일만 하다 취수구에 빨려 들어가 소중한 생명을 꺼뜨려 버렸다.
구의역의 김 아무개, 태안화력발전소의 김용균, 제주의 이민호 등등 이미 하늘의 별이 된 노동자가 떠오른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노동 환경을 바라보다 가슴이 까맣게 타들어갔다. 그 까만 어둠을 밝힐 빛은 언제 찾아올까?
‘사람이 먼저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구호가 허공의 메아리로 들린다. 대한민국의 출생인구는 갈수록 줄어든다. 하지만 노동하다 사망한 사람의 수는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돈이 안전보다 우선인가? 미래의 출생자보다 지금 살아있는 사람의 건강부터 챙겨야 한다.
누군가 ‘왜 정부가, 국회가, 지자체가 유가족의 손을 잡아주지 않느냐’고 묻는다. 솔직히 여기에 답할 자신이 없다. 그러면 좋겠지만 소속 기업의 책임도 여전히 부족한데, 손 잡고 좋은 말로 위로해도 내일 어떻게 좋아질지 알 수 없다. 대신 수사를 통해 책임자를 처벌하고, 이런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정책을 세우는 게 진정한 위로가 될 것이다.
돌아가신 노동자의 혼령이여, 살아 남은 우리를 굽어 살피소서. 그리고 노동하다 찾아오는 죽음이 우리를 노리지 않도록 환경을 바꾸는데 힘을 주소서.
이응상 : 많이 모자라며 자존심이 강하고 엉뚱한 사람.
꿈과 희망을 믿고 배우며 세상을 보려는 사람.
누군가에게 친근하고 도움이 되려는 사람.. 이메일 주소 : blueman1988@dau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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