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29살에 미국에 건너온 조성환 씨(42)는 LA에서 주류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1992년 4월 29일, 평소와 달리 손님이 없어 의아했던 그 날 오후, 갑자기 이웃남자가 헐레벌떡 가게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리고 악몽이 시작됐다.
인근 대로에 수많은 흑인이 몰려들어 운전자를 폭행하고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가게 밖은 순식간에 총격과 방화가 난무하는 폭동으로 변해버렸고, TV에선 신속히 대피하라는 속보가 이어졌다.
현장을 벗어나기 위해 급히 차에 올라탄 조성환 씨가 막 출발하려는 순간, 어느새 폭도들이 몰려와 좀비 떼처럼 차를 에워싸고 공격하기 시작하는데.. 과연 그는 이 지옥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그들의 공격 목표는 한인 타운인 듯 보였다. 강도로 변한 폭도들은 마치 쇼핑하듯이 물건들을 훔치고 닥치는 대로 부수며 불까지 지르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후,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거리에 총을 든 교민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특전사 출신, 해병 전우회, 심지어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앳된 얼굴의 청년들까지 속속 집결하며 한인 타운을 지키기 위한 전투에 돌입하는데..
LA 경찰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던 ‘그날’, 무너지는 아메리칸 드림을 스스로 지킬 수밖에 없었던 한인들의 피눈물, 그 뒤에 숨겨진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진다.” -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16회 - 아메리칸드림 1992 - LA 폭동 (2022.2.3 방송) 소개글
1992년 4월 2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는 아프리카계(흑인), 중남미계(히스패닉) 사람들의 시위, 약탈 등으로 혼란에 빠졌다. 로드니 킹이 만취 상태로 고속도로를 몰다 유럽계(백인) 경찰들에게 붙잡혀 구타를 당했지만, 그들에게 유리한 환경 속에서 무죄, 감형을 받자 아프리카계가 곳곳에서 들고 일어났다. 특히 한인들의 거주지(코리아타운)가 큰 피해를 보았는데 아프리카계 거주지에 들어와 가게를 일군 점, 일부의 불친절한 언행, 주류가게 주인 두순자가 라타샤 할린스를 도둑으로 오인해 총으로 죽인 사건(두순자 사건) 등이 겹치며 한인들을 향한 공격이 이어졌다. 그들은 LA 경찰의 외면 속에 총을 들고 스스로 사람과 가게를 지켜야 했다.
2022년 2월 3일,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는 이 사건을 다루며 미국 주류 사회의 외면과 한인-아프리카계의 갈등, 사건 이후 한인들의 평화 집회 등을 언급했다. 유럽계가 주류였던 언론, 경찰 등은 인종차별을 지적, 해결하긴커녕 다른 지역 출신 이민자들을 내세워 그들의 싸움으로 방향을 돌렸다. 심지어 사건이 터져도 할리우드 등 부촌을 지키느라 급급했다.
꼬꼬무는 당시 한인들의 증언을 따라가며 사건을 있는 그대로 다뤘다. 보는 내내 분노와 안타까움이 교차했다. 특히 고국으로 내려갔다가 LA 현지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급히 달려갔다는 말은 그들이 일군 시간과 재산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알게 해주었다. 지금도 총을 들고 맞섰던 한인들의 사진이 '루프 코리안(Roof Korean)'이라는 밈으로 미국 인터넷 커뮤니티에 돌아다니는데 배경을 알고 나면 써선 안 된다.
사건 종결 후 한인들의 모금과 평화 시위는 그 에피소드의 정점을 찍었다. 자신들의 재산이 사라지고, 지원도 못 받는 상황에서 다시 일어나는 상황이 대단했지만, 평화를 바라며 다른 이민자들과 연대하는 모습은 지금 여러모로 갈등이 커지는 우리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그들이 이 사건을 LA 폭동이라 부르지 않고 4.29라 한 점도 공감 갔다. 어떻게 벌어졌는지 알기에 피해자와 가해자를 구분짓지 않으려는 지혜라고 생각했다.
다만 초반에 원인을 다루면서 두순자 사건을 언급하지 않은 게 아쉬웠다. 어쩌면 방송 분량 때문에 설명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한국 시청자 처지에서 가해자에게 유리한 보도를 들으므로 취지가 반감되었을 것이다.
지금 미국과 한국은 인종과 국적 문제 등 갈등이 이어진다. 92년의 그날을 교훈삼아 각기 다른 사람들의 상호존중과 연대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