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이어 쓰기> #89. 고립을 푸는 건, 진정한 도움의 손길뿐
한달만에 돌아왔습니다. 4월 마지막 주부터 5월 초부터 이어진 황금연휴 내내 일하느라 무척 바빴습니다. 한산함과 불안함을 가졌다가, 일상이 돌아온 것 같아 좋았지만, 체력과 정신력을 소모하는 일이라, 다른 걸 생각할 여유가 사라지네요. 이번에 <SBS스페셜> '2020 은둔형 외톨이 나는 고립을 선택했다' (2020.3.29 방송)을 VOD로 봤는데, 답답하고 외로웠던 마음이 어느정도 가셨습니다. 다만 보고 느낀 점을 길고 자세하게 쓸 여유나 계획이 부족해서, 제대로 쓰지 못했습니다. 간단한 소개글로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집 안에서만 생활하던 자매들이 대구 남구청과 관계기관의 도움으로 세상과 조우했다. 집 안에서 은둔하던 자매가 밖으로 나오는 데는 자그마치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중략) 현재 자매들은 영남대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마음의 병이 있는 사람들이 함께 살면서 마음의 병이 점점 더 커졌고 결국 이런 사태로 이어졌다는 게 병원 측의 진단이다. 아울러 희망복지지원단은 이들 자매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며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 기사 본문에서 우연히 이번 주제와 맞는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기사에 나온 사진은 희망복지지원단이 자매의 집에 쌓인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이라 여기에 올리지 않겠습니다. 나는 동네에서 유명한 치킨집의 점장이다. 하지만 가끔 사람들을 대하는 게 힘들다. 컨디션이 안 좋은데, 주어진 일이 갑자기 늘어나고, 손님 혹은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어느 정도 갈등이 생기면, 스트레스를 크게 느껴서, 진정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주변에 하소연도 했지만, 도리어 ‘정신력이 약하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편하다’는 등의 말을 듣는다. 그렇다고 오는 손님이 줄길 바라거나, 막을 수 없다. 이럴 때 직장을 그만두고, 주변과 연락도 끊은 채 숨어 살고 싶었다. 그렇게 지친 나에게 <SBS스페셜> -’2020 은둔형 외톨이, 나는 고립을 선택했다’ (2020.3.29 방송)가 위로가 되었고, 거기에 나온 당사자에게 공감이 되었다. 중학교 때까지 멀쩡히 다니다 고등학생이 되자 등교를 거부하는 이상민 군, 학창시절 지각과 조퇴가 없었는데 전역 후 외출을 거부하는 김민준 씨, 고등학교 때 왕따를 당한 후 자퇴하면서 아버지와 갈등까지 겪었던 최민성 씨, 5년간 고립생활을 했던 유승규 씨, 이 다큐는 그들이 고립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을 담았고, 관련 전문가들을 통해 해결방법을 전했다. ‘은둔형 외톨이’ 혹은 ‘사회적 고립 청년’은 ‘사회적 접촉없이 3개월 이상 집안에 머물며 가족 이외에 인간 관계가 없는 사람’이다. 일본은 30여년 동안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해결하려 노력하지만, 고립 인구 100만명을 막지 못해, 당사자와 가족 모두가 고령으로 접어들었다. 대한민국도 30만명(추정)이 되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군 이래 최대의 스펙을 갖고 있다고 표현하는데, 청년들의 전체 모습으로 비춰지면 양극화될 수 있어요. 대부분 저희가 조사한 (고립청년) 친구들은 공통적으로 ‘난 늦었다’, ‘실패자다’고 이야기해요.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이야기하는 교육과 경쟁, 최고의 성취가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말하는 게 약화되지 않으면, ‘자신없는 인구’는 계속 나오고, 거기서 ‘좀 더 예민한 친구들’은 (방에) 숨어 들어 가겠죠.” - 고립 청년의 실태를 조사한 ‘김혜원’ 호서대학교 청소년 문화상담학과 교수 겸 ‘파이상담센터’ 자문 무척 마음이 아팠다. 특히 한국사회가 지나친 경쟁에 사로잡혀 결과로 성과를 판단하고, 서로를 구분 짓는 모습이 변하지 않는 게 답답했다. 오죽했으면 그런 사회에서 벗어나고 싶었을까? 자신이 설 자리가 없는 게 당연한 걸까? 스스로 고립에서 벗어나려는 의지가 있어야겠지만, 무엇보다 도움을 주는 전문가나 단체, 관련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은둔형 외톨이들의 평균 고립 기간은 12년 9개월 정도로 긴 편입니다. 중요한 것은 은둔형 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당사자들은 가족 외에 외부의 도움 없이는 빠져나오기 힘들어집니다. (고립 기간이) 짧은 사람일수록 패턴을 바꾸기 쉽고, 사람을 사귀는 것도 수월합니다. 확실히 (초기대응에) 집중하는 게 좋습니다.” - 일본에서 처음으로 ‘은둔형 외톨이’를 언급한 ‘사이토 타마키’ 츠쿠바 대학 교수 “사실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해요. (고립문제로) 혼자서 고민해도 가족이나 본인의 의지 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밖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제3자의 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밖으로 나오고 싶어도, 보통은 도움을 청할 곳이 없습니다. 먼저 한국은 (고립청년) 전문 상담가나 관련 프로그램을 가진 기관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고립청년을 위한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코보리 히토무 대표 과연 한국 사회는 고립을 택한 이들을 다시 세상 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까? 먼저 조심스레 다가가, 목소리를 들으며 하나씩 풀어야 한다. 지켜보며 도와주거나 격려하는 게 필요하다. 계속 살아갈 희망을 갖게 되면, 다시 고립이라는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이응상 : 많이 모자라며 자존심이 강하고 엉뚱한 사람.
꿈과 희망을 믿고 배우며 세상을 보려는 사람.
누군가에게 친근하고 도움이 되려는 사람.. 이메일 주소 : blueman1988@dau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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