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서 찾는 이야기> #15. 성과 사랑에 장애는 중요하지 않다
5월 마지막에 겨우 올립니다. 이번에 준비한 내용은 간단한 책 소개가 포함되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쓰려다보니 많은 날을 흘려보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소개할까 고민하다 또 '용두사미'가 되어버렸습니다. 부끄럽지만 5월 마지막에 완성하고 올립니다. 일과 글쓰기를 병행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봐야겠습니다. * 김홍신 의원 장애인 시설 강제불임수술 폭로(KBS, MBC, 1999.8.19.) “아이의 손을 잡고 길을 걷는 부모들을 보면 마냥 부러워요. 그리고 문득문득 속에서 울화가 치밉니다.” 지난달 22일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김홍신(리노)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장에 나온 유아무개(44)씨는 83년 광주 은성요양원 수용중 강제로 불임수술을 받은 경위를 설명하는 동안 분노의 빛을 감추지 못했다. 87년 요양원에서 나와 지금은 운수회사 직원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지만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 한때 사귀던 여자도 있었지만 불임수술을 당한 것이 마음의 상처로 남아 결혼을 하지 않았다. “그때 보건소 직원들이 반항하는 사람들은 팔다리를 묶어놓고 수술을 했어요. 약 100명의 원생들이 수술을 받았는데 그 중에는 17살짜리 남자아이도 있었습니다.” (중략) 장애인 강제 불임시술은 사회적 무관심과 사회복지예산 부족 등의 핑계로 덮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제 몸 가누기도 힘든 데 애는 낳아서 어떻게 키우려고…”라는 왜곡된 통념으로 넘길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그 핑계와 통념의 밑바닥에는 우생학의 오만한 이론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강제 불임시술에 대한 실태부터 파악해야 한다. 이번에 확인된 75명은 10개 시설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기 때문에 이 수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그리고 행정 당국·시설 관계자·장애인 부모 등이 참여하는 공개적 논의의 장을 마련, 장애인 자녀 출산과 양육지원에 관한 현실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더 나아가서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가톨릭대 이동익 신부는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 부부가 아이를 키울 능력이 모자라면 그것은 우리 사회가 기꺼이 나눠지고 가야 할 짐”이라고 말했다. (후략) --------------------------------------------------------------------------------------------------------------------- 우리는 한때 장애인에게 ‘불운 혹은 열등한 유전자를 지닌 사람’부터 시작해 ‘살기만 하면 그만이다’고 판단했다. 그들에게 가한 불임시술도 ‘(비장애인보다)부족한 유전자가 이어지면 안된다’, ‘욕구를 조절하지 못한다’는 편견으로 했을 것이다. 다큐영화 <핑크팰리스>는 각기 다른 장애인이 어떻게 성욕을 해소하는 지와 주인공인 중증장애인 최동수 씨가 감독을 따라 성매매 업소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그 영화로 ‘장애인도 성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때마침 나온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들 - 장애인의 성과 사랑이야기> (천자오루 지음, 강영희 옮김, 사계절 펴냄)는 그런 이야기를 다루며, 나의 깨달음을 확신으로 바꾼 참고서였다. “우리의 교육 체계와 사회복지지관, 사회 여론이 여태까지 장애인을 무성애자나 성별을 지운 존재로 취급하면서 일률적인 짧은 머리, 여럿이 함께 자는 군대식 잠자리, 집단 탈의, 집단 목욕 등의 형태로 돌봄의 편의를 추구해왔고, 그들의 욕망을 건드릴까봐 제대로 된 성교육을 행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결 방법을 제시하라는 건 더더욱 어불성설이다.” - p20 “장애인은 그저 ‘살아 있는 것’만을 원치 않는다. 더 많은 것을 원한다. 하지만 ‘더 많은 것’은 언제나 폄하되어 변방의 변방으로 밀려난다. 마치 그들이 ‘건강하고 온전한’ 신체를 잃은 그 순간부터 성과 사랑에 대한 갈망이 함께 사라지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 p94 이 책은 장애를 가진 당사자나 부모, 그들의 성욕을 풀기 위해 봉사하는 단체의 대표 등을 통해 ‘장애인도 성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는 목소리를 낸다. 다른 이에게 보이는 모습과 해결 방식이 다를 뿐, 추구하는 게 똑같다는 얘기다. 그리고 장애인이 성과 사랑을 누리려는 마음을 발견하지 못한 우리에게 충분한 대화거리를 준다고 생각한다. “’건강하고’, ‘온전한’ 신체만이 성과 사랑을 누릴 자격이 있는 건 아니다. 건강하지도 온전하지도 못한 신체는 그저 ‘다를’뿐이다. 장애를 가진 신체에 대해 사람들이 갖는 ‘동정’, ‘공포’, ‘기형’이라는 편견은 악의에서 나왔다기보다는 단순히 낯설어서인지도 모른다.” - p105 “장애인이 필요하는 건 협조이자 시혜가 아니며, 공감이지 동정이 아니다.” - p206 ‘장애인도 성과 사랑을 누린다’는 문장 끝에 ‘X’와 ‘?’만 쓰던 우리가 ‘O’, ‘!’로 바꾸려면, 열린 사고와 태도가 필요하다. 무지로 가득한 세상을 바꾸는 건 우리 자신이다. 이응상 : <꿈꾸는 만년필> 5기 저서 : <마음을 쓰다> 많이 모자라며 자존심이 강하고 엉뚱한 사람. 꿈과 희망을 믿고 배우며 세상을 보려는 사람. 누군가에게 친근하고 도움이 되려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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