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이어 쓰기> #104. 차별받아도 될 사람은 없다
3월, 드디어 봄이 오네요. 코로나-19가 지배하는 세상에 다시 봄이 찾아왔습니다. 지금 백신이 단계별로 접종에 들어갔다죠? 여전히 확산세가 줄지 않지만, 올해 안으로 걱정이 줄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주에 글 주제를 겨우 정하고 미루다 짧게 완성했습니다. 늘 그렇듯 부족한 글 실력을 얘기하며 올리려 했지요. 하지만 누군가의 안타까운 죽음을 들었고, 이어 올라온 영상을 보고 나니 뭐라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 연관도 있고요. 이번 메일은 두 편의 글을 연달아 올립니다. 부디 우리 삶과 여러 소수자에게 희망의 봄이 오기 바랍니다. 우리 일상에 찾아올 봄을 기다리며 사진 : 울산 태화루 주변에서 찍은 매화나무 (2021.2.28.) 봄이 온다. 꽃이 피고 새싹이 돋으며, 개구리가 잠에서 깨며, 벌과 나비가 다시 보일 순간이 다가온다. 항상 이맘때면 사람들은 들판과 강가 등을 찾아가 따뜻한 햇살과 바람, 주변의 아름다움을 즐긴다. 하지만 지금 맞이하는 봄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타인과 거리를 두고, 마스크를 쓰고, 매일 올라오는 소식을 챙겨봐야 한다. 먼 곳조차 가는 게 조심스러워 동네 주변을 돌 뿐이다. 전 세계를 강타한 역병은 우리의 소중한 일상을 좌지우지하였다. 시작은 산발적이었지만, 나라 전체가 마비될 뻔한 순간을 많이 겪었다. 온 나라는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지 감염과 확산을 줄이려고, 국경을 통제하고,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시켰다. 활동 범위가 줄어드니 답답할 뿐이다. 특히 외출에 필요한 마스크를 사는 게 처음부터 애를 먹었다. 생산량이 부족해 1인당 구매할 수 있는 게 적었고, 어느 나라는 가족들에게 지급되는 마스크 개수때문에 욕을 먹기도 했다. 다행히 방역 당국과 의료진 등 여러 방면에서 애쓰는 사람들,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자는 사람들이 있어, 나중에 감염자 수가 많이 줄었을 때 자연스레 밖으로 나가도 안심할 수 있었다. 머지않아 백신과 치료제를 누구나, 저렴하게 이용하는 날이 온다. 하지만 언제 마스크를 벗고, 마음 편히 바깥으로, 멀리 나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새로운 역병이 안 오리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 그저 묵묵히 기다리며 새로운 삶에 적응할 뿐이다. 그사이 해마다 피어나는 꽃과 돋아나는 새싹은 말없이 우리를 지켜본다. 차별받아도 될 사람은 없다 - 차별방지법 발의 역사를 보면서
![]() ![]() 2) 변희수 하사 (사진 출처 : 뉴시스/중앙일보)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활동가가 24일 세상을 떠났다. 김 활동가는 이날 오전 8시 20분경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논바이너리(non-binary) 트랜스젠더 당사자인 그는 퀴어인권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다. 2017년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 공동조직위원장으로 제주에서 첫 퀴어문화축제를 열었고, 지난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해 최초의 오픈리 트랜스젠더 국회의원을 꿈꿨다. 출마 당시 그는 “대한민국에서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는 성소수자들을 공식적으로 존재하게 만들고 싶다”라고 밝혔다.” - <김기홍 퀴어인권활동가 24일 사망> (민중의소리, 2021.2.24.) “4일 새벽 군인권센터에는 "기갑의 돌파력으로 군의 소수자 차별을 없애버리겠다던 전차조종수 변 하사를 기억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전날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변희수 전 하사를 추모하는 글이다. 고인은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1월 육군으로부터 강제 전역 처분을 받았다. "성 정체성과 상관없이 나라를 지키고 싶다. 기회를 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낸 '기갑의 돌파력'은 멈춰섰다.(후략)” - <멈춰선 ‘기갑의 돌파력’…성전환 하사의 외로웠던 투쟁”> (중앙일보, 2021.3.4.) 2021년, 봄을 앞두고 두 사람이 연이어 세상을 떠났다. 한 분은 인권 활동가, 다른 한 분은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제대 당한 군인이다. 언론은 앞다투어 그들을 다루었고, 내 SNS 속 타임라인에 애도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사람들은 그들의 죽음을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신념 혹은 시선은 제각각이었다. 생전에 스스로 트랜스젠더라 밝혔기 때문이다. 신이 주신 혹은 자연스럽게 태어난 몸에 의문을 품은 게 잘못이라 세상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을까? (트랜스젠더(Transgender) : 사회적 성(gender)과 생물학적 성별(sex)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을 가리킨다. 이들 중 자신의 육체적 성별의 반대 성별 집단의 일원이 되기를 갈망하는 이들을 성전환자(트랜스섹슈얼)이라고 하지만, 모든 트랜스젠더가 성전환자인 것은 아니다. 김기홍 인권 활동가는 성별을 남자와 여자로 분류하는 것에서 벗어나는 ‘논바이너리(Non-binary)’, 변희수 하사는 남자에서 여자로 성별을 바꾼 MTF(Male-to-Female)다. 위키백과 문서 참고)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칠 때쯤, 오랫동안 정치권에서 발의했지만, 한국 사회의 주류 중 하나라 믿은 사람들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된 ‘차별금지법’이 곳곳에서 언급되기 시작했다. 2020년 9월 21일에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하였고, 12월에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평등법’이란 이름으로 발의를 준비 중이다. 과연 2021년 상반기 중으로 국회 본회의에 올라갈까? “사실 (이 차별금지법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삶의 어떤 측변에서 반드시 소수자일 수밖에 없거든요. (중략) 모든 사람을 부당한 차별에서 보호하고,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 ‘차별금지법’이거든요. 이 법으로부터 예외인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어요.” - 장혜영 정의당 의원 차별금지법은 2007년 법무부가 포괄적인 법안을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재계, 종교계 등이 반대하자 성적 지향, 학력 등 7가지 사유가 빠졌다. 노회찬 당시 의원은 이에 반대하며 17대 국회에서 빠진 사유를 포함한 법안을 대표 발의하였고, 2011년에 권영길 당시 의원도 다시 대표 발의하였다. “2007년에 아무도 (차별금지법이) 나쁘다고 생각 안 했습니다. (그런데) 13년이 딱 흐르는 동안에 (차별금지법을 제정한) 외국의 교회들이 몰락하는 모습을 본 거예요. ‘이거 진짜 안 좋은 법이네?’, ‘교회를 망가뜨리네?’ 그러니까 눈을 뜬 거죠.” - 차별금지법 반대 세력에 속한 길원형 교수
반대 세력의 주축인 다수의 한국 개신교 쪽은 조직적, 전략적으로 움직였다. 이들이 세운 진평연(진정한 평당을 바라며 나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전국연합)은 2021년 기준으로 전국에 506개 단체로 이뤄졌다. 여기에 속한 단체들은 지역별로 국회의원 등을 찾아가 설득, 회유, 압박하였고, 국회 앞 농성이나 발의 국회의원 낙선운동 등으로 단계별 계획을 세웠다. 2013년에 김한길 당시 의원이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하였고, 문재인, 이낙연 등 당시 의원들이 참여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사는 집에 와서 막 다 자리 깔고 앉아서 시위했어요. 우리 동네 사람들이 무슨 일 저질렀냐고 (그래요). 그런데 각 교회가 한동안 일요일마다 너무 심하게 하니까, 거기 동조한 국회의원들을 절대 다시 국회에 보내면 안 된다고 하니까, 각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겁먹은 거예요. 한 명씩 와서 ‘저는 아무래도 안 되겠습니다. 거기서 이름 빼주세요.’ 하니까 무너진 거죠.” - 김한길 당시 의원 후유증은 상당했다. 선거 후보자 토론, 인사청문회 등에서 ‘동성애(합법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단골 질문이 되었고, 사람들은 대충 얼버무리거나, 소극적으로 ‘반대한다’고 대처해야 했다. “여성 참가자 : 차별금지법 반대하시나요? 저는 여성이고 동성애자입니다.제 평등권을 반으로 자를 수 있나요? 문재인 당시 후보 : 나중에 말씀드릴 기회를 드릴게요.” - 2018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성 평등 공약 선언 현장에서 한 사람의 존엄을 결정하는 사안에 왜 ‘나중에’가 필요할까? 그전까지 투명 인간으로 참고 지내야 할까? 그런 의문을 안은 채 2020년에 다시 차별금지법과 평등법이 등장했다. 여러 의견을 참고하자면 그 법안이 통과되어 우리 삶에 변화가 있겠지만, 해롭지 않다고 생각한다. 상습적으로, 노골적으로 하는 차별을 통제하는 방법이다. 무엇을 차별하면 안 되는 지는 이 세상을 사는 우리가 판단할 일이며, 소수자를 대할 때 편견과 고정관념의 색안경을 쓰지 않으면 그만이다. 실수로 차별적인 발언이나 행동을 했더라도 깨닫고 조심하면 된다. 혹자는 국가인권위원회 등에서 마련한 개별 법이나 지자체 등의 조례가 있는데 왜 포괄적인 법이 필요하냐고 말한다. 답은 간단하다. 이미 있는 법으로 소수자가 보호받거나 차별을 통제할 방법이 너무 적고 허술하다. 지금은 다양성이 뚜렷해지고, 존중 분위기로 가는 시대다. 시대가 변하면 법도 구멍을 메꾸거나 바꿔야 한다. 그 법이 성 소수자만 보호하는 게 아니다. 장애인, 난민 등 다양한 이유로 소수자로 불리는 사람들이 더는 차별받지 않고,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다. 이미 언론에서 다루고 있고, 여론도 긍정적으로 형성되는 상황에서 ‘사회적 합의가 더 필요하다’는 말은 부적절하다. “저는 정치가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시민사회단체도, 종교단체도 그렇고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해요. 입법은 정치인들이 하잖아요. 나머지가 할 수 없는 영역이니까요.” - 이은혜 뉴스앤조이 기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말은)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무슨 합의가 필요해요? 한 쪽이 유리하고 한 쪽이 불리한데, 불리한 쪽이 ‘내가 그걸 감수하마’, 그게 아니잖아요.” - 김한길 전 의원 “법이 반대가 있어서 못한다고 하면 후퇴하는 거로 생각해요. 왜냐하면 이렇게 반대해도 된다는 것을 남기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러면 ‘도대체 정치가 왜 존재하는 거지’(라는 의문이 생기죠). 앞선 정치인들이 미룬 과제가 이제 30대 중반 여성 정치인인 저한테 온 것이고, 여기서 밀린다면 그다음 세대한테 계속 밀리게 되고, 그 시간 동안에 수많은 시민이 계속 고통을 받아야 하겠죠. ‘이 정치적 책임을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우리 손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 말을 정말 강하게 드리고 싶어요.” - 장혜영 의원 앞서 말한 두 사람의 죽음은 오랫동안 쌓인 문제의 일부이자, 계속 언급될 차별방지법을 향한 불꽃이다. 고인이 된 그들의 명복을 빌며, 이 법안이 온전히 국회 본회의로 넘어가 통과되길 바란다. 참고 자료 / 볼만한 자료 2021년 3월 6일, YTN에서 방송한 미니다큐 한 편입니다. 보시고 위에 언급된 차별방지법에 대해 더 자세히 얘기했으면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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