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과거에서 찾는 이야기> 한 편을 올리고, 다음 주제를 준비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제 저녁부터 들은 소식에 당황했습니다. 언론과 SNS도 그 분 이야기와 의견으로 가득했습니다. 덕분에 올릴 거리가 생겼지만, 안타까움과 답답함도 늘었네요.
* 박원순 서울시장의 생전 모습(사진 출처 : 연합뉴스)
2020년 7월 9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오후부터 갑자기 실종되었다는 뉴스를 들었다. 딸과 통화에서 알 수 없는 말을 하더니 전화기도 꺼졌고, 행적도 묘연했다. 경찰이계속해서 수색 중이라 했지만, 언론은 벌써부터 사망, 전 비서 성추행 등 오보를 쏟기 시작했다. 일부 사실이 있겠지만 직접 나와 해명할 때까지 기다려도 되는데, 기자들은 벌써부터서울대병원 앞을 서성이기 시작했다. 특종 혹은 유리한 자리를 얻으려는 본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정쯤 지나자 한 지상파 방송사가 사망 속보 자막을 띄웠다. 하지만 오보를 그대로 전해 믿음이 안 간 데다, 다른 언론사도 속보를 띄우지 않자 ‘또 오보겠지’라는 생각에 새벽 늦게 혹은 아침에 알 수 있을거라 믿고기다렸다. 1시쯤 지나 다시 채널을 돌리다 나온 속보는 일말의 기대를 무너뜨렸다.
그렇게 뉴스특보, SNS 반응, 공식 브리핑을 보고 잠들려 했지만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성추행 관련 고소는 어느 정도 사실로 드러났는데, 갑자기 들은 거라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실종 당시 언론의 오보나 브리핑 당시 질문들도 이상했다. 그때 채널을 돌리다 잠깐 봤던 시사 프로그램 속 내용이 떠올랐다.
한 정치인의 실종과 죽음마저 자신들의 이득에 이용하는 모습이 여전하다는 생각이 들어 SNS에 글을 올렸다. 왜 한국 언론이 ‘기레기’라는 오명을 얻는지 모를까? 알아도 습관에 젖어 바꾸지 못하나?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아니, 한 발짝도 내딛지 않는 언론이 태반이다. 시민들이 요구하는 개혁 중 ‘언론 개혁’이 보수, 진보, 중도 안 가리고 필요하다는 다짐을 다시 하면서, 글 하나를 옮긴다.
“서울시장이 갑자기 실종되다 돌아가셨는데,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평소 차기 대권 중 한 분이고, 행정 등에서 비판은 받았지만, 서울시를 빚더미에서 구한 사람으로 알고 있다. 잘못이 있다면 사과하고, 아니라면 해명하는 게 맞지만, 갑자기 의혹을 들으니 아리송하면서 답답하다.
돌아가신 분의 명복을 비는 게 맞지만, 저래도 되나 싶다.
이제 금, 토, 일 내내 한국언론은 그분의 행적과 의혹을 읊고, 자기들끼리 떠들며 시간을 보낼 거다. 역할을 했다고 자평도 하겠지.
언론이 서울시장 실종 당시 오보를 검증 없이 받아쓰기했던 걸 기억하겠다. 그분이 어떻게 역사에서 기록, 평가되든 언론이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하겠다.”
박원순 서울시장 발견 이후 경찰 브리핑과 기자 질의 영상을 공유합니다. 사람들이 분노하는 게 무엇인지 기자 스스로가 다시 영상을 보고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