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한국의 정부, 언론 가릴 것 없이 부족한 공공질서를 한탄하며, 이를 바꾸자는 캠페인, 현장 보도를 했었다. 유치원, 초등학교에서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지 말자’, ‘여러 사람이 쓰는 물건을 아껴 쓰자’ 등을 먼저 배우는데 말이다. 그런데 1~20년 전부터 ‘깨끗한 시민의식’, ‘공공의식 잘 지키는 나라’라는 얘기를 듣는다. 월드컵 등 국제 스포츠 행사 때 거리 응원이라든지, 2017년 촛불집회 등에서 많은 사람이 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를 치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갑자기 시민의식이 바뀐 이유가 무엇일까?
전자는 각자 먹고사는 것이 중요해, 공공질서에 무감각했을 테고, 후자는 급격한 경제 성장과 민주화, 여러 국제 행사를 치른 경험과 높아지는 자부심이 주위를 돌아보게 만든 거라 본다.
하지만 현대경제연구원의 2014년 9월 초 설문조사 결과에서 10명 중 6명은 ‘자신의 엄격한 규정 준수가 타인과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 겉은 빠르게 커졌지만, 속이 여전히 따라오지 못한 걸까?
“시민의식이 성숙하지 못한 건 정부가 정한 목표에 따라야 하는 수동적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 정창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단시간 내에 압축 근대화를 하다 보니 정부가 제시한 어젠다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정부와 시장, 시민사회 등 다양한 주체의 ‘연대적 공존’이 필요하다” - 박길성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새로운 질서를 만들면 각자 익히는 데 시간이 걸린다. 다행히 자발적인 참여와 질서 지키기 등이 늘었다. 하지만 과거의 무질서한 모습이 우리에게 있었다는 사실만 알고 지나쳐선 안 된다. 왜 그랬는지, 여전히 남아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 진정한 시민의식 개선은 지금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