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이어 쓰기> #122. 2021년을 마무리하는 편지 가라앉지 않는 마음으로 2021년을 보냅니다. 2021년 크리스마스 이브 아침에 '박근혜 사면'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 SNS에 글을 올렸습니다. 연휴라 바쁠텐데 이런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가라앉지 않더군요. 동시에 이뤄진 다른 분의 가석방, 복권 등으로 겨우 추스르긴 했는데, 동시에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다시 거리두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2022년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겠습니다. 2021년 마지막 날에 글 세 편을 보내니 하루 지나 새해에 읽더라도 복 많이 받으시고, 저도 새해에 좋은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전두환 노태우 복권 사면발표> (SBS, 1997.12.20.) 김영삼 대통령은 오늘 국민대화합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복권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사면 결정은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의 동의를 얻어 이뤄졌습니다. (중략) 김 대통령은 사면 결정을 내리면서 "무력에 의한 정권 탈취와 권력형 부정부패 등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우리 국민이 얼마나 피와 땀과 눈물을 흘렸는지를 상기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이런 일은 앞으로 결코 되풀이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 대한민국헌법 제79조 ①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 ②일반사면을 명하려면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③사면·감형 및 복권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대통령은 해마다 다양한 사유를 들어 교도소, 구치소에 있던 사람들을 사면했다. 생계형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사면하는 경우가 많지만, 정치인을 사면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 이럴 때 대부분 '국민대통합', '국민 화합과 단결' 등을 붙인다. 정치인이 갇혀있다는 사실때문에 나라의 여론이 극으로 갈라졌단 말인가? 어쩌면 뒤에 생길 위험을 줄이려고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헌법도 보장하는 만큼 무조건 나쁘다 볼 수 없지만, 사면받은 사람이 뒤에 어떤 일을 할지 모르니까 신중해야 한다. 앞서 말한 미사여구를 붙이는 일도 마찬가지다. 이 결정이 여론 통합으로 가는 길이라 보는 이는 많지 않다. 해명을 한다면 솔직하게 하자. 그래야 위험이 줄어든다. #미사여구없이 #솔직하게말해 #이번일유감 촛불 이후 어떻게 할까? (2016.12.15.)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 문화제가 한창이던 어느 주말, 같이 일하는 친구와 거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이런 말을 들었다. “나는 사람들이 왜 이런 데를 가는지 모르겠어. 평소 정치에 관심 없다가 시위한다니까 우르르 몰려든다는 생각이 들어. 일종의 군중심리랄까?” 이번 촛불문화제가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라지만 왜 사람들이 같은 생각으로 모이는 걸 안 좋게 볼까하는 생각과 함께 이번 촛불이 목표를 달성하면 어떻게 분위기를 이어갈까 의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에 쓴 글에서 말했듯이 촛불은 시민이 한 마음, 한 목소리로 강하게 주장하는 수단이다. 특정 인물이 선동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레 모이는데 뭐가 문제인가? 하지만 어떻게 원동력을 이어가고 목표를 달성한 후 무엇을 할지를 생각하니 답이 나오지 않는다. 한 마음으로 모였지만 각자 생각이 다름은 뻔하지 않은가? 어쩌다 서로 싸우고 갈라지면 바라보는 사람들의 실망감이 얼마나 크겠는가? 불은 장작이나 기둥이라는 재료가 없으면 타오르지 않는다. 촛불이 꺼지는 이유는 강한 힘의 바람이 아니라 이어나가는 힘의 부족함이다. 설령 원하는 바를 이뤘더라도 이후의 후폭풍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전에 읽은 책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엄기호 지음)에 나왔던 내용이 어렴풋이 떠올라 일부를 가져왔다. 한 대학생이 영화 ‘브이 포 벤데타’를 보고 쓴 이후의 시나리오인데 왜 현실적으로 보일까? “6. 국민들의 극심한 시위와 요구로 정국은 계속 혼란스럽고, 과도정부는 어쩔 줄 몰라 하는 가운데 시민들은 이전 시대의 분노를 경찰과 군대, 정부를 향해 폭발시킨다. 정부관료, 경찰, 군인들에 대한 린치와 감금, 폭행, 구타가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중략) 뭐 지어짜내면 더 쓸 수도 있지만 머리가 아프기 시작해서 더 쓰는 건 관둬야 할 것 같다.^^;; 내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대안의 부재’이다. 우리도 역사에서 경험했다. 대안이 없는 혁명은 미완으로 그치고 만다. 4·19가 그랬고, 6월 혁명이 그랬다. 물론 혁명은 혁명 그 자체로 의미 있다. 그러나 나는 제작자에게 4.19 혁명 이후의 ‘박정희’를 아는가, 6월 혁명 이후의 ‘노태우’를 아는가 묻고 싶다.” ‘대안의 부재’, 왜 시민이 들고 일어난 혁명이 대부분 오래가지 못할까? 구체제에 있던 사람들이 불편함과 부당함을 견디지 못해 뒤엎었지만 대안을 내놓지 못해 반대파(구체제의 심복, 맹목적인 지지자)에게 자리를 빼앗긴 일이 많았다. 프랑스 혁명 이후 나폴레옹의 등장, 4.19 혁명 이후의 박정희 등이 그 예다. 이왕 시작한 촛불은 현 정부의 퇴진으로 끝나지 말아야 한다. 의견을 취합하고 방향을 다변화하여 계속 나아가야 한다. 이성과 집단지성으로 한국의 다양한 문제점을 찾아 고쳐야 한다. 바깥으로 나와 촛불을 드는 게 전부가 아니다. 자신이 하는 일을 충실히 하면서 사회를 바꿔나가는 데 일원으로 참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번 촛불은 역사의 한 단락이자 하나의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언젠가 촛불을 내려놓더라도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데 힘을 써야 하지 않을까? 부디 그리되길 바란다. 2021년을 마무리하는 편지 * 구글에 검색한 '소상공인 시위'와 SNS '실시간대구'의 관련 글 갈무리 화면 먼저 계속되는 거리 두기와 소상공인의 고통입니다. 요식업에 종사하며 월급을 받는 처지라 공감이 갑니다. 사람들을 보호하러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방역 대책을 세웠는데, 대기업과 건물주는 영향을 덜 받고, 중소기업과 여러 가게는 계속 손해를 봅니다. 정부와 방역 당국을 믿으며, 여러 제한이 풀릴 날을 기다렸지만, 돌아오는 건 부족한 지원금, 동업자의 죽음, 일부 누리꾼의 조롱이었습니다. 이미 항의 시위를 시작한 사람도 있지요. 다니던 직장을 나왔거나, 가족, 지인에게 물려받았거나, 큰 꿈을 갖고 결심하며 시작한 가게와 기업인데 다 함께 웃으며 사는 날이 언제 올까요? 두 번째는 누더기가 된 중대재해처벌법과 또 미뤄진 차별금지법입니다. 일하다 다치거나 죽는 사람이 더 없길 바라지만, 돈 때문에 여전히 수많은 희생자가 생기는 중입니다. 이를 막는 법이 국회에서 나와야 하는데, 정치권은 기업의 어려움을 핑계삼아 슬쩍 예외사항을 만들고, 중요한 부분은 뺀 채 통과시켰습니다. 자기들에게 중요한 법이나 지역 사업은 그대로 통과시키면서 왜 이런 법을 누더기로 만들까요? 차별금지법도 마찬가지입니다. 때가 아니다는 수많은 핑계와 좌절을 겪다 다수의 시민이 공감하고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여전히 반대하는 사람들의 눈치만 보다 논의를 미뤘습니다. 왜 필요한지 설득하고 안심시켜도 모자랄 판에 왜 눈치만 볼까요? 두 법 다 자신들에게 해당하는 일이 아니라서인가요? 다음에 얻을 표 때문인가요? 관심 없는데 계속 이야기가 나오니까 논의하는 척하나 싶네요. 그러는 사이에 법의 보호와 권리를 얻지 못해 죽거나 다치는 사람은 보이지 않나요? 계속 나아가길 원하는 사람이 있는 한 계속 언급될 거고, 원하는 대로, 좋은 방향으로 생기고 바뀐다고 생각합니다. * 2019년에 본인이 찍은 대구 매호천 사진 셋째는 우리가 머무는 집과 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좋은 집에서 살고 싶고, 좋은 땅에서 농사짓고픈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려면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정부는 그걸 잡아보려 애쓰지만, 가진 이는 웃으며 허점을 찾아 땅을 투기하고 집을 삽니다. 자신들의 재산을 어찌하지 못한다는 자신감 때문이겠죠. 이를 감시해야 하는 주체의 직원들은 이 와중에 정보를 미리 알아내어 똑같은 짓을 저지릅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인가요? 정권이 바뀌어도 잡히지 않는 집과 땅 문제, 각자 가질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더 갖겠다고 욕심내면 언젠가 화를 부른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하네요. * 구글에 검색한 '노동자 죽음', '청소년 죽음'을 갈무리한 화면 마지막으로 많은 이의 죽음입니다. 사람이 태어나면 죽는 건 당연하겠죠. 언론에 날 정도로 유명한 이도 있지만, 노동자, 청소년, 어르신 등 겨우 숫자로 언급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요? 다양한 이유로 죽지만, 사고로 다치거나 스스로 택하는 일이 많답니다. 나라의 인구가 나날이 줄어든다지만, 길어진 수명을 살지 못하고 일찍 떠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숫자와 통계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네요. 2021년 한 해를 이렇게 적으니 마음이 아픕니다. 어디가 문제일까요? 안다 해도 실천하지 못하고 2022년을 맞으려니 괴롭습니다. 이대로 여러분을 뵙기가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이를 무릅쓰고 간절히 빌겠습니다. 새해 4월에 대통령 선거와 재보궐 선거, 6월에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습니다. 언론에 나온 후보들의 모습을 보니 고민이 되지만 투표라는 권리를 행사하는 만큼, 저를 포함한 우리 시민이 현명한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십시오. 그렇게 뽑힌 사람들이 우리의 말을 듣게 해주십시오. 그리고 코로나 19가 잠잠해지고 일상을 다시 회복하도록 도와주십시오. 내년에 덜 부끄러운 편지를 보내길 바라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21.12.31. 대한민국의 평범한 시민 올림. * 참고자료, 볼만한 자료
이응상(a.k.a. Blueman) 부족한데 자존심이 강하고 엉뚱한 사람 꿈과 희망을 믿고 배우며 세상을 보려는 사람 누군가에게 친근하고 도움이 되려는 사람 메일 : blueman1988@dau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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