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이어 쓰기>
#128. 나의 코로나 체험기 - 자가격리가 찾아준 진정한 내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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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코로나 치료로 3월 마지막 주를 보냈습니다.
코로나19 확진을 받는 사람들 얘기를 듣고 '안 걸려서 다행이다'라며 안심했지만, 꽃가루 알레르기와 겹치다보니 저도 모르게 걸렸습니다. 1주일 자가격리를 보냈지만 다행히 좋은 순간이 많았습니다. 잊어버리기 전에 얼른 체험기를 쓰고 화요일(4월 5일)에 보냅니다. 다들 무사히 하루를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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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양성 판정 받은 당일 진료 확인서 사진
2022년 3월 25일 금요일이었다. 봄을 맞아 방 청소에 서랍장 위치도 바꾸는 큰 작업을 했는데, 쌓였던 먼지가 코로 들어가며 기침이 잦아졌다. 평소 꽃가루 알레르기를 달고 살아서 눈이 가렵고 코가 막히며 기침이 잦은 건 연례행사로 여겼다. 출근 시간이 가까워지자 퇴근 후 혹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마저 해야겠다 생각하고 나왔다. 낮에는 몸이 괜찮았는데, 오후 5시가 지나자 기침이 심해지더니 몸살이 나기 시작했다. 몸살약을 사 먹고 잠시 수면을 취했지만, 여전히 기침이 이어지자 같이 일하는 동생이 이렇게 말했다.
“혹시 코로나일지 모르니 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음성 나와도 증상을 얘기한 뒤 주사 맞으세요”
긴가민가했지만 해보자는 생각에 지도 앱으로 저녁에도 검사하는 동네 병원을 찾아 검사 장비에 코를 맡기고 결과를 기다렸다. 몇십 분 후 이름이 불리자 바로 간호사분에게 결과를 들었다.
“양성이 나왔으니 진찰받고 처방전 받아가세요.”
“네?”
나도 코로나 확진? 예상치 못한 결과에 세워놨던 계획이 무너졌다. 이런 게 멘탈붕괴인가? 진단료 6,300원을 내고 근처 약국에서 공짜로 5일 치 약을 받았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4일 “코로나 확진 문자를 받으면 보건소의 별도 연락이 없더라도 동네 병·의원에서 의료상담과 약 처방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 <“확진문자 받으면 동네 병·의원서 무료 의료상담·약 처방”>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2.3.4.)
일터에 연락하고 바로 집에 들어가는 길에 이런 상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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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를 돕기 위해 넣은 일러스트(입원중인 남성과 의사), 출처 : irastoya
의사 : 이게 하필이면…코로나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습니다. 잘 알아두세요, 선생님은 앞으로 1주일 동안 밖을 나가실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자택 격리되셨단 말입니다.
나 : 뭐라고요? 양성이라고? 코로나에 걸렸다 그 말인가? 양성이라니, 내가 코로나라니, 안돼!!!
정리가 덜 된 방을 마주하며 약을 먹고 침대에 누웠는데 1주일간 아무 데도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이, 아니, 백신 3차까지 맞았는데 코로나를 피할 수 없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수많은 생각 속에 잠을 청한 뒤 다음날 오전에야 하려던 일을 겨우 마칠 수 있었다.
처음엔 여기저기 상황을 정리하느라 바빴다. 구청에서 온 코로나 확진 관련 전화를 받았고, 부모님도 그날 쉬는 날이니 필요한 걸 갖다 준다고 하셨다. 주로 바깥에서 식사하는 터라 집에 먹을 게 많지 않은데 때마침 반찬과 쌀, 과일, 밥솥 등을 받았다, 그리고 일하느라 밀렸던 책을 읽거나 OTT로 보던 애니메이션 등을 몰아보려는 계획이 있어서 덜 심심했다.
그러다 시사인이 ‘오늘의행동’과 콜라보 차원에서 밤 8~9시 ‘어스아워(Earth Hour, 지구촌 전등끄기)’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로 ‘불멍라이브’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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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IN에서 받은 메일 갈무리
“어스아워는 WWF의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캠페인입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기후변화 캠페인 중 하나로, 특정 도시에서 시작하여 현재 세계적인 규모의 이벤트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어스아워에 참여하는 첫 번째 방법으로는 캠페인 당일 한 시간 동안 전등을 꺼놓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많은 사람이 이 시간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자연보전을 위한 실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불을 끄는 사소한 습관을 시작으로 더 다양하게 환경을 보전하는 일을 실천하는 것이 이 캠페인의 목적입니다." - 세계자연기금(WWF) 한국 지부 어스아워 Q&A 페이지에서 정리함.
오래 전부터 이 행사를 알았지만, 해당 시간에 일하고 있어 참여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때마침 지금이 참여하기 좋은 기회였다. 밤 8시가 되자 방의 불을 끄고 라이브를 켠 채로 인증샷과 소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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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사진 : 시사iN 유튜브 채널 '불멍 라이브'를 찍음
* 아래 사진 2 : 태블릿에 깔아둔 촛불 앱을 찍음
#어스아워 #earthhour 첫 참여
집에 누군가 있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이라는 이유로 참여하고 싶어도 못했던 #자발적연대
전날 코로나19 양성 판정받아 남은 3월을 자택치료로 보내게 된 덕(?)에 할 수 있었다.
누군가는 1시간이 짧다 느끼겠지만, 이마저 길다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참에 잠깐 불편함을 생각해본다. 우리에게 편한 방법이 다른 이에게 불편한 것이 될 수 있다. 가령 두 다리로 걸어다니는 게 편한 사람은 버스, 열차 등을 이용하는 게 빠르지만, 휠체어나 목발을 져야 하는 사람은 그 일에 많은 시간을 쓴다.
우리가 편히 쓰는 전기도 송전시설, 발전소가 있는 지역의 사람들은 불편함을 안고 쓴다는 걸 생각하자.
송전탑 주변 고압의 전력과 발전기를 돌리며 생기는 매연과 방사능을 견디며 하루를 보내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지금 이 글을 쓰는 폰도, 라이브와 촛불을 켠 TV, 태블릿도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1시간 동안 방안의 조명을 끄면서 전기의 소중함과 송전시설, 발전소 주변에 사는 사람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느껴야겠다.
#1시간소등 #불멍라이브
넷째날인 월요일이 되자 좀 더 부지런해지기로 했다. 흥청망청 놀다가 돌아오면 삶의 균형이 깨질 것 같아서다. 아침에 하던 운동을 저녁 식사 전에도 했고, 격주로 SNS에 남기던 ‘과거에서 찾는 이야기’를 하루에 하나씩 남겼다. 신문기사에 댓글로 작품을 남기던 시인 제페토 님을 본받아 옛날 신문기사를 찾아 간단하게 글을 남겼는데, 적당한 기사를 찾고 글을 남기는 시간이 평소보다 여유로워서인지 부담이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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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 인스타그램에서 올려둔 옛날기사 갈무리 사진
SNS에서 지인이 공유한 아침 8시 전장연 라이브를 보니 전에 썼던 연대 글이 떠올라 마음이 뭉클했는데,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서 ‘2022인 릴레이 단식행동 - 평등한끼’ 행사를 진행 중이라는 소식도 메일로 받았다. SNS에서 릴레이 단식을 인증하는 모습을 보며 동참하고 싶었지만, 같이 일하다 자발적 단식을 인증하는 건 모험이었다. 지금 상황을 기회로 여기고 화요일 저녁 한 끼를 굶으며 해당 링크에 인증샷과 메시지를 남겼다. 물을 빼고 아무 것도 안 먹으니 배가 더 고팠지만, 평소 혼자 일할 때 체중 관리를 위해 한 끼 거르기도 해서 덜 힘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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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 쓴 메시지가 담긴 인증샷
#코로나자가격리 라서 할 수 있는 #참여와연대 2탄
#평등한끼 2022인 릴레인 단식행동
다수의 비장애인, 신경전형인, 이성애자, 내국인은 차별을 당할 가능성이 적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고, 자신과 다른 이를 볼 일이 적기 때문에 이런 일에 무관심하거나 잘못된 생각에 기초한 의견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소수의 ‘장애인, 신경다양인, 성소수자, 국내 거주 외국인(이주여성, 이주노동자 등)’은 다수와 다르다는 이유로 신기하게 여기거나 다수와 같은 대우를 받지 못한다. 심지어 자신들을 생각해달라는 행동 하나 했다고 혐오를 당하기 일쑤다.
나는 다시 심해지는 소수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거부하며 이번 일에 연대한다. 둘 중 어디에 속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할 수 있는 일에 동참할 뿐이며 다수와 소수가 사이좋게 지내며, 서로의 처지를 존중하고 사는 세상을 원한다.
#차별금지법있는나라
화,수,목 밤 8~9시 온라인 화상 앱 ‘줌(zoom)’으로 참여하는 ‘평등밥상’도 꾸준히 접속했다. 평소 집중력이 약해 학창시절 수업 듣는 것도 겨우 해낼 정도여서 게스트로 나오신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살짝 힘들었지만, 나와 생각이 맞는 주제라 집중하려 노력했다. 특히 목요일은 내가 본 다큐멘터리영화 <너에게 가는 길>에 나오신 두 분과 토크여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다른 분들의 얘기도 듣고 직접 온라인으로 돈 주고 봤다는 인증을 하고, 평소 생각도 얘기하니까 시간 가는 줄 몰랐다.
3/29(화)
• 주제 : 소수자와 차별금지법
• 호스트 : 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3/30(수)
• 주제 : 차별의 경계
• 호스트 : 이민규 (미국 차별금지법 변호사)
3/31(목)
• 주제 : 각지의 관객들과 만나며 나누었던 평등의 이야기
• 호스트 : 나비, 비비안 (<너에게 가는 길> 주연배우)
* 3월 29~31일 참여한 '평등밥상' 주제와 호스트
마지막 날인 목요일, SNS로 알게 된 작가님의 책을 보고 싶어 며칠 전 주문한 책이 도착하자 완독했다. 평소 위키, SNS 등 웹상의 글을 자주 읽는 편이고, 직장에 있으니 시간도 짧은데 2시간 안에 다 읽는 자신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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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 인스타그램에 올려둔 스토리 갈무리
밤 10시, 일주일이 서서히 끝나가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여전히 기침하지만 목이 서서히 나아가고 있었다. 이대로 끝내기 아쉬워 소감을 남겼다.
코로나 자가 격리 겸 치료 기간이 어느덧 2시간 남았다.
그리고 3월도 곧 막을 내린다.
여러모로 다사다난한 3월인데 코로나 양성 받아 1주일 간 자가격리라니....
주변에 걸렸다는 얘기를 듣고 '조심해야지'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경계심이 덜했는데 내가 걸리고 나니 당황스러웠다.
검사 당일 밤, 집에서 멘붕하며 보냈지만, 본격적인 방정리에 들어간 상황이라 조금씩 헤어나올 수 있었다.
보통 집에 온종일 있으면 뭐하지라며 고민하지만, 이미 하고픈 일이 많았기 때문에 심심할 틈이 없었다.
밀린 #시사인 보기, 애니메이션 보기, 책 보기 등등 밖에 나가는 거 빼고 다 해보니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특히 #차별금지법제정 을 염원하는 #평등밥상 1끼 단식(화요일), 화수목 밤 8시 줌 미팅 참석은 평소 사회 변화를 바라는 일에 연대하고픈 나에게 좋은 시간이자 기회였다.
만약 '저녁있는 삶'을 보장받는 본업을 가졌다면, 작가라는 꿈을 이루는 일도 시간과 의지 문제라고 생각한다.
내일부터 다시 출근이다. 거의 매일 낮 12시 이전 출근해서 새벽 1시 이전에 퇴근하는 일이다.
다시 사람을 대하고, 소속된 직장에 신경을 써야 한다.
하지만 이번 일주일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일과 삶을 병행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야겠다.
좀 더 나은 삶과 세상을 바라며 남은 시간을 보내고, 다음날 출근한다.
자동으로 격리가 해제되는 자정이 되자 곧바로 마스크를 쓰고 맞은편 아파트에 있는 정원을 산책했다. 살짝 비가 내렸다가 그쳐서 바닥이 젖었지만, 가득 핀 벚꽃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일주일이었지만 잃어버렸던 뭔가를 되찾은 기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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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SNS, 위키, 유튜브를 보다 잠드는 편이었다. 이번 일주일을 겪으며 생활 습관을 되돌아 보았고, 좋아하는 일로 심심할 틈이 없는 자신을 다시 찾으니 내 생의 큰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다음에 이런 기회가 찾아올까? 좋은 일주일을 가져다준 코로나바이러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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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상(a.k.a. Blueman)
- 글쓰기 코칭 프로그램 <꿈꾸는 만년필> 5기
- 저서 : <마음을 쓰다> (2015, 교보문고 퍼플) 종이책 / eBook
부족한데 자존심이 강하고 엉뚱한 사람 꿈과 희망을 믿고 배우며 세상을 보려는 사람 누군가에게 친근하고 도움이 되려는 사람
메일 : blueman198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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