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이어 쓰기>
#129. 포켓몬 빵 부활 뒤에 숨은 SPC 그룹의 그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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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빵을 기억하십니까?
어렸을 때 나와서 호기심으로 사 먹었던 그 빵이 다시 돌아왔지만,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나중에 보면 사야지 했는데 그걸 만드는 회사, 정확히 모기업에서 많은 문제가 있었네요.
당분간 살 일이 있을까 싶습니다.
* 이번 글은 헬조선 늬우스에 동시 기고 중입니다. 이 메일을 보내고 며칠 뒤 보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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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0년대 출생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포켓몬 빵이 2022년 2월에 돌아왔다. 1999년, SPC 그룹의 전신 중 하나인 샤니가 2010년대까지 팔았는데, 같은 그룹의 삼립이 소비자의 지속적인 요청을 받아 포켓몬 코리아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새롭게 출시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줄을 서서 사는 건 기본이고, 띠부띠부씰에 그려진 1세대 포켓몬을 모으려고 같은 종류의 빵을 여러 개 사기도 했다. 편의점, 마트 등에서 빵이 들어오면 1~2시간 만에 다 팔려서, 매진되었다는 종이가 곳곳에 붙고, 그려진 그림과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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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이 사는 동네 마트와 편의점에서 직접 찍은 매진 포스터
나는 평소 공장에서 만든 빵을 잘 사 먹지 않다 보니 이 소식을 듣고도 관심을 덜 뒀지만, 한 번쯤 사보고 싶었다. 그러다 SNS 타임라인에 올라온 글을 보고 마음이 착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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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C 파리바게뜨 노조탄압을 규탄하는 시민성명 홍보 포스터 (출처 : 전국화섬식품노동조합 파리바게뜨지회 공식 트위터)
빵을 잘 만들어 파는 SPC 그룹이 왜 이런 죄를 짓는 걸까? 이 글은 포켓몬 빵을 구하지 못해 섭섭한 마음으로 쓴 게 아니라, 그걸 만든 기업이 지금보다 건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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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클립] SPC 파리바게뜨, 수년째 노조탄압 만행 저질러> (민주노총 공식 유튜브 채널, 2022.4.6.)
1. 파리바게뜨의 불법 파견과 노조 탄압
한국을 넘어 프랑스, 미국, 중국까지 진출한 파리바게뜨가 여러 협력업체를 통해 제빵, 카페 기사를 파견 형식으로 고용하면서 업무를 지시, 감독하는가 하면, 회장님의 지시 혹은 품질관리라는 이름으로 연장 근무, 임금 체납 등 온갖 노동 착취를 서슴지 않았다. 그렇게 얻은 이익마저 거의 가져갔다.
“보호해줄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 현장에서 만약 사장님(가맹점주)하고 트러블이 생기면 본사에서는 일단 사장님 편이에요. 협력업체도 자기 직원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으면 와서 싸워줘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요.” - 임종린 파리바게뜨 제빵 기사
2017년, 임종린 씨는 수당 문제로 정의당의 ‘비상구’(비정규직 노동상담 창구)를 찾았고, 이정미 정의당 당시 의원의 문제 제기로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에 나서면서 본사의 이런 행태를 알게 되었다. 이후 직접 고용하라는 지시가 떨어졌지만, 파리바게뜨는 당사자인 제빵, 카페 기사를 배제하고 가맹점주협의회, 협력업체와 합자회사인 피비파트너즈를 만들어 그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반쪽짜리 합의를 이뤘다. 임종린 씨는 민주노총 산하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파리바게뜨지회(이하 파리바게뜨 노조)를 설립해 직원들의 본사 직접 고용을 요구했다.
하지만 파리바게뜨는 아랑곳하지 않고, 피비파트너즈 노조(한국노총 산하)를 만들고, 한국노총 중부지역공공산업노조와 힘을 합쳐 교섭단체 지위를 얻었다. 파리바게뜨 노조원에게 수익금을 더 받는다, 정직원 승진, 본사 고용 등을 약속하며 노조 탈퇴 혹은 자기편으로 이적하라 요구하였다. 평소보다 100명이 가까운 노동자가 노조를 탈퇴하거나 그쪽으로 옮겨갔고, 이에 항의하는 노조 간부에게 그들은 정직 처분을 내렸다.
임종린 씨는 2022년 3월 28일부터 노조탄압 중단 및 사과, 노조탄압 불법행위자 처벌, 피해 원상회복 등을 요구하며 단식 투쟁을 시작했고, 노동, 사회단체도 삼보일배, 지지 성명 등을 냈다.
“먹거리를 파는 기업. 건강한 빵으로 으뜸으로 성장했다는 기업. 그 명성이 과연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는 것인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맛있는 빵을 만들겠다는 꿈을 가진 청년 제빵사의 노동 없이, 그 노동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없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 성찰하기 바란다. ” - 공공운수노조(화물연대) 공식 성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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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관련 사진 (Pixabay - EmilianDanaila)
2. 마약사범 허희수의 경영복귀
우리가 흔히 아는 대기업 창업주 집안은 이상하게 마약에 손을 대는 사람이 많다.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가 그 이유를 정리했다.
1. 주변에 사람이 많아 상대적으로 마약 공급책을 만나기 더 쉽다.
2. 마약은 비싼 가격 때문에 구매장벽이 높지만, 그들은 재력이 있기 때문에 거리낌이 없다.
3. 그들이 외국 유학생활을 오래 하는 것 역시 마약 접근성을 높인다. 특히 대마는 한국에선 마약류로 지정(2018년 11월부터 의료용에 한해 합법화)돼 엄격히 금지돼 있지만, 세계 각국은 완전히 합법화했다.
당사자는 발각되면 언론에 오르내리고 경찰과 검찰을 오간 뒤, 경영에 빠지겠다 약속하고 적은 형벌을 받는다. 만약 잠잠해진 틈을 타 경영에 다시 나선다면 사람들은 이대로 눈감아줄까?
2018년 8월 7일, 허영인 SPC 회장의 차남인 허희수가 대마초 흡입과 밀수 혐의로 검찰에서 구속 수사를 받았다. 2007년에 파리크라상 전무로 입사한 뒤, 2016년에 쉐이크쉑을 국내에 들여오며 10월에 부사장으로 승진했지만, 이 사건으로 모든 보직에서 물러나고 경영에 참여 못하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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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수 씨가 (경영에서 물러난다는) 발표가 나온 지 불과 석 달 뒤부터, 계속 경영에 참여해 왔다는 SPC 내부 제보를 입수했습니다. (중략) 제보자는 허 씨가 일주일에 두 번, SPC 삼립에 관한 회의를 주재했다고 주장합니다. 새로운 사업은 물론 베이커리와 푸드 부문의 기존 사업 진행 사항도 일일이 보고받아 왔다는 겁니다. 취재팀은 SPC와 관련된 최근 기사에서도 눈에 띄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에그슬럿, 씨티델리 등 SPC가 최근 추진하는 신사업을 소개하는데 경영에서 손 뗀 지 1년이 훨씬 넘은 허희수 씨의 역할을 강조하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 당시 KBS 보도에서
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자숙할 줄 알았지만, 경영에 다시 참여한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2021년 11월 IT 계열사인 섹타나인의 임원으로 복귀했다.
“어떤 시민의 댓글처럼 "말장난하고 자빠졌네"다. (중략) 말로만 "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정도경영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식품문화를 선도하는 Great Food Company가 되겠다"고 하지 마라. 국민으로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제정한 정도경영, 윤리헌장, 윤리강령, 윤리준칙 등을 오너 일가부터 지켜라.” -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논평] SPC그룹 경영 '영구배제' 마약사범의 '화려한' 복귀> (세이프타임즈, 2021.12.14.)에서
“지난 27일 주주총회를 개최할 당시 종목토론방에는 허 전 부사장의 복귀에 대해서 강도 높은 비판이 줄을 이었는데, 자칫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감지됐기 때문이다. 3년도 아닌 1년 반 만에 복귀했다는 점은 진정성에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 조호진 타키온월드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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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에서 SPC를 검색한 후 뉴스 섹션을 클릭해 갈무리함.(2022년 4월 15일 기준)
그 외에 많은 사건·사고가 생기지만 여전히 SPC를 검색하면 그들이 만든 보도자료를 짜깁기한 언론사의 보도(로 포장한 광고)가 포털 뉴스를 뒤덮는다. 기업도 사람이 운영하는 만큼 완벽한 도덕성을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흔히 드러내는 사회 기여, 봉사처럼 함께 일하는 노동자를 존중하고, 사회가 만든 윤리에 충실히 하는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 “소비자를 만족시키면 도매상은 따라오게 돼 있다”고 말했던 허창성 창업주가 하늘에서 자손들이 이런 죄를 짓는다는 얘기를 들으면 슬퍼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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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자료
-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판정이 의미하는 것> (시사iN, 528호)
-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실태와 법률문제> (월간 노동법률, 2017년 11월호)
- 권영국 - <‘양두구육의 대표기업’ SPC그룹) (매일노동뉴스, 2022.4.4.)
- <민주노총 파리바게뜨지회 "탈퇴시키면 회사가 포상금"> (오마이뉴스, 2021.7.2.)
- <SPC 노조 파괴 ① 삼성과 파리바게뜨의 ‘데칼코마니’> (뉴스타파, 2021.8.18.)
- <“SPC 노조파괴 중단하라” 노동·사회단체 삼보일배> (매일노동뉴스, 2022.4.8.)
- <다 가진 재벌家 자녀가 마약에 빠지는 이유 '셋'> (머니투데이, 2019.10.2.)
- <‘쉑쉑버거’ 들여온 허희수 SPC 부사장, 마약 밀수 혐의 구속> (중앙일보, 2018.8.7.)
- <[현장K] ‘마약’ SPC 3세, 경영 영구 배제한다더니?…“빵 사러 왔다”> (KBS, 2020.3.25.)
-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SPC, ‘마약사범’ 허희수 부사장 인사…말로만 ‘정도경영’”) (더리브스, 2021.12.14.)
- <영구 배제된 SPC 허희수 부사장 경영 참여 논란> (전국뉴스, 2022.2.10.)
- <[공시王] SPC삼립, 포켓몬빵 열풍에 주가 '훨훨'...마약사범 허희수 복귀는 '악재'> (인포스탁데일리, 202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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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상(a.k.a. Blueman)
- 글쓰기 코칭 프로그램 <꿈꾸는 만년필> 5기
- 저서 : <마음을 쓰다> (2015, 교보문고 퍼플) 종이책 / eBook
부족한데 자존심이 강하고 엉뚱한 사람 꿈과 희망을 믿고 배우며 세상을 보려는 사람 누군가에게 친근하고 도움이 되려는 사람
메일 : blueman198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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