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이어 쓰기>
#130. 닷페이스의 해산을 미리 애도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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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일, 소식 들으셨나요?
닷페이스가 해산된다는 소식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자발적 구독료를 지원하는 멤버였기에 더 그랬습니다. 원래 4월 마지막 주에 썼던 글을 올리려다 2주 뒤로 미뤘습니다. 비록 닷페이스는 올해 여름을 끝으로 사라지지만, 남은 언론들이 그 뜻을 이어받아 좋은 세상 만들었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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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닷페이스 대표 조소담(썸머)입니다. 오늘은 닷페이스를 후원하는 닷페피플 여러분께 먼저 전할 소식이 있어 메일을 드립니다. 닷페이스팀은 지난 6년간의 여정을 끝내고, 2022년 여름 해산하기로 했습니다. 6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만들어주신 닷페피플에게 감사하고, 앞으로 필요한 역할을 더 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입니다.” - <2022년 여름, 닷페이스의 여정을 마무리합니다>의 앞부분
2022년 5월 2일, 느닷없이 닷페이스의 해산 소식이 문자와 메일로 찾아오자 충격과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반 페미니즘과 소수자 혐오 정서, 언론 길들이기에 대한 우려 등이 있지만, 시작하면서 이어진 콘텐츠의 한계는 그들의 슬픈 선택으로 이어졌다. 돈이 문제인가? 사람의 문제인가? 여기서 자유로운 독립 언론은 없는가?
내가 닷페이스를 알게 된 건 온라인 퀴어 퍼레이드였다. 대구에서 매년 이어지는 퀴어 퍼레이드를 바라보며 참여하고 싶었지만, 주변의 시선과 여유의 부족으로 자랑스러움만 느낄 뿐이었다. 하지만 2020년부터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19는 그것마저 못하게 했다. 이때 닷페이스는 참가자가 직접 꾸미는 아바타와 SNS 해시태그 등을 이용해 온라인에서 퍼레이드를 즐길 수 있는 ‘온라인 퀴퍼’를 두 차례 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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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두 차례 참여하며 만든 아바타
그 경험은 신선한 감동과 ‘참여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교훈을 전달했고, 그 길로 월 11,000원의 자발적 콘텐츠 구독료를 지불하는 ‘닷페피플’이 되었다. 내가 가고픈 일, 원했던 길에 한 발짝 다가섰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닷페이스는 2016년 10월 스타트업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유튜브와 SNS 영상, 나아가 인터뷰와 기사를 담은 메일링 서비스로 장애인과 성 소수자 등 다양한 소수자, 기후 변화 등 사회 현상을 젊은 세대에게 전해주었다. 광고는 없었지만, 같은 목적을 가진 사회적 기업과 함께하는 영상도 만들었다.
“닷페이스는 변화의 필요성이 점점 더 커지는 사회 문제들에 집중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현실의 변화입니다.”
* 우리가 주목하는 문제들
- 젠더 다양성과 평등
- 디지털 환경에서 늘어나는 성범죄
-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일할 권리
- 기후위기와 우리의 대처
- 다양해지는 개인, 가족의 삶의 형태와 뒤처진 제도
- 장애와 자유, 사회 접근성
- 닷페이스 공식 홈페이지에서
“닷페이스는 핵심 가치 세 가지로 용기, 현실, 진정성을 꼽습니다. 현실에 느끼는 무력감을 뒤로하고, 현실을 '마주하기로 결심하는' 용기가 닷페이스의 핵심 가치입니다. 그 현실을 전할 때 진정성을 갖고 정말 이 이야기는 필요하다, 전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담으려 노력합니다. 우리 미디어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진정성을 우리가 스스로 의심하지 않을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 조소담 대표(썸머)의 인터뷰 내용에서
그 결과 2018년 제7회 온라인 저널리즘 어워드, 2020 코리아 디자인 어워드 등을 수상했으며, 2019년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구글 뉴스 이니셔티브(Google News Initiative)에서 매일경제신문과 함께 우승자로 선정되었다.
그러한 명성에 걸맞은 작품들이 지금도 온라인에서 떠돌고, 계속 공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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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생각하는 닷페이스의 대표적인 영상 두 편
앞서 말한 온라인 퀴퍼도 소속 디자이너와 이야기하다 ‘우리가 그냥 열까?’라는 한마디 던지면서 시작했고 많은 참여자로 반응이 뜨겁자, 2021년엔 인스타그램도 공식 파트너로 참여했다.
“예전에 저희 닷페이스가 어떤 직장이어서 좋냐고 누가 물었을 때, 이렇게 답한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화나고 슬프고 말도 안 되는 일을 봤을 때, 그걸 출근해서 같이 얘기할 수 있는 곳이 닷페이스라고. 그때도 트렌스젠더 부고 소식을 보고, 우리 각자에게 너무 큰 절망감이 있었다.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 긴급하게 회의를 했고. ‘닷페피플’ 중에 퀴퍼를 매년 기록하는 사진가가 있는데, 그분이 본인 SNS에 지금 당장 광장에 나가서 뭐라도 외치고 싶다는 내용을 올리신 걸 봤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 장을 열어보자, 해서 엄청 급하게 기획을 했다. #너의내일을우리가지킬게 연대 행렬로 거의 2주만에 론칭하기까지 다 같이 너무 고생했다. 심지어 퇴사한 디자이너도 같이 해줬다.(웃음)” - 조소담 대표의 인터뷰 내용에서
그들이 올린 콘텐츠는 수많은 찬사와 비난을 같이 받았다. 특히 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와 인터뷰한 영상 두 편과 그 과정이 클라이맥스였다. 그들에게 부정적인 사람들은 비난과 반대의 메시지를 던졌지만, 이 전 지사는 자신의 의견을 밝히며 출연을 결심했다.
"귀를 막으면 안 된다. 나쁜 이야기라도 들어야죠. 입장이 달라도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야 한다. 통합을 위해선 진영 논리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정치는 실용이어야 한다. 그러려면 최소한 소통을 해야 하지 않나." - 이재명 당시 후보가 2022년 1월 7일,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한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 버스) 시즌2 걸어서 민심 속으로 출발 인사'> 채팅창에서 닷페이스 출연를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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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당시 후보가 닷페이스와 가진 인터뷰 영상 2편
동영상 컨텐츠에 뉴스레터까지 시도했지만, 그들이 느낀 한계는 명확했다. 제도권 언론이라면 광고와 협찬으로 돌파했겠지만, 독립언론은 그러지 못한다. 콘텐츠도 마찬가지였다. 의미 있는 주제로 알차게 채웠지만, ‘그다음은?’이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닷페이스가 말하는 한계가 어쩌면 거기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들이 지켰던 의의는 지금도 유효하다. 1인 언론을 자처하며 온갖 어그로와 잘못된 신념의 선동을 하는 사람이 느는 현실에서 ‘진정한 언론의 길’ 혹은 ‘언론이 보여주지 못한 사회의 또 다른 면’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제가 생각하는 혁신은 사람들의 상식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지금 사회의 디폴트 값을 새로운 버전으로 업데이트하는 게 혁신이라고 생각해요. 닷페이스는 새로운 상식을 찾는 여정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재판부가 강간당한 여성에게 강간한 가해자와 결혼을 주선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싶죠? 무엇이 가해이고 피해인지에 대한 정의도 개인들의 인식이 바뀌고, 사회가 바뀌면서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고요.” - 조소담 대표의 인터뷰 내용에서
나에게 닷페이스는 ‘세상의 다양한 소수자와 현상을 보여주어 변화를 유도하는 빛’이었다. 그들이 6년 동안 비춰준 사람과 일은 지금도 여러 언론에서 다루고, 대화에 오르내리고 있다. 닷페피플이 된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 빛을 따라 ‘좀 더 나은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비록 그들이 더 활동하지 않지만, 그동안 쏟아부은 돈은 아깝지 않았다. 오히려 남은 언론, 활동가들이 그 뜻을 이어받아 우리 사회에서 편견과 혐오를 마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세상을 바꾸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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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상(a.k.a. Blueman)
- 글쓰기 코칭 프로그램 <꿈꾸는 만년필> 5기
- 저서 : <마음을 쓰다> (2015, 교보문고 퍼플) 종이책 / eBook
부족한데 자존심이 강하고 엉뚱한 사람 꿈과 희망을 믿고 배우며 세상을 보려는 사람 누군가에게 친근하고 도움이 되려는 사람
메일 : blueman198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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