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이어 쓰기> #84. 2020년, '열린' 성공을 논하자
2주 만에 뵙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작가를 꿈꾸는 직장인 이응상입니다. 2주마다 쓰고 스티비로 올리다보니, 생활 패턴이 흐트러짐을 느낍니다. 여기에 담을 멋진 계획을 세웠는데 쉽지 않네요. 올해는 마음을 다잡고, 더 나은 글을 쓰겠습니다. 이번 회부터 2주 동안 봤던 뉴스나 칼럼 중에서 여러분에게 공유하고 싶은 두 가지를 먼저 소개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작년 말에 벌어진 EBS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에서 성인 출연자가 진행자에게 했던 말과 행동이 문제가 되면서 그 출연자는 하차했고, 방송사는 사과와 제작진 교체 등 후속조치를 취했습니다. 같이 방송을 하면서 친해진 사이끼리 농담과 장난을 칠 수 있지만, 왜 문제가 되는지, 무엇을 생각하고 지켰어야 하는지 돌아보게 하네요. "그들은 관계의 ‘진정성’을 시청자들에게 호소할게 아니라 자신의 실수였거나 잘못이었을 행동에 대한 성찰을 했어야 했다. 제작진은 청소년 출연자가 나이가 어리단 이유로, 본인들의 방송경력이 청소년 출연자보다 길단 이유로 인격을 무시하는 ‘심한 장난’을 쳐도 된다는 예외는 없으며, 성인 출연자의 행위가 폭력적이었음을 인정하고 잘못에 대한 책임은 자신들에게 있음을 말했어야 했다." - 본문에서
<'두둥실' 날린 소망 풍선…동물에겐 '죽음의 덫'> (MBC 문화방송, 2019.12.24.)
연말연시가 되면 이런저런 행사로 풍선을 날리기도 하는데, 그게 동물에게 얼마나 큰 해를 끼치는지를 설명하는 뉴스 보도입니다. "하늘을 뒤덮은 이 풍선들은 어디로 갈까?
대부분 터지거나 바람이 빠져 육지나 바다로 떨어집니다.
썩지 않아서 쓰레기가 되는 것도 문제지만, 야생동물들이 예상치 못한 끔찍한 피해를 겪고 있습니다." - 본문에서 이런 보도를 다른 방송사에도 하니까, 제가 사는 지역의 김성년 구의원(정의당 소속)께서 1월 1일 해맞이 행사 때 소원 풍선 날리기를 하지 않았다네요.(페이스북 글)
1993년, 3명의 남학생이 철길을 건넌 뒤 CD 플레이어로 ‘서태지와 아이들’ 음악을 들으며, 저무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한 남학생이 캠코더로 다른 이를 찍으며 이렇게 묻는다. “우리 이 다음에 성공하면 뭐할까?” 바로 지나가는 그랜저 한 대를 본 그 남학생은 이렇게 대답한다. “그랜저 사야지.” 어머니가 운전 중인 아들과 통화를 하는데, 그가 계란을 마이크에 대고 껍질을 까는 동영상을 보면서 인상을 찌푸린다. ‘제대로 된 일을 좀 해야되지 않냐’라는 어머니의 말에 아들은 전화를 끊고 집 앞에 차를 세운다. 어머니는 집에 아들이 탄 차가 그랜저란 걸 알고, 이렇게 말하며 반갑게 달려나온다. “성공한겨?” 오후 5시 45분, 차에 탄 아들은 아버지가 요즘 자주 데리러 온다며 걱정한다. 그 시간에 야근하느라 안 계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개수업 때 왔던 것도 떠올랐다. 무슨 변화가 생겼다고 느낀 아들은 아버지에게 이렇게 묻는다. “혹시 회사 잘렸어?” “아니, 승진했는데.” 아버지의 말에 놀란 아들은 이런 생각을 하며 기뻐한다. ‘이제 시간관리 좀 되나?’ 동창회에서 여자는 남자가 외제차로 바꿨는데 ‘얼마 안 한다’는 말에 ‘성공했네’라고 답한다. 그리고 유경이에게 승진했는데 차 안 바꾸냐고 묻는다. “굳이…회사에 차 나오는데, 뭐.” (이 말이 나갈 때 유경이 그랜저를 타는 모습이 나온다.) 벌써 임원이냐는 여자의 말에 유경은 자기가 산다고 말한다. 여자는 계산까지 한다는 말에 ‘언니’라 부르며 부러워한다. 박 차장이 회사를 그만두면서 짐을 차에 싣는데, 동료들이 윗층 창으로 내다보며 비웃으며 이야기한다. “박 차장이 박차고 나가네, 나가면 뭐 있는 줄 아냐?” 박 차장이 차에서 내려 손을 흔드는데, 그랜저로 바꾼 걸 본 동료들은 미소를 짓다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한다. “부럽네”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던 남자, 자신의 신체 나이가 점점 젊어짐을 느끼며, 후드를 걸치고 엘리베이터를 탔는 데, 한 여자가 달려오자 문을 열어준다. 여자가 ‘고마워요, 총각’이라 하자, 남자는 그 말에 미소를 띄며 이렇게 생각한다. “몸 관리, 성공?” ----- 현대자동차의 더 뉴 그랜저(2020년형) 광고들은 우리에게 ‘성공’이라는 의미를 돌아보게 만든다. 사람들은 돈이 많거나, 능력이 뛰어나거나, 지위가 높으면 좋은 차나 집 등이 따라오는 게 성공이라 본다. 이를 위해 좋은 교육을 받고, 다양한 경험을 쌓은 뒤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세상에 보여주라 말한다. 하지만 요즘 그런 길을 가는 게 쉽지 않다. 용이 나온다는 개천에 흐른 물은 계층과 세습이라는 돌담에 막히고, 독점과 착취라는 파이프에 빨려간다. 처음으로 취직하고, 내 집을 마련하는 데 39년(2015년 중앙일보 기사 참조)이 걸린다. 그만큼 자신이 지금 가졌거나 누리는 걸 포기하고, 원치 않는 일도 감내해야 한다. 남들이 말하는 성공에 도달하려다, 먼저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지 않을까? 앞서 말한 뉴 그랜저 광고를 다시 보자. 거기 나온 주인공들은 원하는 일을 하거나, 작지만 자신에게 원했던 지위를 얻으며 성공을 추구한다. ‘소확행’, ‘워라밸’은 낯선 단어가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철학이다. ‘성공이란 자신이 정의하는 것이다’라는 어니 젤린스키의 말대로 자신이 원하고 정하는 성공의 기준을 따르고, 다른 이의 기준을 존중하는 열린 태도가 필요하다. 그만큼 성공을 향한 문도 더 열려야 한다. 소소한 성공을 하며, 다른 성공을 꿈꿀 수 있는 날은 곧 올 것이다.
이응상 : 많이 모자라며 자존심이 강하고 엉뚱한 사람.
꿈과 희망을 믿고 배우며 세상을 보려는 사람.
누군가에게 친근하고 도움이 되려는 사람.. 이메일 주소 : blueman198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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