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이어 쓰기>
#132. 대구FC가 쏘아올린 작은 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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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싱숭생숭한 6월을 맞이했습니다.
대통령 선거의 후유증을 겪은 지 몇 달 지났지만, 6월을 시작하며 참여한 지방 선거/재보궐 선거의 결과는 여전히 우리를 아프게 하네요. 그렇지만 하루하루를 힘내며 살아야 하는 우리입니다. 다양한 나날을 살아가며 생각하고 행동하는 힘을 길러야겠군요.
여러번 언급하면서 아시는 분이 있겠지만 저는 SNS로 알게된 분이 운영하는 <헬조선늬우스>에 칼럼을 격주로 올리고 있습니다. 승인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의외로 빨리 통과를 시켜주네요. 거기에 집중하다보니 여기는 한발 늦게 올리네요. 특별한 사항이 없는 이상 첫 주는 지난주~지지난주에 올렸던 글을 여기에 보내고, 2주 뒤는 그 전에 올렸던 글을 보낼 것 같습니다. 동시에 작업해서 예약을 걸어 놓다보니 2주 뒤 무미건조한 인사를 받더라도 양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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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6월 3일 <헬조선늬우스>에 올린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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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대구FC는 기대와 희망이다. 2002년, 최초의 시민구단으로 만들어지면서 여러 언론이 앞다투어 소식과 바람을 전했다. 특히 2003년, 구단 첫 경기이자 홈 경기였던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대결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학교에서 표를 받아 들어갔었는데 당시 최강 팀이었던 수원 삼성과 당당히 경기를 펼치던 모습, 옆에 있던 타인과 어깨를 잡으며 응원했던 기억, 0-1로 졌지만 언젠가 이길 거라는 기대가 떠오른다. 뛰어난 축구단이 아니었고, 나조차 열성 팬이 아니라서 2013년 2부 리그인 K리그 클래식(현 K리그 2)으로 강등된 뒤 기억 속에 사라졌지만, 2016년 K리그 클래식(현 K리그 1) 승격으로 돌아왔고, 점점 강해지는 경기력, 2019년에 생긴 전용구장, 인기 있는 마스코트로 관심과 기대를 모으는 중이다.
그런데 2022년 제8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홍준표 당시 대구시장 후보가 한 말이 대구FC의 운명을 흔들어 놓았다.
“우리 1부 리그가 12팀이 있는데, 시민축구단은 경남, 대구, 대전, 성남이 있고 나머지는 기업이다. 경남 예산도 축구단 운영할 때는 140억 정도를 매년 지급해야 한다. 많이 지급할 땐 200억까지 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축구단은 재정이 열악해서 많은 돈을 주고 좋은 선수를 스카우트할 수 없다. 그래서 시민축구단이 우승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강등되는 축구단을 보면 거의 시민축구단이다. 그래서 시민축구단으로 운영하는 프로축구는 전부 기업 축구단으로 전환해야 한다. 유감스럽게 대구는 축구단을 담당할 만한 기업이 없다. 대구은행이 유일하게 대구FC를 지탱해주는 재정적 후원자일 뿐이다. 전적으로 운영하라고 넘겨주려 해도 받기를 꺼릴 것이다. 시민축구단 운영이 굉장히 어렵지만 그걸 인수해 할 만한 기업이 있으면 대구FC가 훨씬 도약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지자체가 계속 운영을 해나가면 투자를 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많은 축구팬이 그 내용을 잘 모르더라. 실제로 경남의 부실을 운영해보니 돈이 들어가는 게 한정이 없다.” - 2022년 5월 20일, 대구 수성못 상화동산에서 가졌던 정치 버스킹에서 했던 말
상대 후보들은 반발했다. 서재헌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홍 후보님께 묻는다. 경남지사 시절 안 좋았던 기억 때문에 대구FC를 기업축구단으로 전환하려는 것이냐?”, “축구단이 우승하지 못해도 가족처럼 함께 하는 상징인데, 프로구단의 결과가 안 좋다고 기업에 매각한다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고, 한민정 정의당 후보도 “대구FC는 대구시장의 소유물이 아니다. 최초의 시민구단이고,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운영되는 구단이다. 한국 유일의 자발적 스포츠 후원 단체인 ‘엔젤클럽’의 회원들이 통탄할 일이다. 시민구단의 정신도 모르는 후보는 대표가 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팬들로 구성된 온라인 커뮤니티 대구스토(DAEGUSTO)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홍준표 후보의 경남도지사 시절 경남FC 운영이 워낙 안 좋았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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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스토 게시판에서 ‘홍준표’를 검색하면 나오는 말들
“차기 구단주 후보님들께 호소합니다. 대구FC를 정치적 수단으로 삼지 말아 주십시오. 혹 언급하시려거든 정확히 알아보신 후에 말씀해 주십시오. (중략) 팬들은 결코 일반시민과 척지는 이기적인 이익집단이 아닙니다. 축구팬이자 대구시민이자 유권자입니다. 저희 슬로건 중의 하나인 대구라는 자부심은 축구뿐만 아니라 온 도시에 대한 것임을 명명백백히 밝힙니다.” - 언제집에드가9(김동현) - <대구FC 차기 구단주 후보님들 및 언론에 호소합니다.>
홍 후보는 “경남FC 구단주를 할때는 제가 가기만 하면 지는 바람에 아예 축구장에 가질 않았는데 대구FC는 두 번 갔는데 다 고맙게도 완승하는군요. 앞으로 구단주가 되면 자주 가야겠네요”고 돌려 말했다.
시민구단과 기업구단은 장단점이 있어 어느 쪽이 옳다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왜 각 지역에서 시민구단이 늘어나고, 지역 언론이 앞다퉈 장점과 바람을 다루는지 생각해야 한다.
시민구단은 시민에게 주식을 매매하거나 지자체가 출자하는 등 연고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스포츠 구단이다. 협동조합 형태도 있지만 주로 유럽에서 활발하며, 한국과 일본이 앞에 말한 형태로 시민구단을 운영한다. K리그는 1, 2부에 12개 시민구단이 있으며, 준프로 리그인 3, 4부에 많은 시민구단이 있다. 지자체가 세금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창단이 쉽고, 지역 기업과 팬들의 자발적 지원, 다양한 수익 사업으로 돈을 마련하므로 연고지 주민의 애향심을 키우는 계기가 된다. 프로 리그인 1, 2부 순위를 보면 기업구단 사이에서 다양한 성적을 내는 시민구단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구단주의 성향, 입김이 잘못 미치면 기업구단처럼 망가진다는 문제가 있다. 경남FC는 홍준표 도지사 재직 시절인 2012년 안종복 전 인천 유나이티드 FC 단장이 홍 도지사의 권유로 부임했는데 코치진과 심판 매수 등 월권행위가 드러나 중징계를 받았고, 후임인 박치근 사장은 홍 도지사의 측근인데 외국인 공격수 기용 배제 요청과 도교육감 소환 허위서명으로 구속되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2012년 선수단 임금 체납, 전지훈련 공금 횡령, 파벌 다툼으로 오랫동안 진통을 겪었다.
그들의 의지도 마찬가지다. 광주FC는 2021년 90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았지만, 부족한 지원금 탓에 2부로 강등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경북 상주에서 활동하던 상무 축구단이 2020년부터 연고지를 이전하면서 상주시는 시민구단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6월 22일 재보궐선거로 선출된 강영석 시장은 이를 포기하면서 시민의 실망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K리그 4에서 활동하는 여주시민축구단은 사업비 과다 투자 문제와 선수 급여 유용 문제를 겪다 2020년 팀 해체를 결정하였다.
결국 시민구단은 연고지 시민의 관심, 구단주인 지자체와 지역 기업의 의지가 얼마나 크냐에 달렸다. 대구FC도 자본잠식, 2부 강등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적극적인 노력으로 뛰어난 성적을 보여 2018년 FA컵 우승, 2019년과 2021년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각각 조별 우승, 16강까지 갔다. 그 원동력 중 하나로 일반 팬, 지역 기업 등이 모여 자발적으로 후원하는 엔젤클럽이 있다. 2016년 7월에 결성되었는데 1,500여 명의 회원(2022년 6월 기준)이 구단 유지와 발전, 지역 기여를 위해 매년 자발적 후원과 홍보, 봉사 등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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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젤클럽 홈페이지 갈무리 화면
“다른 서포터스 모임과 조금 다르다. 회비 형태로 구단을 금전적으로 후원하고 더 나아가 자신이 도울 게 있다면 구단을 위해 적극 돕는 형태다. 그런데 규모가 만만치 않다. 2015년 단 세 명이 식사 도중 생각해 낸 아이디어로 시작된 이 단체는 벌써 1,300여 명이 가입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이들은 주머니를 털어 구단을 후원하고 있다. 한의사는 선수들의 침과 뜸, 물리치료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고 법조인들은 자문법률단을 꾸렸다. 도자기 장인은 수훈선수를 위한 기념 작품을 선물한다. 된장 파는 아주머니는 선수들을 위해 된장을 건네고 의료기 업체 사장님은 구단에 의료기를 보냈다. 김밥집 사장님과 커피숍 주인은 홈 경기 때마다 회원들을 위한 음식을 공수해 온다. 그리고 제재금을 대신 내겠다고 아이들은 돼지 저금통을 들고 달려온다. 진짜 시민구단이 가야 할 길을 엔젤클럽이 보여주고 있다.”
- 관련 기사에서
다른 지역 시민구단도 만만치 않다. 경기도 양주시에 있는 대성아스콘, 대성레미콘은 K3리그의 양주시민축구단에 억대 후원금을 내는 등 후원 기사가 쏟아지는가 하면, K4리그에서 전주시민축구단이 전북현대 B팀을 상대로 승리하는 등 리그 전체 소식에서 시민구단이 기업구단을 이기는 소식이 간간이 들린다.
대구FC, 나아가 모든 시민구단이 나아가야 할 길은 연고지를 대표한다는 사명감, 구단에 대한 지자체, 시민의 관심과 후원, 기업 못지않은 철저한 경영이다. 이렇게 탄탄한 기반을 갖춘다면 기업구단 전환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다. 그리고 이번에 당선된 홍준표 후보에게 바란다. 자신의 경험을 대입해 멀쩡한 시민구단을 바꾸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자주 가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구단에게 적극 관심을 두길 원한다.
“시민구단은 시민이 이끌어야 한다. 구단의 노력만으로 관심을 끌기엔 한계가 있다. 팬들이 앞다퉈 시즌권을 구매하고 끊임없이 경기장을 가득 메우면 구단은 힘이 생기고 관심도 점점 커지기 마련이다. 모두의 힘이 필요하다.” -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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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자료
- <홍준표, “시민축구단, 전부 기업 축구단으로 전환해야”> (뉴스민, 2022.5.20.)
- <대구FC 팬들, ‘올 것이 왔구나?’···홍준표 발언두고 설왕설래> (뉴스민, 2022.5.21.)
- <서재헌·한민정, “홍준표는 대구FC 대표 자격 없어”> (뉴스민, 2022.5.22.)
- <'대구FC 기업구단 전환' 홍준표 발언 집중 포화> (경북일보, 2022.5.23.)
- <“대구FC를 정치적 수단으로 삼지 말라”> (대구신문, 2022.5.26.)
- <[축구 읽어주는 기자]시민구단? 기업구단? 헷갈리네!> (헤럴드경제, 2015.5.24.)
- <‘절망의 아이콘’으로 전락한 시민구단> (시사저널 제1385호, 2016.5.5.)
- <K리그, 시민 구단이 살아야 리그가 산다> (한스경제, 2021.12.15.)
- <한국형 시민구단, 가능할까?> (한국연예스포츠신문, 2020.8.13.)
- <경주의 우승과 한국 축구가 나아갈 길> (스포츠니어스, 2011.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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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상(a.k.a. Blueman)
- 글쓰기 코칭 프로그램 <꿈꾸는 만년필> 5기
- 저서 : <마음을 쓰다> (2015, 교보문고 퍼플) 종이책 / eBook
- <헬조선늬우스>에 격주, 자발적으로 기고중
부족한데 자존심이 강하고 엉뚱한 사람
꿈과 희망을 믿고 배우며 세상을 보려는 사람
누군가에게 친근하고 도움이 되려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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