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이어 쓰기>
#133. 동네빵집 챌린지, 계속 이어가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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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보내드린 SPC 관련 글 기억하시나요?
임종린 노조 위원장님의 단식이 53일 동안 진행되면서 자발적 연대와 동네 가게 홍보가 섞인 자발적 챌린지가 벌어졌는데요. 하도 활발해지니까 사측에서 이를 막아달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었죠. 하지만 우리 시민은 사측의 행태를 비웃어가며 챌린지를 이어가는 중입니다. 저는 이런 움직임이 단순한 연대를 넘어 동네 빵집의 발전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요식업의 중요한 직책을 맡은 사람이지만, 반나절 여행을 다니며 여러 동네의 개성을 찾는 사람이기도 하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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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6월 3일 <헬조선늬우스>에 올린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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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소개한 동네빵집 두 곳 (상호명은 가림.)
이 챌린지는 빵 등 디저트 전문 기업 SPC의 악행에 맞서는 임종린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 지회장에 대한 시민의 연대로 시작했지만,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을 이용하면서 보지 못했던 동네빵집에 관한 관심을 유도했다.
“임종린 지회장이 단식운동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듣고 거대 기업의 비인간적인 대우에 분노하게 되면서 더 많은 사람이 쉽고 재밌게 불매 운동에 참여할 방안을 고민했다. 소비자의 권리를 통해 불합리한 기업의 행태에 저항하면서 맛 좋은 동네빵집을 널리 알리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우리가 이용하거나 주변에 있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세기 힘들다. 의식하지 않아도 몸과 마음이 가는 대로,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자주 찾았다. 그러다 보니 곳곳에 이런 가게가 늘어나고, 오래전부터 영업하던 동네 가게도 하나둘 문을 닫거나 프랜차이즈에 가맹할 정도다.
KB경영연구소가 2020년 10월 발행한 ‘국내 베이커리 시장 동향과 소비트랜드 변화’에 따르면 전국 베이커리 전문점 수는 그해 8월 기준으로 18,502곳, 특히 프랜차이즈 전문점 매장 수는 9,057곳인데 파리바게뜨(SPC 운영), 뚜레주르(CJ푸드빌 운영)가 가맹점의 56%를 차지한다. 그나마 2018년 12월, 영세 소상공인이 주로 운영하는 업종에 대기업의 진출을 금지하는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가 시행되었지만, 한 업종이 적용되어 효과를 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어떤 업종이든 창업하면 1~2년은 버텨보지만, 그 후에도 장사가 안되면 주인들은 문을 닫는다. (2013년 초)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으로 개인 빵집들이 시간을 벌었지만 별다른 대책은 없을 수밖에 없다.” - 강병오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
“6년 동안 기다려 온 파리바게뜨(SPC)나 뚜레쥬르(CJ푸드빌)가 (기존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기한이 만료되는) 2019년 3월 1일 이후 동네빵집 바로 옆에 가맹점을 여는 일이 생기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 대한제과협회 관계자
'동네빵집 챌린지'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을 자주 이용하던 자신을 돌아보고, 주변에 있는 소상공인을 응원하기 위한 움직임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걸로 끝내면 안 된다. 길고 풍성하게 이어지려면 동네빵집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고, 서로 연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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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두 곳 페이스북에서
인천의 동네빵집들이 모여 결성한 인천제과점협동조합(2013년 11월 결성)과 까레몽협동조합(2007년 창업, 2013년 협동조합 설립)이 대표적이다. 인천제과점협동조합의 공동 브랜드 ‘인천패밀리베이커리(IFB)’는 강화도에서 생산하는 팥, 찹쌀, 쑥을 활용해 신선한 빵을 만들어 파는데 250여 개의 위탁 제품을 만든 데 이어, 2016년 4월, 송도 현대프리미엄아울렛에 1호 매장을 열었다. 까레몽협동조합은 ‘빵은 신선해야 한다’는 김봉수 대표의 철학대로 당일 생산·판매 원칙을 따르며 그날 판매하지 못한 빵을 저소득층에 기부하고 있다.
“‘인천 동네 빵집이 실패하지 않고 성공했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조합원끼리 분열되지 않고 잘 유지한 것만으로도 반은 성공한 거라 생각합니다. 지금도 이견을 조율하기 위해 대화를 많이 해요. 매달 소식지도 보내 드리고요. 어깨가 무겁지만 실패할 거란 생각은 해본 적 없어요.” - 김성두 인천제과점협동조합 이사장
“앞으로도 동네빵집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과 함께 살기 위해 협동조합을 잘 운영할 것이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에 대항해 소상공인들과 살아가는 힘을 공유하고, 성장하는 방법 등을 공유하고 싶다.” - 김봉수 까레몽협동조합 대표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위치한 ‘래미안베이커리’는 비싸도 좋은 우유를 반죽에 직접 넣어 빵을 만들고, 마요네즈와 딸기잼을 직접 만든다. ‘빵이 잘 상하니까 더 신경 써서 보관해 달라’는 안내문을 가게에 붙여 놓을 정도로 빵이 신선함을 알린다.
대구, 경북의 제과 베이커리 ‘더 프렌치’는 전문 제빵기사를 통해 매일 신선한 빵을 만들어 저렴한 가격에 판다. 부설 제빵연구소에서 수시로 신제품을 연구하고, 지점마다 똑같은 맛을 내기 위해 오픈 전 2주간 본사에서 레시피와 교육 마인드 등의 교육을 실시, 개업 이후에도 제빵기사들은 한 달에 한 번 교육을 거치고, 매장 운영방안 등에 대한 의견도 주고받는다.
경기도 군포시 금정동에 있는 ‘고재영빵집’은 ‘내가 먹을 빵을 만든다’는 취지로 설탕을 최대한으로 줄이고 전국 농민들과 협업을 통한 재료를 지원받아 빵을 만든다. 고재영 대표는 이웃과 함께한다는 철학으로 헌혈증을 받아 식빵을 주는가 하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손님이 미리 값을 치를 수 있는 군포시의 ‘미리내가게’에 가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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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축제 포스터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 대한제과협회, 자영업 빵집 대표들은 힘을 모아 ‘대한민국 동네빵집 페스티벌’을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해마다 열어 전국의 동네빵집을 홍보했다. ‘빵의 도시’를 자처하는 대전광역시는 2021년부터 해마다 ‘빵 모았당(堂)’이라는 빵 축제를 연다. 첫해인 2021년에 1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다녀갔다.
“빵을 배우러 일본 도쿄(東京)의 신주쿠(新宿)에 가보니 빵집 골목이 있더라고요. 여기는 단팥빵 전문, 저기는 페이스트리, 어디는 식빵이 맛있는 집…. 다 개인 빵집입니다. 일본도 1980년대에 대기업 빵집이 많았지만 사람들이 점점 그 맛에 질려서 동네빵집을 찾게 됐다더군요.” - 윤방춘 래미안베이커리 대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2012년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270만 명이 넘는 소상공인이 탄탄하게 버티고 있어야 내수시장이 산다. 대기업이 골목상권까지 접수하면 당장은 돈이 더 들어오겠지만, 우리나라의 선(善)순환 서민경제는 무너지고 결국은 자신들도 부메랑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한 동네에 자리 잡으면서 주변 가게는 충분한 자극을 받아 질을 높인다. 하지만 어딜 가든 똑같은 맛을 느낄 수 있는 프랜차이즈 가게에 맞서는 수준의 가게가 늘어나야 동네 상권에 경쟁력과 개성이 생기고, 방문객 상승으로 이어진다. 그런 점에서 전국 동네빵집과 관련 단체, 지자체의 노력은 박수받아야 마땅하다. 이번에 시작한 ‘동네빵집 챌린지’가 유행을 넘어 동네빵집을 살리는 마중물로 이어지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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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자료
- <빵빵 뜨는 #동네빵집_챌린지, 골목상권 ‘돈쭐’… 대기업 ‘혼쭐’> (서울신문, 2022.5.11.)
- <#동네빵집_챌린지…SPC 불매도 하고, 제빵기사 노조 연대도 하고> (한겨레, 2022.5.12.)
- <동네 빵집의 고민 “보호막 사라진 15개월 어떡하나”> (한국일보, 2019.2.27.)
- <빵의 눈물… 올해만 '서울 빵집' 545곳 무더기 폐업> (한국경제 뉴스래빗, 2017.12.6.)
- <배인필 인천제과점협동조합 이사장 "영세 제과점들 똘똘 뭉쳐 대기업과 경쟁 이겨내"> (중부일보, 2016.5.8)
- <프랜차이즈 대항해 동네빵집 명성지키는 ‘까레몽협동조합’> (인천투데이, 2021.6.28.)
- <‘동네빵집의 역습’ 인천제과점협동조합> (조선일보, 2016.12.20.)
- <“손맛 앞엔 프랜차이즈도 못당해”… 명품 동네빵집의 ‘반격’> (동아일보, 2012.5.21.)
- <[‘불황은 없다’ 지역본사 프랜차이즈] 신선한 재료·착한 가격 입소문…동네빵집의 ‘맛있는 반격’> (영남일보, 2014.3.29)
- <나눔의 징검다리, 군포 고재영빵집 고재영대표> (GNA뉴스통신, 2021.8.8.)
- <"5000개 동네 빵집 뭉쳐 진짜 손맛을 보여줄 것"> (조선일보, 2012.4.26.)
- <‘대기업 빵집 꼼짝마' 2014 대한민국 동네빵집 페스티벌 개최> (이데일리, 2014.11.10.)
- <2015 서울국제빵과자페스티벌 개최, 200개사 참여> (식품음료신문, 2015.11.18.)
- <빵 덕후들 대전에 모여라...20~21일 국내 첫 빵축제 '빵모았당'> (뉴스핌, 2021.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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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상(a.k.a. Blueman)
- 글쓰기 코칭 프로그램 <꿈꾸는 만년필> 5기
- 저서 : <마음을 쓰다> (2015, 교보문고 퍼플) 종이책 / eBook
- <헬조선늬우스>에 격주, 자발적으로 기고중
부족한데 자존심이 강하고 엉뚱한 사람
꿈과 희망을 믿고 배우며 세상을 보려는 사람
누군가에게 친근하고 도움이 되려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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