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이어 쓰기>
#135. 내 마음 속 동네 책방 - 동네 책방의 생존을 응원하며 |
7월이 저물어 갑니다.
바쁘다고 인사드렸는데 벌써 7월도 끝이네요. 다들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무사히 일하며 글을 쓰고 있고요.
이번 글은 7월 마지막 주에 완성해서 보내드립니다.
시간 내서 쓰는 거라 부족해보이지만 늘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 2014년 1월에 찍은 부산시 중구 보수동 책방골목 입구
내 기억 속의 책방은 학교 앞에 있는데 문제집이나 사전, 잡지 등을 살 때 들른 터라 어떤 책이 있는지 보지 못했다. 보고 싶은 책이 있으면 도서관으로, 사고 싶은 책은 시내의 대형 서점, 온라인 몰을 이용하면 그만이었다. 거기다 도서 전문 온라인 몰이 대도시 곳곳에 중고 책방을 운영하면서 작은 가게들은 관심에서 멀어졌다.
우리가 사는 동네 혹은 지역 전체에 동네 책방 혹은 중고 책방이 얼마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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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5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불광문고가 25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문을 닫았다. 1996년부터 이 지역에서 처음으로 단행본을 파는 가게로 문학과 외국어뿐 아니라 인문학, 사회과학 등 다양한 영역, 출판 시기, 주제로 매대를 꾸며 이용객들에게 좋은 볼거리를 선사했다. 어린이 책은 상상력을 키우길 바라는 마음으로 창작 동화와 그림책 위주로 팔았다. 2000년대 초반에 분점을 냈었고, 동네 책방 연대체 참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문화교실 등으로 지역과 상생하는 동네 책방이 되려 노력했다. 수도권 전철 불광역 인근에 있던 자리는 문을 닫았지만, 직원들과 지역 주민들은 다시 운영을 시작하기 위해 여러 곳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중이다.
2022년 5월 21일, 서울 종로구 서대문역 인근의 인문사회과학전문 책방 레드북스가 문을 닫았다. 2010년부터 김현우 대표와 양돌규 총무가 독립서점이자 진보적 사회운동의 모공간으로 운영했지만, 재건축과 운영 적자를 견디지 못했다. 책방을 응원하는 회원들의 후원금으로 월세를 충당했던 터라 사람들의 아쉬움은 더 컸다.
““굿바이 레드북스, 아쉽지만 여기까지.” 지난 4일 레드북스 페이스북에 폐업 공지가 뜨자 많은 이들이 안타까운 마음을 전해 왔다. 입주한 건물이 재건축되는 것이 폐업의 1차적 이유였지만, 김 대표는 “그간 운영이 쉽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출판시장 불황과 임대료 상승, 코로나 19로 인한 고객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최선을 다하다가 정리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보다 열심히 하는 분들도 많아서 우리가 독립서점을 대표해 인터뷰하긴 죄송스럽다(김 대표)”면서도 아쉬움이 묻어나온다. 김 대표는 에너지정책 연구자이고 양 총무는 노동운동사 연구자로 각자 ‘본업’이 있지만, 개인 일정 외에는 늘 이곳을 지키며 공간과 정을 쌓았다. 이들은 책을 일단 최대한 팔아보고, 남는 것은 필요한 곳에 기부할지 생각 중이라고 한다.” - 관련 기사에서
위기에 처한 동네 책방을 구하러 지자체와 시민들이 나섰다. 경기도 고양시가 2015년 ‘지역서점 도서납품제’를 전국 최초로 시행하면서 지역 서점이 24~29곳(2015~16년 기준)에서 40곳으로 늘었다. 2021년엔 고양시 중·고교, 학교 밖 청소년 등 5만 7천 명에게 1인당 1만 5천원 상당의 ‘고양북페이’(도서교환권)를 지급해 동네 책방에서 사용하도록 하는 사업인 ‘친구야 책방가자’를 시작했다. 서울시교육청은 2021년, 동네 책방과 연계하는 '도서관 동네 책방 네트워크 사업'을 시작했다. 산하 12개 도서관·평생학습관을 중심으로 경영난에 빠진 동네 책방을 발굴해 △특화 프로그램 운영 △시설 이용에 따른 임차료 지급 △도서 구매 등 지원하는 사업이다. '인문학특강' '작가와의 만남' '동네 탐방' '독서 동아리' 등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경쟁력을 높이도록 지원한다. 충북문인협회·충북작가회의, 도서출판 직지 등 지역 출판사, 청주시서점조합·청주시작은도서관협의회, 충북엔지오센터는 2016년, ‘충북지역 출판·동네 서점 살리기 협의회-상생 충북(book)’을 발족해 지역 작가와 도서출판이 내놓은 지역 책을 동네 책방에 판매한다.
한편 동네 책방이 많은 제주도에서 인문사회과학 전문 책방 ‘제주풀무질’을 운영하는 은종복은 4가지 방법을 제안했다.
- 완전도서정가제가 정착되어야 한다. 특히 국가기관에서 꾸리는 도서관이나 학교는 당연히 지역에 있는 책방에서 정가로 사야 한다.
- 출판사는 모든 책방에 똑같은 가격으로 책을 주어야 한다. 현재 관행으론 도매상이나 대형 서점, 온라인 책방에 출판사는 정가의 50~60% 가격에, 동네 책방은 정가의 70~80% 가격으로 책을 판매한다.
- 책방에 사람들이 오도록 애를 써야 한다. 손님들이 좋아할 다양한 책을 갖춰 놓고 책방에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책방일꾼은 책을 많이 읽어 양질의 정보를 전하는 것이 책방지기의 기본 자질이다.
- 책방 안에서 모임을 잘 꾸려야 한다. 동네 책방은 마을의 쉼터이자 사랑방 같은 곳이기 때문에 그 특성을 충분히 발휘하고 활용한 모임을 지속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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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개발에 폐업 속출…보수동 책방골목 사라지나?> (KBS부산, 2020.10.25.)
부산시 중구 보수동의 책방골목은 고층 오피스텔 신축 소식으로 들썩였다. 골목 중심부의 세 책방이 있는 한 건물을 18층짜리 오피스텔로 재건축한다는 이유로 건물주에게 가게를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보수동책방골목번영회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허양군 회장은 “개인 간 매매 계약이라 뾰족한 대응책이 없어 답답하다. 업체가 건물 2곳을 허물어 고층 오피스텔을 짓는다고 전해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책방골목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더는 책방이 사라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지자체는 책방골목 보전 정책을 세워 실행할 수 있도록 애써달라”고 덧붙였다.” - 해당 기사에서
상인들은 골목 곳곳에 ‘골목 보존을 위한 서명지’를 올려놓고 주변의 관심을 호소했다. 그 후 해당 건물 임대인 겸 시행사인 (주)KLDNC는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바꾸었고, 인근 지역 주민들은 골목 살리기에 동참했다. 2021년 12월 11일, 보수동 책방골목 보존위원회가 주최한 책방골목 보존 포럼에서 많은 의견이 오갔고, 전시회, SNS 캠페인 등 다양한 방안을 실천하기로 했다. |
인근 혜광고등학교 김성일 교사의 제안으로 탄생한 공공커피 ‘보수동 블렌딩’은 동아대 산업디자인학과 제성현 학생이 디자인을, 김재홍 교수가 감수를 맡았고, 초량동 마리스텔라 커피가 에티오피아 4종의 원두를 블렌딩해 보수북마루카페에도 판매 중이다. 구청 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카페 두 곳은 회원에게 커피 1장당 1000원에 판매하고, 수익은 책방골목 살리기에 기부한다. |
혜광고와 동주여고는 학생들이 책방골목을 주제로 쓴 시집을 쓰고 전시회를 열었으며, 단편영화와 뮤직비디오도 제작했다. 김성일 교사는 ‘진로활동과 연계해서 학생들의 입시에 도움이 되고, 자신의 고향인 부산에 대한 애착도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책방골목을 미래유산으로 지정하고 입구에 정거장 모양의 공공조형물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에 김건수 부산일보 논설위원은 자신의 칼럼에서 특정 구역의 토지이용·건축 계획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경관을 만들고 관리하는 지구단위계획 지정을 건의했다. 일부 주거지가 지정된 아미동 비석마을을 예로 들었다.
“보수동 책방골목은 그 원형이 많이 훼손된 상태다. 부산시가 일찌감치 치밀한 준비에 나섰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사유지를 사들이는 방식 등을 통해서라도 원형 보존에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골목 중앙에 건립된 문화관은 그 존재 이유가 의문스럽다. ‘되레 책방 공간만 차지한다’ ‘차라리 서점에 임대하는 게 낫지 않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어쨌든 지금이라도 이 일대의 난개발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보전 가능성을 높일 방안을 계속 찾아야 할 것이다.” - 해당 칼럼에서
시대의 변화로 동네 책방과 중고 책방 골목은 점점 어려움에 직면 중이다. 우리는 편리함이라는 이유로 그들의 존재를 모르거나 외면하는 게 아닐까? 한 동네 나아가 지역의 일원으로 계속 남으려 애쓰는 책방, 중고 책방들을 응원한다.
“동네책방은 동네 사람들이 느끼는 슬픔을 나누고 기쁨을 함께하는 아름드리나무요, 목마른 사람들이 찾아가는 샘터요, 세상을 올곧게 바꾸는 씨앗을 심는 텃밭이 되고 싶다.” - ‘제주풀무질’ 책방지기 은종복
“내가 사는 마을에 큰 은행나무가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공무원들이 공원을 만들려고 벤다고 하더라. 그런데 나무를 베면 안 된다고 말하는 주민이 없었다. 그렇게 나무가 사라졌고, 주민은 뒤늦게 후회하더라. 사라지는 건 한순간이다. 소중한 걸 지키기 위해서는 사랑과 관심으로 함께 해야 한다. 한 명보다 두 명, 두 명보다 세 명의 목소리를 모아야 한다. 지역주민이 힘을 모아야 지킬 수 있다” - 나태주 시인이 보수동책방골목보존미래포럼이 주최한 강연에서 한 말 |
- 참고 자료
- <25년만에 문 닫는 불광문고…"지금 유통구조에선 못 버텨"> (연합뉴스, 2021.8.17.)
- <불광문고 '시즌2' 추진…"갈길 멀지만 해보겠다"> (연합뉴스, 2021.9.28.)
- <나는 ‘좋은 서점’이었지만…살아남진 못할 것 같습니다> (경향신문, 2021.8.29.)
- <"독서의 위기…우리는 문 닫지만, 책은 계속 읽힐 겁니다"> (경향신문, 2022.5.12.)
- <아직도 레드북스에는 좋은 책이 많은데…> (시사iN 766호, 2022.5.31.)
- <사라져 가는 동네 책방…고양선 되레 느는 까닭은?> (한겨레, 2022.2.22.)
- <'동네책방 살리기' 프로젝트…'인문학특강·작가와의 만남'> (뉴스1, 2022.5.31.)
- <940권의 기적! 동네 서점이 살아났다> (한겨레, 2017.7.14.)
- <[책방의_탄생]제주에는 왜 동네책방이 많을까> (제주투데이. 2022.7.13.)
- 은종복 - <책방지기가 말하는 '동네책방'론... 책방 살리는 법> (오마이뉴스, 2022.4.24.)
- <“고층 오피스텔 짓는다고…” 잇달아 문 닫는 부산 보수동 책방들> (한겨레, 2021.11.14.)
- <[포토IN] 오피스텔에 자리 내주는 보수동 책방골목> (시사iN 744호, 2021.12.14.)
- <보수책방골목 지켜낸 ‘통 큰 건물주’> (국제신문, 2022.5.12.)
-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살리기에 청소년·노인·상인 주민 모두가 나섰다> (경향신문, 2022.1.11.)
- <나태주 시인이 말하는 보수동책방골목 보존 방법은?> (국제신문, 2022.5.22.)
- <“책방골목 살리기” 보수동 블렌드 커피 잘나갑니다> (부산일보, 2022.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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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상(a.k.a. Blueman)
- 글쓰기 코칭 프로그램 <꿈꾸는 만년필> 5기
- 저서 : <마음을 쓰다> (2015, 교보문고 퍼플) 종이책 / eBook
- <헬조선늬우스>에 격주, 자발적으로 기고중
부족한데 자존심이 강하고 엉뚱한 사람
꿈과 희망을 믿고 배우며 세상을 보려는 사람
누군가에게 친근하고 도움이 되려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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