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이어 쓰기>
#138. 장애학생이 맘놓고 대학에 다닐 수 있을까? - 유명무실한 특별 입학 전형과 장애학생 인권 문제에 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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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둘째주에 인사드립니다.
9월 내내 달리고 10월 한 주 쉬어갔습니다. 두번의 연휴 내내 일을 하다보니 글 생각이 안 나더군요. 다행히 기사 하나를 보고 이번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쓰고 나니 살짝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다음에 보충할만한 글이 생기면 채워질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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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종합예술학교 홈페이지에서 갈무리한 화면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가 최근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 입학 전형을 시행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예종에게 받은 자료를 보면 2022학년도 기준 27개 학과 가운데 11개 학과(41%)에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이 없었다.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을 운영하지 않는 이유로 ‘신체능력과 협업능력이 요구되는 전공 특성’을 들었다. 무용원은 “전공 특성상 고도의 신체능력과 음악·주제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과 안무를 하는 등 긴밀한 협업능력이 필수적”이라며 “신체적·지적 장애 학생에게 일반 학생과 같은 수준의 수업을 진행하거나 소수 장애 학생만을 위한 별도의 수업을 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전통예술원은 “전통악기를 배우고 여러모로 실험하며 창작곡을 써나가는 과정은 정신적으로 고통스럽게 몰두하며 끊임없는 인내를 감수해야 한다. 이성적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만들어 가는 작업이라 신체적·지적 장애 학생은 실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 해당 기사에서
이유를 들어보니 ‘장애인이 자신들의 교육과정을 따라가기 힘들다’는 생각으로 지레짐작하고 자신들의 언어로 둘러댄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니메이션과가 2024학년도 신입생 모집부터 장애인을 뽑겠다 말하는 등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고, 평소 신입생 모집이 적다는 점도 이해했지만 씁쓸했다. 평소 한예종이 장애학생의 활동을 홍보하면서, 한때 장애인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장애학생지원센터 담당자가 단 1명에 1년 계약직이었을 정도로 모순이 느껴졌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이러한 한예종의 행보를 비판하는 논평을 냈다.
“한예종의 입으로 자신들의 예술작업에 대해, ‘그것을 할 수 있는 신체와 정신 조건이 있어야만 우리 연습실에 들어올 수 있다’고 한다면, 이는 매우 빈약한 예술관, 편협한 교육철학에서 나온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중략) 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굳이 한예종에 들여보내고 싶어서 애걸복걸하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교육의 현장에서, 예술의 영역에서조차 상상력 없는 편견에 가득 찬 배제의 변명을 들어야 하는 현실에 분노할 따름이다.” - 해당 논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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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쩔디Zzuldy - <뇌성마비 장애 학생이 본 주관적인 수시 특수교육 대상자 전형의 현실> (2019.10.19.)
장애인을 위한 특별전형이 1995년도 6개 대학부터 시작해 실시 중인 대학이 늘었지만,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오랫동안 들었다. 2000학년도에 일부 대학들은 모집정원만 고시하고 해당 학생들을 선발하지 않았다. 2008년 12월, 장애 대학생들이 교육차별 사례를 모아 국가인권위원회에 집단 진정(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나 기타의 공적 기관에 대하여 국민이 사정을 진술하고 어떤 조처를 해주도록 요청하는 행위.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을 제기했다. 진주교육대학교는 2018학년도 수시모집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에 지원한 시각장애인을 떨어뜨리고, 특정 장애등급 및 유형의 학생에게 불이익을 준 사례까지 드러나자 당시 입학관리팀장이 법의 심판(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160시간 사회봉사)을 받았고, 재정지원사업비 잔액 반납과 차기 사업 참여대상에서 배제당했다.
2017년 3월, 한양대학교에서 강의를 진행하던 교수 B씨는 시각장애를 가진 A에게 ‘A는 장애인이다. 장애인인데 배우려고 앉아 있다. 퀴리부인을 아느냐, 퀴리부인을 모르면 장애인이 될 자격이 없다’, 도우미 학생에게 ‘거룩한 일을 하고 있다’라고 차별발언을 하자 대학 내 여러 학생회에서 그를 해임하라 요구하였다. 하지만 B씨는 ‘좋은 의도였다’며 인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에게 유리한 설문지를 돌렸고, 학교 측도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이후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장애학생 개인정보보호 및 모욕비하 차별금지 관련 안내 및 장애유형별 교수학습가이드’를 만들었다.
개선되긴 커녕 잊을만하면 차별과 배제가 벌어지는 이유는 뭘까?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의 김형수 총장은 ‘장애인의 통합교육이 확대되는 시점에서 일부 사립 대학이 (장애인 특별전형을) 집중적으로 운영하다 보니 거대한 특수학교처럼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에 언급한 장애 학생 차별 사례는 ‘대학 내 재학생, 교직원 등에 대한 (장애 인식) 교육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한국재활복지대 김주영 교육연구사도 ‘정부가 아무런 지원 없이 정책만 만들어 놓고 장애인을 대학 총장이 정원 외로 선발하게 하는 것은 대학이 별도의 투자 없이 기존 시설에 불만이 없는 학생들만 가려서 뽑는 것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4조(차별의 금지)는 '장애인이 대학 등 고등교육을 받고, 활동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차별과 배제를 받아선 안 된다'고 명시했다. 제32조(학칙 등의 작성)는 '학습지원, 입학전형 관리, 정보접근 지원 등 편의에 관한 사항'을 명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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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 대입 기회 확대.. “특별전형 확대, 운영 지침 마련”> (EBS, 2022.2.10.)
2022년 2월, 교육부는 ‘장애인 특별전형 운영 지침’을 마련하고, 장애학생을 지원하는 운영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기회균형 선발을 일정비율(10%)로 의무화하고, 일부 대학의 운영 사례를 바탕으로 발달장애인 대학 교육과정 개발을 추진하는 등 많은 면에서 변화가 기대된다. 광주교육대학교에서 장애학생지원센터를 맡아 운영했던 최나리 교수는 자신의 칼럼에서 ‘교수학습지원과 평가에 대한 방법, 학생을 위한 상담 지원 등에 대한 모든 학교 구성원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 내 장애학생지원센터와 장애학생인권위원회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유원대학교 장애학생지원센터는 교내 교육환경 개선과 대학 지원에 대한 장애학생의 요구를 수렴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간담회를 여는데, 2022년 9월 16일에 가진 간담회에서 윤준호 부총장이 참석해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과 개선 요구사항에 대한 즉각적인 개선을 약속했다. 2021 연말 청년포럼에 참석한 5개 대학(고려대, 숭실대, 이화여대, 조선대, 중앙대)의 장애인권위원회 및 장애인권동아리는 장애인권 공약을 발표했고, 2022년 총학생회에 전달, 이행되도록 공동서약식까지 가졌다.
문제가 생겨야 전문가의 의견과 대책이 쏟아지는 장애인 특별전형과 장애 학생 인권문제, 점점 나아진다지만 당사자인 장애학생이 긍정적으로 느낄 정도가 아니다. 여전히 대학에서 벌어지는 차별과 배제의 뿌리를 뽑지 않는다면 유명무실한 채 관심만 유도할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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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한예종의 편견…장애인 없는 과 “이성적 작업 못해서”> (한겨레, 2022.10.6.)
- <한예종의 변명에서 고집센 편견을 보았다> (사단법인 전국장애인부모연대, 2022.10.6.)
- <지켜지지 않는 대학 내 장애학생의 권리> (함께걸음, 2017.5.12.)
- <장애인 특별전형 10년, 복지정책은?> (한국대학신문, 2005.3.14.)
- <'중증장애인 배제' 진주교대 전 입학팀장 징역형> (경남도민일보, 2022.2.14.)
- <진주교대, 입시 장애인차별 28명 징계...재정지원 잔액반납·차기사업 참여배제> (유스라인, 2022.4.25.)
- <학과 제한에 안 뽑아도 그만... 장애인 특별전형, 사실은 ‘차별전형’> (쿠키뉴스, 2021.9.15.)
- <‘장애인 특별전형 운영지침’ 마련…장애인 고등교육지원센터도>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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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상(a.k.a. Blueman)
- 글쓰기 코칭 프로그램 <꿈꾸는 만년필> 5기
- 저서 : <마음을 쓰다> (2015, 교보문고 퍼플) 종이책 / eBook
- <헬조선늬우스>에 자발적으로 기고중
꿈과 희망을 믿고 배우며 세상을 보려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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