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이어 쓰기>
#142. 한국에 'No Room for Racism'이 필요하다 - 한국의 외국인 혐오증을 우려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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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2022 카타르 월드컵이네요.
전 세계를 뜨겁게 하는 월드컵이 올해는 카타르에서 열립니다. 여름마다 열렸는데 이번엔 늦가을 ~ 초겨울이라 느낌이 다르네요. 우리 한국 대표 선수들이 승패 상관없이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뛰다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글은 두시간 반 정도 써서 완성했습니다. 그 전에 찾은 자료랑 2019년 4월에 썼던 글을 종합하니까 시간이 많이 안 걸리네요. 그때보다 외국인, 이주민 혐오가 심해짐을 느낍니다. 이번 월드컵 기간이라도 혐오를 멈추고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을 심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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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y Premier League Players Take The Knee> (Premier League 공식 유튜브 계정, 2022.10.7.)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 리그는 2019년 3월부터 ‘No Room for Racism’(인종차별의 여지가 없다)이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9-2020 시즌, 미국의 아프리카계 청년 조지 플로이드가 유럽계 경찰의 강제 진압으로 사망한 사건을 추모하려고 선수들이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라는 문구를 유니폼에 달고 뛰었는데, 다음 시즌부터 위의 문구로 바꾸고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No Room For Racism’ 캠페인은 축구 전 분야에 걸쳐 평등과 포용을 장려하는 프리미어리그의 광범위한 활동을 한데 모았습니다. 인종차별 금지 캠페인의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인종차별이 일어나는 모든 곳에서 이를 신고하고 이에 맞서도록 팬들에게 촉구하며 축구와 넓은 사회에서 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중략) 팬으로서, 구단으로서 차별이 존재하는 모든 곳에서 이를 근절하기 위해 모두가 책임을 갖고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시킬 것입니다.” - <‘NO ROOM FOR RACISM’ 캠페인을 지지하는 CITY> (Manchester City F.C. 공식 한국어 누리집, 2020.10.16.)
나는 이런 활동을 부러워하며 한국도 비슷하게 본받았으면 했다. 물론 여러 분야에서 차별을 반대한다고 말하지만, 언론에 가끔 나오는 소식들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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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벚꽃마라톤대회 진행 모습 (사진 출처 : 트래블아이)
2019년 4월 6일, 경북 경주시에서 제28회 벚꽃마라톤대회가 열렸다. 동료와 참가한 27세 중국인 A씨는 하프코스를 달렸는데 출발 10여 분 뒤 보문단지 앞에서 쓰러졌다. 인근에 있던 안전요원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119구급대가 시내 병원으로 옮겼지만, 오전 11시 11분쯤 세상을 떠났다. 중앙일보에 올라온 기사를 SNS로 봤는데 일부 댓글에서 기겁했다. 평소 중국인이 국내외에서 저지르는 행동과 심보가 고약했으니, 죽어도 싸다는 의견이었다.
“ㅗㅜㅑ 착한 중국인 상”
“Nice한 Chinese들은 have already died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람은 착한 Chinese 인 것 작은 성기들아”
“간만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사네요^^”
이후 저런 댓글을 비판하거나 A씨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댓글이 많아졌지만, 왜 중국인을 싫어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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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 뉴스민
2021년 9월, 대구 북구 대현동의 경북대 서문 쪽 주택가는 이슬람 예배당인 성원(Masjid) 건립을 놓고 모슬렘(무슬림) 학생, 교인과 일부 주민 사이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임대료가 저렴하고 경북대에서 가까운 대현동은 수년 전부터 모슬렘 유학생들이 주거를 위해 모여들었다. 현재 150여 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우즈베키스탄, 나이지리아, 타지키스탄,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에서 왔다.” - 관련 기사에서
2014년 한 주택을 사서 기도 장소로 쓰다 그걸 허물고 2층짜리 성원으로 지으려 했는데 일부 주민이 '이슬람사원 건립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를 세우고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북구청이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자 모슬렘 학생들과 시민단체는 공사 중지 임시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이 손을 들어주면서 공사가 재개되었지만, 일부 주민이 공사 현장을 막거나 그 주변에 돼지머리를 내놓는 등 여전히 반대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북구청은 별다른 조치를 못 한다며 손을 놓았다.
2021년 6월, 화성외국인보호소가 모로코 출신 남성이 직원을 폭행하고 물건을 훼손했다며 손목 수갑, 포승 등으로 결박한 새우 꺾기를 했고, 12월에 강원도 원주시의 한 가구 공장에서 일하는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들은 잠을 자다 관리자가 휘두르는 야구 배트에 맞았다. 피해자들이 경찰에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무혐의와 가해자의 추가 고발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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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대회 사진 (사진 : 이주노동희망센터)
이웃 나라에 침략을, 유럽 사람들에게 차별을 당했던 한국은 왜 인종, 민족 등을 차별하고 혐오하는가? 오래전부터 단일 민족, 언어로 살았다는 교육을 오래 받았고, 외국에 나가거나 문화를 받아들일 기회가 적어, 잘못된 생각을 믿거나 유머로 썼다. 거기다 이주 노동자와 배우자가 늘어나고, 경제 양극화와 외국계의 범죄 등 자극적인 소식이 이어지면서, 자신이 있을 곳이 줄어든다는 위기를 느꼈을 것이다.
“권력과 경제력 여부로 나이와 학벌과 직업에 따라 위계와 서열을 따지며 개인보다 집단을 우선시하는 한국 사회는 성별, 젠더, 국적, 인종이 다르다는 것이, 장애가 있다는 것이, ‘차이’가 아니라 ‘차별’이 되고 ‘혐오’의 대상이 된다. 혐오는 심각한 사회 문제이자 인권유린임에도 우리 사회는 사회적 약자와 피해자를 혐오하는 자들에게 지나치게 관대하다. 한마디로 인권 감수성, 젠더 감수성이 부재한 사회다. 게다가 인권 의식이 부족하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 약자에게 공감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적대감과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들, 공감 능력이 결핍된 사람들이 의외로 너무 많다.” - 홍재희 <혐오를 찍어내는 사회> (국가인권위원회 ‘인권’ 웹진 2018년 5월호)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5년 국민 다문화 수용성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자리 빼앗김’, ‘경제적 손실’, ‘범죄율 상승’ 등에 동의하는 비율이 2011년보다 크게 늘었고, 이주 노동자나 이민자를 이웃으로 삼고 싶지 않다는 비율도 성인 응답자의 31.8%나 되었다. 2021년에 발표한 결과는 더 참담하다. 성인의 ‘다문화 수용성’과 ‘이주민과 친교 의지’는 갈수록 낮아졌지만, 청소년은 오히려 늘어 격차가 커졌다. 코로나 19의 전 세계 유행으로 외국인과 이주민에 대한 교류가 줄어들면서 성인과 청소년 모두 ‘외부에 대한 개방성’과 관련된 ‘세계시민 행동의지’, ‘교류행동의지’, ‘문화개방성’의 점수가 낮아졌다.
외국인 혹은 이주민을 기피하는 ‘외국인 혐오증(제노포비아, Xenophobia)’은 어쩌면 다른 나라 사람을 알지 못하는 무지(無知)가 잘못된 상식, 소문을 만나 혐오(嫌惡)로 이어진 게 아닐까?
“제대로 알지 못하는 ‘무지(無知)’는 두려움과 공포로 이끌고, 두려움과 공포는 ‘혐오’를 생산한다. 결국 ‘무지(無知)’, 즉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외모’와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습성과 경향성은 ‘무지(無知)’에서 비롯한다. 한국사회에 광풍처럼 몰아치는 ‘차별’과 ‘혐오’는 ‘무지(無知)’를 인정하지 않거나, 인식하지 못하거나, 방치한 결과다. 따라서 자신이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 한 ‘차별’과 ‘혐오’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 박흥순 <무지(無知)를 두려움으로 가열하면> (NCCK 사건과 신학, 2020.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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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일민족 국가는 이젠 옛말?…"다문화 사회로"> (연합뉴스TV, 2019.4.18.)
1948년부터 정립되었던 단일민족이라는 개념은 현대에 들어서 점점 낮아지고 있다. 다양한 계통의 종족 혹은 혼혈된 민족이라는 1920년대 여러 학자의 주장이 주목을 받았고, 한국도 이제 다문화 사회를 향해 단계적으로 접근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우리는 세계화, 다문화 시대로 가고 있지만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실정이다. 초ㆍ중ㆍ 고교 교육과정에 ‘다문화 교육’을 도입하고, 타문화에 대해 포용하고 인정하는 태도를 배양할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편협된 민족주의를 버리고, 제노포비아를 극복해야만 한다.” - <외국인은 무조건 혐오, 편협한 민족주의 향방은?> (베리타스 알파, 2012.5.22.)
“외국인 혐오증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일명 '제너코리아(Gener Korea)'의 필요성이 고무되고 있다. 제너코리아란 ‘관대한, 포용하는’을 뜻하는 ‘Generous’와 ‘포괄하는’을 뜻하는 ‘Generic’, 그리고 에너지를 ‘창출하는’을 뜻하는 ‘Generating’이라는 단어들을 ‘Korea’와 합성한 단어다. 이는 제노포비아 현상을 극복하고 행복한 다문화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한국인이 가져야 할 세 가지 태도를 의미하고 있다.” - <외국인을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시선> (연세춘추, 2015.9.12.)
여러 나라 사이의 무역 분쟁과 전쟁에도 교류를 이어나가는 한국에 많은 외국인 관광객과 이주민이 와있다. 국제 결혼도 이어지면서 다문화 사회를 말하고 있는 지금, 무엇보다 인종, 민족, 종교 등을 차별하는 모습은 사라져야 한다. 앞서 말한 ‘No Room for Racism’(인종차별의 여지가 없다)을 한국에 들여올 수 없을까?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가 다문화 사회로 구성되어 있어 우리나라 사람들도 외국에서는 ‘제노(xeno)'가 되어 차별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며, 인간으로서 가지는 권리 차별을 없애기 위해 우리 스스로가 노력해야 한다.” - 권영호 <제노포비아, 이제는 버려야 할 때> (경남도민신문, 2017.11.2.)
“우리나라는 약 5천여 년 전부터 많은 민족이 유입되어 서로 동화되면서 만든 문화공동체이다. 멀리 인도 히말라야를 비롯하여 중앙아시아에서 다양한 조상이 해가 떠오르는 동쪽의 끝 한반도를 찾아와 정착하면서 역동적인 사회를 형성하였다는 사실을 오늘을 사는 우리는 결코 망각해서는 안 된다.” - 김응철 <제노포비아(다문화 혐오증)를 극복하려면> (불교신문, 2011.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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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상(a.k.a. Blueman)
- 글쓰기 코칭 프로그램 <꿈꾸는 만년필> 5기
- 저서 : <마음을 쓰다> (2015, 교보문고 퍼플) 종이책 / eBook
- <헬조선늬우스>에 자발적으로 기고중
꿈과 희망을 믿고 배우며 세상을 보려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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