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이어 쓰기>
#143. 혹사당하는 선수가 많은 한국 스포츠, 해결책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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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2022 카타르 월드컵이네요.
전 세계를 뜨겁게 하는 월드컵이 올해는 카타르에서 열립니다. 여름마다 열렸는데 이번엔 늦가을 ~ 초겨울이라 느낌이 다르네요. 우리 한국 대표 선수들이 승패 상관없이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뛰다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글은 두시간 반 정도 써서 완성했습니다. 그 전에 찾은 자료랑 2019년 4월에 썼던 글을 종합하니까 시간이 많이 안 걸리네요. 그때보다 외국인, 이주민 혐오가 심해짐을 느낍니다. 이번 월드컵 기간이라도 혐오를 멈추고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을 심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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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첫 화면 갈무리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에 올랐지만, 브라질의 높은 문턱을 느끼고 귀국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12월 7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은 밤을 새우며 응원했던 우리에게 감동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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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귀국한 뒤 가진 기자회견 일부 (출처 : MBC)
특히 감독직에서 내려오는 파울루 벤투는 대한축구협회에 이런 쓴소리를 전했다.
“선수들이 최적의 상태에서 좋은 컨디션으로 경기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협회 측에서 잘 된 것은 계속 이어가고 잘못된 것은 수정해야 한다. 발전해야 할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선수들에 대한 지원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다. 피치(Pitch - 축구 경기장을 뜻하는 영국식 표현(옥스퍼드 사전)) 안에서 이뤄지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피치 밖에서 준비하는 것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후 언론사들은 11월 10일 아이슬란드와 친선경기를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가 했던 말에 주목했다. 전북 현대 소속이었던 김진수가 FA컵에서 30분경 부상을 당하고도 끝까지 뛰었다면서 지나치게 짜인 K리그와 FA컵 일정에 불만을 드러내며 한 말이었다.
“사실 선수들 휴식은 필요 없고 중요한 게 돈, 스폰서 이런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제 의견은 대표팀이 한국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는 것이다. 8월에도 그런 걸 볼 수 있었다. 그 외에도 팀이 월드컵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이길 원하는 것 같은데, 팀도 그렇고 선수도 그렇고 올바른 방식으로 도울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손흥민의 개인 트레이너면서 대표팀 선수들의 건강을 책임졌던 안덕수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당시 현지 호텔 객실 2701호를 언급하며 축구협회를 비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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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당시 선수들이 마사지, 물리치료를 받았던 호텔 객실 2701호를 언급하며 축구협회를 비난한 안덕수 트레이너 (사진 갈무리 - CBS노컷뉴스, 뉴스1)
“2701호에서 많은 일이 있었고, 왜 생겼는지 기자님들 연락해주시면 상상을 초월할 상식 밖의 일을 자세히 알 수 있을 겁니다. 부디 이번 일로 인해 반성하고 개선해야지 한국 축구의 미래가 있을 겁니다. (중략) 바꾸세요, 그리고 ‘제 식구 챙기기’ 하지 마세요!”
그 방을 손흥민의 아버지이자 유소년 전담 축구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손웅정이 개인 돈으로 직접 잡아줬다는 사실까지 알려지자 축구협회를 향한 댓글이 쏟아졌고, 협회도 해명에 나섰다.
“이번 대회에서 손흥민의 부상도 있는 만큼 선수단과 같은 호텔의 별도 층에 예약 협조를 했다. 비용도 협회 측에서 제안했으나 (안 트레이너가) 받지 않겠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선수들도 안 트레이너에 대한 신뢰나 믿음이 있었는데 자신이 '비공식'으로 취급받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작년에 관련 분야 채용 공고를 냈을 때 안 트레이너는 지원하지 않았다. 협회 측에서도 자격증 부분이 해결돼야 채용할 수 있다. 선수단이 귀국한 뒤 종합적으로 그동안의 상황을 확인할 것이다.”
이번에 벌어진 문제는 한국 스포츠계의 안 좋은 점 중 하나다. 선수에게 혹사는 부상, 후유증과 직결되는 문제다. 자의든 타의든 수시로 겪는 혹사는 미래의 재능을 갉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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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홈페이지 첫 화면 갈무리
오래전 고교야구는 선수 혹사로 많은 지적을 받았다. 2006년 6월 23일, 노회찬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은 제61회 청룡기 고교야구 대회에서 활약했던 정영일, 이상화, 김광현 선수를 언급한 뒤 ‘짧은 기간에 무리하게 투구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직권조사와 시정을 권고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무리한 투구를 해야만 하는 이러한 상황은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판단된다. 만약 본인이 원해서 투구를 한다 하더라도 당사자는 아직 어린 학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권 침해적 요소가 발견될 경우에는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고교 시절의 무리한 투구가 당장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추후 얼마든지 혹사의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고, 후유증이 발생하거나 다쳐서 선수 생명에 위협이 발생할 경우 그 손해는 선수 혼자서 감당할 수밖에 없게 된다.”
실제로 세 선수는 당시 경기가 있을 때마다 100~200개를 넘는 투구를 해왔고, 현재 SSG랜더스에서 활약 중인 김광현을 제외한 두 선수는 프로야구에서 잦은 부상에 시달리다 은퇴했다.
“광주진흥고 출신인 정영일은 ‘내 야구 인생은 롤러코스터’였다고 표현할 정도로 굴곡진 길을 걸어왔다. 고등학교 졸업 뒤 한국이 아닌 미국 무대를 택한 정영일은 2007년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에 입단해 빅 리그 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고교 시절부터 누적된 팔 피로로 생긴 팔꿈치 부상과 수술이 정영일의 발목을 잡았다.” - <’은퇴 선언’ 정영일 “내 야구인생은 굴곡진 롤러코스터, 그래도 다시 타라면 탈 겁니다.”> (스포츠춘추, 2021.12.29.)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2017년 초, 유소년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태스크포스 팀을 시행, 투구 수 제한과 강제 휴식일 의무 조항을 다음 해부터 실시했다. 이후 선수들의 수술 빈도가 줄어들고, 활약하지 못했던 여러 선수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하지만 대학 야구는 여전히 언론과 야구계의 무관심 속에 선수들의 혹사가 이어지고 있다. 2022년 7월에 열린 전국대학 야구선수권대회에서 송원대 좌완투수였던 정현수가 13일간 7경기에서 567구, 마지막 8일간 5경기에서 396구를 혼자 던졌다. 한화 이글스 소속의 이민우는 경성대 재학 당시 최고의 에이스로 불렸지만, 130~139구를 혼자 던졌고, 사흘간 277구까지 던지는 등 최악의 혹사를 겪었고, 결국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수술대에 오른 뒤 큰 활약을 못하는 중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KBO가 한국대학야구연맹의 지속적인 요청으로 2022년(내년 입단)부터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선수들도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할 수 있는 ‘얼리 드래프트(조기 지명)’ 제도를 시행하면서 선수 혹사가 심해질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도자들의 성적 욕심이 가장 큰 원인이다. 흔히 대학 투수는 프로 즉시 전력감이라고 하지만, 막상 프로에 와서 부상에 시달리거나 큰 활약을 못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 어느 스카우트의 말
선수들의 혹사는 종목을 가리지 않는다. 특히 프로스포츠 종목은 스폰서인 기업 의존도가 높은데, 그들이 팀을 꾸리거나 협회에 투자하는 이유는 브랜드 가치 등 홍보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미디어 노출에 대한 욕심까지 겹치면서 경기 수는 늘 수밖에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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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 골프 홈페이지 첫 화면 갈무리
2022년 6월,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의 후원을 받고 2년여 준비 끝에 개막한 리브 골프 인비테이서널(LIV Golf Invitational)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인권 탄압 국가라는 이미지를 지우기 위함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이 시리즈가 가진 매력에 환호하는 선수들이 늘었다. 특히 워라밸을 앞세웠는데, PGA 등 일반 골프 대회가 4라운드이지만 리브는 3라운드에 여유로운 일정으로 경기를 진행한다. 대회별 상금도 많아 많은 선수가 이 시리즈에 합류했다. PGA 등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빡빡한 일정, 많은 경기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적고, 피로가 누적되지만, 상금이 적은 것과 정반대다.
여자 프로농구 선수였던 하은주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잦은 무릎부상으로 고생했지만, 중학교 측에서 무리하게 농구부 입부를 제안하자, 일본으로 가서 학업, 치료, 재활을 병행하면서 운동을 이어갔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 WKBL 최고의 센터가 되었다. 은퇴 후 운영하는 재활운동센터에서 치료와 재활은 물론, 심리적인 부분까지 관리하고 있다. 선수시절의 경험 때문이었다.
“운동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부상이 있어 버리면 가지고 있는 능력치를 온전히 발휘할 수가 없잖아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만큼 고통은 없어요. 날개가 있는데 날지 못하는 기분이랄까요. 저뿐 아니라 주변에서도 그런 사례가 많았어요. 기술도 좋고 정말 재능있는 선수인데 잦은 부상으로 힘들고 지쳐서 은퇴하는 선수를 보면 너무 안타까웠어요. 조금만 쉬면서 재충전하면 되는데 지도자들의 욕심 혹은 선수 개인의 과한 의욕으로 무리를 하다가 망가지는 경우도 많이 봤고요. 선수 생활을 좀 더 길게 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는 부분이 아쉬웠죠. 어찌 보면 알면서도 참 고쳐지지 않는 부분들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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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 헌장 카드뉴스 중 일부
국가인권위원회의 스포츠인권 헌장 제19조는 운동선수에 대한 보호제도 마련을 요구하였다. 이 7가지가 한국 스포츠계에서 제대로 지켜지는지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1) 운동선수가 과도한 훈련이나 과중한 경기 참여로 혹사되어 선수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이 단축되지 않도록 훈련 시간과 경기 참여 횟수에 대한 합리적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2) 경기력 향상 등의 목적으로 약물이나 기타 유해 물질을 사용하는 일이 없도록 지도자와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검사가 정기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
(3) 아동과 청소년은 아직 성장 중이고 이들의 스포츠 활동은 교육의 일환임을 감안하여 아동·청소년 선수들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현할수 있도록 경기출전 기회 제공 등에 있어 배려가 필요하다.
(4) 훈련이나 경기를 할 때 의료진의 참관 등 응급의료체계를 갖춤으로써 부상이 발생했을 때 적절한 초기 대응조치가 가능하도록 하여야 한다.
(5) 아동·청소년 선수의 지도자는 선수의 몸 상태에 대한 세밀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이상이 있을 때는 즉각 전문 의료진으로 하여금 적절한 조치를 취하게 하여야 한다.
(6) 부상 선수가 훈련이나 경기에 다시 참가할 때에는 관련 분야의 자격을 갖춘 의료진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7) 부상이나 은퇴, 그 밖의 이유로 선수 생활을 그만두는 사람에게 새로운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적절한 상담이나 지도, 직업훈련 등이 제공되어야 한다.
한국 스포츠계는 수많은 문제를 가졌지만, 여전히 전 세계가 주목할 정도로 놀라운 기량의 선수들과 인프라를 갖추었다. 애국심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던 시대는 지났지만, 여전히 돈, 명예, 주변의 관심 속에 선수들은 끊임없이 혹사당한다. 쉴 때 쉬고, 아플 때 바로 치료해서 건강한 모습으로 뛰어야 팬들이 진심으로 응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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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협회, 선수 지원 더 필요" 떠나는 벤투 감독의 작심 발언> (CBS노컷뉴스, 2022.12.8.)
- <벤투 작심발언 "선수들 휴식보다 돈·스폰서가 더 중요한가"> (머니투데이, 2022.11.10.)
- <"손흥민 父가 잡아준 2701호서 5~6명씩 케어…상상초월" 트레이너의 폭로> (뉴스1, 2022.12.7.)
- <2701호 폭로 예고에 '발칵'…축구협회 "자격증 없어 채용 못한 분"> (머니투데이, 2022.12.8.)
- <노회찬 “고교 야구투수들 너무 혹사 당한다” 진정> (뷰스앤뉴스, 2006.6.23.)
- <고교야구 ‘혹사’ 없어진다..올해부터 투구 수 제한 본격 시행> (한국스포츠통신, 2018.1.25.)
- 이헌재 - <혹사가 사라졌다, 젊은 꽃들이 피기 시작했다> (동아일보, 2020.7.23.)
- <‘사흘간 231구-13일간 567구’ 대학야구는 아직도 혹사 사각지대> (스포츠춘추, 2022.7.22.)
- <“아파서 그만두는 선수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점프볼, 2022.3.22.)
- <스포츠-‘혹사’ 강요 프로스포츠 …가장 큰 피해자는 선수·팬> (문화일보, 2022.9.24.)
- <LIV 골프가 바꾼 세계 골프 지형> (JTBC GOLF, 2022.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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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상(a.k.a. Blueman)
- 글쓰기 코칭 프로그램 <꿈꾸는 만년필> 5기
- 저서 : <마음을 쓰다> (2015, 교보문고 퍼플) 종이책 / eBook
- <헬조선늬우스>에 자발적으로 기고중
꿈과 희망을 믿고 배우며 세상을 보려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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