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이어 쓰기>
#144. 한국 지자체 캐릭터가 살아남으려면 (1) 도달쑤와 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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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번 글은 부산MBC와 대구MBC가 공동으로 기획, 제작하는 시사 프로그램 <빅벙커>의 지자체 캐릭터 편을 보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썼습니다. 원래 이번 편을 2022년 12월 마지막 주, 다음 편은 2023년 1월 첫 주에 올리려 했는데 깜빡하고 발송하기를 안 누르는 바람에 지난 달 한 번의 기회를 날려버렸네요. ㅜㅜ
그걸 미연에 방지하고자 이번 달은 두 편을 예약 방식으로 보내려 합니다. 다음 글에서 따로 말이 없더라도 양해 바랍니다.
이번 달은 새해 첫 날을 보내고 몇 주 뒤에 설 연휴를 맞이하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다음 달에도 좋은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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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캐릭터 열풍이 한창이다. 과거에 캐릭터가 유아, 아동 등을 주요 대상으로 삼았다면, 지금은 키덜트가 하나의 소비 주체가 되면서 카카오톡, 라인 등 메신저에서 캐릭터를 만들고, 그걸 활용한 제품으로 많은 이익을 얻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의 캐릭터 시장 규모는 12조 2070억 원으로 2014년부터 연평균 7.8%씩 성장 중이다. 펭수, 꿈돌이, 잔망 루피 등 인기 캐릭터는 온라인에서 영상과 사진 등을 올리고, 오프라인에서 촬영과 팬미팅으로 주위 사람, 팬과 소통한다. 거기다 적절한 스토리와 세계관까지 갖추면 사람들은 의심 없이 동심을 누린다. 팬들도 그들이 들어간 기념품에 많은 돈을 쓰고 팬미팅에 줄을 선다. 아이돌, 애니메이션, 드라마 등의 팬이라면 그 기분을 알 것이다. 하지만 캐릭터도 인기 많고, 오래가야 성공하는 법, 여기에 걸맞은 돈과 시간이 필요하므로 그들을 만든 단체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특히 지자체는 1995년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지역의 정체성(문화 및 환경의 특성, 특산물 등) 홍보와 시민 소통 및 유대감 차원에서 마스코트를 활용한다.
부산MBC와 대구MBC의 공동 시사 프로그램 <빅벙커> 제작진이 전국의 지자체 캐릭터를 전수 조사한 결과 동물은 100개, 특산물이나 식물은 63개, 위인이나 인물은 77개, 가상의 존재나 무생물은 98개나 된다. 소통이나 홍보에 실패해 중간에 바꾸거나 자취를 감춘 캐릭터까지 합치면 더 많을 것이다.
특허청은 지자체 캐릭터가 효율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 상표와 디자인의 신속한 권리화, 캐릭터의 독창적, 철저한 사후관리로 고품질의 상품개발이나 사업화 지원 및 지역상품 마케팅과 연계를 주문했다. 하지만 대부분 지자체 캐릭터는 지역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적다. 이미지 향상에 초점을 둘 뿐, 개발 및 선정 이후 투자 대비 수익성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 수익사업, 지역민 소통 등 현장 활용까지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캐릭터 활용 계획이 없다'고 밝힌 지자체가 상당하다. 경남일보가 정리한 실패 요인 3가지를 살펴보자.
1. 구체적 목적성이 없다. 지역홍보라는 추상적인 계획만 있을 뿐 지역캐릭터를 왜 만들려고 하는지 분명한 이유가 부족하다. 2. 캐릭터성이 부족하다. 사람에게 호감을 주는 캐릭터가 거의 없다. 캐릭터는 디자인 측면뿐 아니라 성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야 한다. 3. 활용방안이 미흡하다. 만들어 놓고 내버려둔 경우가 대다수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코리아랩 운영팀장 조하섭은 '대다수 지자체가 시장이나 시청입장에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재미라는 대중성보다 교훈적, 안내적인 캐릭터가 만들어지기 일쑤'라며 문제점을 짚었고, '인지도가 높아져야 비로소 지역상품과 연계한 다양한 마케팅 방법이 나올 수 있다'며 인지도를 높이는 방법을 제안했다.
<빅벙커>에서 대구광역시 캐릭터 '도달쑤'와 부산광역시 캐릭터 '부기'를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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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도시디자인과 도시브랜드팀 소속인 도달쑤는 '도시에 사는 수달'이라는 이름 뜻답게 '생태도시 대구'를 알리기 위해 이모티콘, SNS로 대구시 시정활동 및 주요행사를 홍보한다. 시정행사, 지역 화폐 및 카드, 도시철도 안내 등 정책을 활용하는 시민에게 인지도가 높다. 대구에서 열리는 2022년 대구세계가스총회에 도달쑤 꽃 조형물을 설치하고, 출연 영상까지 만드는가 하면 공식 유튜브나 틱톡 채널에서 쇼트 영상을 올리며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하지만 이미 공식 마스코트인 '패션이'가 있는 한 도달쑤를 활용하는데 한계가 보였다. 개발과 활용 예산에 들어간 8천억원은 거의 이모티콘 제작에 들어간다.
"캐릭터가 갖춰야 할 중요 요소는 '눈에 보이는 시각적 인지도'와 '정서적 공감대'인데 보통(다수의 지자체 캐릭터)은 비주얼적인, 시각적인 독창성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달쑤는) 현재까지 이모티콘을 주로 많이 활용하는 것 같아요. 시정 홍보, 방역 수칙 그리고 행복 페이라던지... 사실 대구에서 성공한 정책에 많이 도입되어서 시각적으로 와 닿았는데 아직까지 공감되지 않아요. 제가 계속 강조하는 건 (캐릭터가) 단품으로 끝날 확률이 높아요. (도달쑤가 '정서적 공감'의 능력을 갖추고 있느냐는 제작진의 말에) 신천의 수달이 2005년에 아마 최초로 발견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250만 대도시인 대구의 도심 한복판에 나타났다는 것은 대구가 그래도 친환경적이고, 생태적인 특징을 취하고 있다는 거죠. 그러면 어떤 노력을 했을까? 교육적, 생태적, 환경적인 부분을 시민에게 흥미롭게, 조금 더 임팩트있게 전달할 수 있다면 공감대가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 대구경북연구원 오동욱 박사
"이미 많은 예산을 들인 '도달쑤'도 단발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캐릭터로 거듭나려면 트랜드와 호감도를 반영한 캐릭터 리뉴얼도 필요합니다. 1928년생인 '미키마우스'의 사례만 보더라도 단순화되고 동그란 느낌의 형태로 지금의 시대에 맞는 호감도 있는 캐릭터로 7차례 성형(리뉴얼)이 됐거든요. 이미 수달이라는 콘셉트를 다른 지자체도 많이 하므로 대구만의 정체성을 살린 디자인적 요소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 동국대학교 AI융합대학 이영숙 교수
도달쑤는 2020년부터 명절 인사 이모티콘으로 제작하고 있으며 작년 기준으로 5,919만 원의 비용이 들었다. 하지만 해마다 비슷해서 일상에서 쓰는데 한계가 있다. 거기다 대구시는 도달쑤를 부 캐릭터로 정하고 타 부서가 요청하거나 공식 행사가 있을 때만 임시적으로 활용할 뿐, 구체적 활용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2021년 11월 15일, 대구시 행정사무 감사에 나온 권기동 대구시 홍보브랜드담당관은 도달쑤 이모티콘을 ''패션이'에 대한 대체 기제로 생각하고 있으며, 시민들의 의견을 물어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자연스럽게 공식적인 캐릭터를 (도달쑤로) 바꿀 생각이 있다'고 밝혔지만, 1년 뒤 <빅벙커> 제작진이 대구시 도시디자인과 도시브랜드팀에게 다시 물으니 '지금은 비공개다, 시민들의 동의를 거쳐야 해서 말하기 힘들다'고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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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 뉴미디어담당관 소속의 소통 캐릭터 부기는 이름은 '부산 갈매기'에서 따왔다. 2002년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한일월드컵 경기(한국 vs 폴란드) 때 첫 승리의 함성에 알에서 깨어났으며, 온오프라인 시민 선호도 조사를 통해 선발되었다. 개발 당시 스토리텔링에 공을 들였고, 캐릭터만의 특성, 스토리에 집중, 런칭과 동시에 애니메이션, 티저까지 제작했다. '부가가치나 홍보 효과와 비교하자면 결코 큰 비용은 아니지만, 캐릭터가 꾸준히 관심을 받으려면 계속해서 새로운 이미지를 개발해야 내야 한다'는 부산시의 입장을 말해주듯 초기 제작비용에 4천만 원, 웹툰 등에 들어갈 추가 비용에 연간 3천만 원, 최근 관리 비용에 2억 원을 들였다. 그 정도로 부산시와 의회에서 적극 지원하되 기관 이미지를 철저히 배제하였다. 그는 행사 성격을 사전에 파악해 시민 소통을 시도한다. 목소리 톤과 성격, 행동의 일관성으로 정체성과 이미지를 유지해 피드백을 직접 받으며, SNS를 활용한 소통형 활동으로 젊은 층에서 인지도가 높다. 특히 저작권 무료 개방을 예상하고 개발 단계부터 상품화 가능성과 캐릭터 일관성 및 홍보전략까지 세웠다. 캐릭터를 활용하고 싶은 부산 시민과 단체는 누구나 신청 가능하며, 상품 적합 여부를 부산시가 관리하므로 부기의 인지도 상승은 물론, 관련 상품을 지역 중소기업이 만들기 때문에 제품 홍보에 크게 이바지한다.
두 캐릭터의 차이는 성격과 활동 범위가 달라 어느 쪽이 유리한지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활약상을 보면 그 차이가 느껴진다. <빅벙커> 제작진이 대구시민과 부산시민에게 각각 두 캐릭터에 관한 인지도 조사를 했는데 부기가 앞섰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그리고 2022년 10월 8일, 서울에서 열린 제5회 <우리동네 캐릭터 대상> 시상식 겸 축제 퍼레이드에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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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부터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매년 주최하는 이 행사는 참가한 지자체, 공공기관의 캐릭터들이 8~9월에 시민의 투표를 거쳐 여러 상을 받고 10월에 콘텐츠 전시, 소통 이벤트 등을 가지며 관련 컨설팅까지 지원한다.
이번 퍼레이드에서 도달쑤는 대구시가 아바타(인형 탈)만 행사에 올려보냈고, 알바생이 전담했는데 제작진이 물으니 어떤 캐릭터인지 모른다는 답을 들었다. 반면 부기는 담당 주무관과 직접 올라왔고, 다른 캐릭터와 만나 인터뷰와 팬미팅하는 유튜브 영상까지 찍고 갔다.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우지영은 '지자체의 관심에 따라 예산, 활용의 범위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인터섹션 대표 이철도 '한국의 지자체 캐릭터가 인물, 동물 위주의 소재를 사실적으로 귀엽게 표현했지만, 친밀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현재 한국의 지자체 캐릭터들은 SNS를 통해 홍보에 열을 올리고 관련 기념품도 판매 중이다. 더 성장하기 위해 배울 점은 무엇일까? (2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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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상(a.k.a. Blueman)
- 글쓰기 코칭 프로그램 <꿈꾸는 만년필> 5기
- 저서 : <마음을 쓰다> (2015, 교보문고 퍼플) 종이책 / eBook
- <헬조선늬우스>에 자발적으로 기고중
꿈과 희망을 믿고 배우며 세상을 보려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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