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이어 쓰기>
#144. 한국 지자체 캐릭터가 살아남으려면 (2) 일본의 지자체 캐릭터에게 배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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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지방자치제와 함께 생겨난 지자체 캐릭터, 시대의 흐름과 지자체장 등 여러 사람의 입김에 따라 사라지거나 새로 등장하는 캐릭터가 많다. 지역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어떤 점을 배워야 할까? 이러한 고민은 옆나라 일본도 같이 하고 있었다.
일본은 자연계의 모든 생물을 신으로 모시는 다신교 문화를 가지고 있어 소재에 상관없이 캐릭터를 만드는 산업, 홍보 활동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대표적인 단어인 '유루이 마스코트 캐릭터(ゆるいマスコットキャラクタ-)', 약칭 유루캬라(ゆるキャラ)는 어설프지만, 친근감이 있는 마스코트 캐릭터를 뜻하는데 다음과 같은 기준을 따라야 한다.
1. 향토애(각 지방에 대한 사랑)가 흘러넘치는 강한 메시지성이 있을 것.(郷土愛に満ち溢れた強いメッセージ性があること。) 2. 행동거지가 불안정하면서도 독특할 것.(立ち居振る舞いが不安定かつユニークであること) 3.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엉성함을 가지고 있을 것.(愛すべき、ゆるさ、を持ち合わせている事。) (+ 원칙적으로 인형 탈이 있어야 한다.)
* '유루이 마스코트 캐릭터(ゆるいマスコットキャラクタ-)', 유루캬라(ゆるキャラ) : '느슨하다, 엉성하다'라는 일본어 표현 유루이(ゆるい)와 마스코트 캐릭터의 합성어, 만화가 미우라 준(三浦純)이 만든 단어로 일본 상표권 제4821202호에 등록되어 있다.
이를 따른 마스코트 캐릭터는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에 있지만, 주로 지자체 캐릭터가 속한다. 1980년대 후반 지자체 박람회와 2000년대 초반 캐릭터 붐을 거치면서 지자체마다 특색있는 마스코트 캐릭터를 만들어 홍보하고 있다. 앞서 말한 단어 대신 '지방 캐릭터'라는 뜻의 '고토치캬라(ご当地キャラ)'라는 단어를 쓰기도 한다. 광역 지자체인 도도부현(都道府県)과 기초 지자체인 시정촌(市町村), 각 행정기관 등의 캐릭터를 포함하면 2021년 기준 1553개다. 이들은 단순한 홍보를 넘어 각종 지역 행사, 캠페인, 방송 등에 출연하고, 팬들과 소통하려고 다양한 설정까지 제공한다.
* 도도부현 : 도쿄도(東京都), 홋카이도(北海道), 오사카부(大阪府), 교토부(京都府), 43개 현(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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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부터 2020년까지 개최된 '유루캬라 그랑프리'는 일본의 지자체, 기업 등의 캐릭터가 매년 투표를 통해 인기 순위를 정하는 대회로 명예의 전당 격인 왕좌에 오르기 위한 그들의 경쟁이 치열했다. 오죽하면 2018년에 부정투표까지 벌어질 정도다.
특히 첫 대회가 있던 2011년 왕좌에 오른 구마모토현의 쿠마몬(くまモン)은 현청 영업부장으로 지역 홍보, 특산물 판매, 이벤트, 관광지 안내 등으로 활약, 여러 타 지역에 자주 등장하면서 인지도를 높였고, 주민들도 적극 쿠마몬 홍보에 동참했다. 그 덕에 원래 규슈 신칸센의 경유지였던 구마모토를 인기 관광지로 바꿔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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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마몬
"내 이름은 '쿠마몬'.2011년 3월의 규슈 신칸센 전선 개업을 계기로 탄생했구마.내 일은 주변의 서프라이즈&해피한 것들을 찾아 전국에 있는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구마모토뿐 아니라 간사이나 간토 지역에도 출장을 나가, 구마모토의 맛있는 음식과 대자연을 열렬하게 어필하는 중!지사에서 구마모토현의 영업부장 겸 행복부장으로 발탁되어, 더욱 더 힘이 넘쳐나고 있구마.내가 제일 좋아하는 구마모토를, 사람들이 더 많이 알아줬으면 하니까 앞으로도 더욱 더 날 만나러 와주구마!매력이 가득한 구마모토와 날 앞으로도 잘 부탁하구마!" - 쿠마몬 공식 홈페이지 한국어 소개
구마모토현은 2022년 예산만 해도 8억 1016만 엔을 썼으며, 관광객 수도 늘면서 11년 간 1조 1341억엔의 경제 효과를 안겨주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캐릭터의 중립성, 형태와 색채의 단순선, 자유로운 움직임'을 성공 요인으로 뽑았으며, 나루오 마사타카(成尾雅貴) 과장은 쿠마몬이 팬들과 만날 때 '움직임의 임팩트와 대접하는 마음(動きのキレと、もてなしの心)'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지역 캐릭터의 접근성이 좋으면 지역 경제 활성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예 중의 하나가 바로 '쿠마몬'입니다. 2011년 11월 '쿠마몬'의 캐릭터 사용 허가 제품 건수가 1,670건, 상품을 판매하는 회사가 약 4백여 곳으로 집계됐습니다. 캐릭터가 지역 주요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 한국영상대학교 만화웹툰콘텐츠과 류우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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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과 쿠마몬이 만난 장면(영상 출처 : 쓴데달다)
"인지도를 위해서 SNS 등을 활용해 화제성을 높였습니다. 예를 들면 "주논 수퍼보이 콘테스트"라는 일본에서 유명한 미남선발대회에 출전했습니다. 최종까지 가지는 않았고, 베스트 30을 선발하기 전에 일부러 기권했습니다. (참가 자체가 큰 화제가 돼서) 그 결과 지금까지 인지도가 90%를 넘어서면서 지자체 캐릭터로 No.1이 되었습니다." - 구마모토현 쿠마몬 그룹 와키 토시야(脇俊也) 과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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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마몬 스퀘어 내부 지도
구마모토시 주오구 데토리혼쵸(中央区 手取本町)의 츠루야 백화점(鶴屋百貨店)에 가면 쿠마몬 스퀘어가 있는데 공식 홈페이지에 적힌 일정에 맞춰 주민, 팬들과 팬미팅을 가진다. 입장료가 없어 교류 스테이지에서 많은 사람이 쿠마몬을 보고 사진을 찍는다. 쿠마몬 스퀘어 내 여러 판매대나 츠루야 백화점 지하 식품 판매장에 가면 쿠마몬이 그려진 여러 제품을 살 수 있는데 전부 구마모토에서 생산된 제품이다. 즉, 기업이든 지역민이든 쿠마몬 사용에 저작권료를 안 받지만, 구마모토에서 생산한 농,수,축산물을 쓰는 조건을 달았다. 그 덕에 제과회사인 UHA와 에자키 글리코(江崎グリコ) 등 대기업 83개사가 만든 쿠마몬 관련 제품에 구마모토 산 원재료를 넣었다. 게다가 구마모토의 많은 중소기업이 쿠마몬을 활용한 제품으로 많은 매출을 올렸다.
"쿠마몬 스퀘어에서 (쿠마몬을)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것도 좋은 정책 중 하나지만 쿠마몬의 인지도를 높인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쿠마몬 저작권 사용"을 무료화 한 것입니다." - 구마모토현 쿠마몬 그룹 와키 토시야(脇俊也) 과장
"쿠마몬 일러스트 사용이나 외부 활동은 무료기 때문에 오로지 쿠마몬을 활용한 상품 판매액만 집계했는데 2011년부터 2021년까지 판매액 누계가 우리 돈 약 10조 9천억 원에 이릅니다. 이 정도면 하나의 큰 산업이죠." -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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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코냥
<국보•히코네성(彦根城) 축성 400년 축제>를 기념하기 위해 2006년 4월에 등장한 시가현의 히코네시(彦根市), 히코네성 마스코트로 히코네번 이이(井伊) 가문의 2대 당주였던 나오타카(直孝)를 낙뢰에서 구해준 고양이에서 따왔다. 히코네성이 유일한 관광지인 히코네시는 히코냥을 통해 많은 사람을 끌어모으고 있으며 성에서 매일 세 번 만날 수 있지만, 공식 홈페이지 내 일정에서 만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안내한다. 히코냥이 들어간 굿즈로 2010년 10억 엔에 가까운 매출을 올려 많은 지자체가 캐릭터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담당 스태프가 긴 시간 애정을 갖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있어 성공적인 홍보 활동을 보여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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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코네성 금줄 작업에 참여한 히코냥(아사히신문 공식 유튜브채널, 2015.12.9.)
일본의 많은 지자체 캐릭터가 홍보와 소통으로 활약 중이다. 한국 지자체 캐릭터가 여기서 나아가야 할 길은 뭘까?
"지자체 캐릭터 활용이 부족한 것은 브랜드 담당자 대부분이 직무순환에 따라 2~3년마다 교체되기 일쑤여서 전문성을 축적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개발부서와 관리부서도 달라 캐릭터의 특성과 파워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민관합동으로 브랜드 마케팅 자문단을 구성하고, 디자인 전문가를 활용하거나 캐릭터를 관리하는 관리위원회 설치, 일관성 있는 브랜드 관리 등이 필요하다." - 윤홍근 CBS 마케팅 본부장
여기에 지역 주민이 공감할 만한 소재나 참여로 스토리텔링을 만들고, 정기적인 만남과 소통, 자주 바뀌는 유행에 발맞춘 매체 활용, 개발과 관리부서의 일원화 등을 수용해야 한다.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전 세계를 사로잡은 건 작은 곳에서 시작해 꾸준히 활동하고 관리한 덕분이다. 한국의 지자체 캐릭터도 기업이나 해외 캐릭터의 성공 사례를 참고하여 새로운 매력을 만들어낸다면 한국의 펭수처럼 월드 스타 캐릭터로 발돋움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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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지역 캐릭터 활용 '일본을 배워라'… 방송출연에 '드럼 연주'까지> (아주경제, 2018.4.11.)
- <일본 지자체 캐릭터들 인기 … 상품모델·홍보대사로 활약> (중앙일보, 2009.2.4.)
- Dami Kim - <쿠마몬과 구마모토, 유루유루 유루캬라> (WeXpats Guide, 2022.11.30.)
- <일본의 각 지역을 대표하는 캐릭터~! 인기 '유루캬라'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시사일본어사 공식 블로그, 2012.11.15.)
- 다나카 에미 - <[얼렁뚱땅탐정R] ‘유루캬라‘(엉성한 캐릭터’라는 뜻)’가 왜 이렇게 인기야?> (월간유학생 2013년 7월호)
- <잘 키운 캐릭터, 일본 넘어 전세계서 인기> (경남도민일보, 2015.10.1.)
- <[들어보니] "저는 누구일까요?" '도달쑤'와 '부기' | 빅벙커> (대구MBC, 2022.11.18.)
- <稼ぐキャラクター・くまモン、5つの成功の秘訣 (돈버는 캐릭터 쿠마몬, 5가지 성공비결)> (니혼게이자이신문, 2013.10.28.)
- 이화자, 김건 - <일본 지방자치단체 캐릭터의 프로모션 연구> (디지털콘텐츠학회 논문지,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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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상(a.k.a. Blueman)
- 글쓰기 코칭 프로그램 <꿈꾸는 만년필> 5기
- 저서 : <마음을 쓰다> (2015, 교보문고 퍼플) 종이책 / eBook
- <헬조선늬우스>에 자발적으로 기고중
꿈과 희망을 믿고 배우며 세상을 보려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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