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이어 쓰기>
#145. 모태솔로 남자가 몰랐던 한국 생리대 가격의 무서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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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설 잘 보내셨습니까?
1월에 두 번의 설을 보내고 나니 어느덧 2월입니다. 게가 일하는 가게의 홀 공사때문에 생각지 못한 휴가를 받았습니다. 여러 계획이 잡혔지만, 여유로울 때 시도 하나 해보려 합니다.
글 플랫폼 얼룩소(Alookso)에 제 글을 올리는 일인데요. SNS에 옛날 신문 기사를 이용해 가끔 짧은 글을 남기던 걸 여기서 칼럼 형식으로 써보고 있습니다. 현재 모든 글을 한달씩 자유롭게 볼 수 있는 얼룩패스 구독 이벤트 중인데 설문 몇 가지만 하면 되니 참여해보시고 올렸던 제 글을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이번 달도 전에 올린 글 두 편을 격주로 예약해서 올립니다. 2월 한 달간 멋진 나날 보내셨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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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저는 남성입니다. 여자친구를 만나 사귀어 본 적이 없는 제가 생리대에 관한 글 하나를 쓴다는 건 미지의 세계 속 일부를 보고 논하는 일이죠. 다행히 여기서 많은 이가 공감할만한 소재 하나를 발견해서 간단히 남겨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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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생리대 주요 제품(유한킴벌리, LG유니참)
한국에서 일회용 생리대를 쓰기 시작한 건 70년대부터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발명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100년이 되지 않았다. 유한킴벌리의 코텍스(Kotex)와 뉴 후리덤을 시작으로 패드형과 탐폰형 생리대가 조금씩 보편화했고, 80년대 중반 P&G가 패드형 생리대를 날개형 접착식으로 개발하면서 여성들에게 일회용 생리대는 생필품으로 자리잡았다. 여성은 평균 35년간, 1년 중 65일을 생리하는데, 사용하는 생리대는 하루에 5~7개다. 각자 생리 횟수, 양이 다르기 때문에 맞는 생리대를 여러 개 준비해야 한다. 그러니 남자보다 돈이 들어감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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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롤러코스터> '남녀탐구생활' - 월경하는 여자와 그런 여친과 데이트하는 남자 이야기
방송 프로그램이나 광고에서 '그날', '마법' 등으로 돌려 말하거나, 파란색 물로 생리대 흡수력을 보여주었던 때가 있었지만, 2016년 이 사건을 기점으로 생리를 당당히 드러낼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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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정치인, 정치 평론가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성남시장 당시 '저소득층 미성년자 생리대 지원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여성 위생용품 회사와 대리점 대표의 기부 행렬로 이어졌다. 서울시는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에게 유기농 일회용 생리대를 거주지로 배송하고, 돌봄 사각지대 청소년을 위해 소녀돌봄약국, 가출 청소년 쉼터에 생리대를 지원하는데 이어 2018년부터 공공기관에 비상 생리대 비치 사업을 시행해 1년 뒤 국제연합(UN) 공공행정상을 받기도 했다. 2021년엔 여성가족부의 '여성청소년 생리대 바우처 지원'으로 전국의 청소년이 혜택을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매년 물가상승에 연동하여 500원씩 올라도 부족하다는 의견이 생기고 있다. 2022년 기준 1인당 지원금은 12,000원으로 값싼 생리대를 사려해도 평소의 70% 수준이다.
"먼저 저소득층 외에 보편 지원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고요. 또 매달 1만 2천 원이라는 금액은 매우 부족합니다. 청소년기에는 생리 양이 많고 기간도 길어서 전체 여성의 평균값을 적용하는 것은 오류이고요, 요즘 청소년들은 이부자리에 실수가 적은 입는 형태의 오버나이트 사용을 선호하는데 이 금액으로는 구매하기 어렵습니다." - 남은주 대구여성회 대표
청소년도 곤란해하는데 돈을 벌어 원하는 생리대를 살 수 있는 어른은 오죽할까?
"남편이 마트 영수증 쓱 보다가 생리대 가격에 기겁하면서 인류 절반이 생리를 하는데 생리대 가격이 이런게 말이 되냐고 분노하고 있다. ㅋㅋ... 그래, 알아서 다행이다. '이러면 돈없어서 생리대 못 사는 사람들 있지 않냐'고 계속 흥분하는데, '맞아. 진짜 생리대 못 구해서 곤혹스러워하는 사람들 많을걸?' 하니까 계속 황당해 함. 물론 시작은 홀리데이 시즌이라 돈을 너무 많이 써서 스트레스받은 데서 시작한 것 같지만 분노가 괜찮은 방향으로 가서 다행이구나. ㅋㅋ" - 트위터 '포악한 호호'(@halflegal_alien)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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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아마존, 라쿠텐 가격 비교
한국은 생리대 가격이 세계에서 비싼 나라다. 2004년 거기에 붙는 부가세가 면제되었고, 원자재 가격도 매년 상승함을 감안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유한킴벌리, LG유니참이 국내 일회용 생리대 시장 점유율 다수를 차지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국P&G도 다수를 차지했으나 2018년 생리대 사업 철수) 시민단체도 이런 문제를 지적하지만 생리대를 만드는 기업들은 변할 생각이 없다. 오죽하면 2021년 7월 29일, 청와대에 생리대 가격을 낮춰달라는 국민청원까지 올라올 정도다.
"생리대의 가격을 낮추는 것을 요구합니다. 생리대는 사치품도 아니고 생필품입니다. 그런데 가격이 너무 높습니다. 여성들이 1달에 1번씩 생리를 하는데 평균적으로 7일 동안 합니다. 하루에 생리대를 자주 갈아줘야하는데 생리대 한 팩을 사면 1달 동안 금방 써버릴판이다. 생리하는 것도 힘들고 서러운데 생리를 안 하면 안 써도 될 돈을 생리대에 쓰는 것도 싫은데 거기다가 가격까지 높습니다. 국가별로 생리대 가격 비교를 하면 다른 주요국에 비해서 비싼 편입니다. 모든 여성들이 생리대를 부담없는 가격에 살 수 있도록 생리대 가격을 낮춰주십시오." - 국민청원 작성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2021년 7월, '월경용품 가격 안정화를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국내 생산품에 대해서 부가세 환급이 가능한 '영세율'을 적용하여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한편, 부가세 면제를 통한 수입품 가격 인하를 통해 시장 경쟁을 촉진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국정감사와 대선 이슈 등에 밀려 국회 소위에서 논의조차 안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의회는 2020년 11월 25일, 여성 생리용품을 무상으로 공급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영국과 뉴질랜드 정부는 모든 중,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생리 용품을 무료로 지급하는 정부 예산까지 확보하였고, 유럽연합과 케냐 등 여러 나라에서 생리대에 붙는 세금 '탐폰세' 폐지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현재 '여성 청소년 월경 용품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곳은 서울특별시, 경기도, 인천광역시, 대구광역시, 울산광역시, 광주광역시다. 특히 경기도는 18개 시군(성남, 안산, 의정부, 김포, 광주, 군포, 하남, 양주, 이천, 구리, 안성, 포천, 양평, 여주, 동두천, 과천, 가평, 연천)에 한해 소득에 상관없이 월 12,000원의 지역별 지역화폐를 지급한다. 나머지 지자체는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 부족으로 고등학교부터 단계적 확대 혹은 저소득층에 한해 시행중이다.
"생리대 지원 예산이 266억 원부터 2억여 원까지 지자체별로 천차만별입니다. 결국 의지 문제라고 볼 수 있죠. 조례를 만들고도 제대로 시행하지 않고 예산을 핑계로 한다는 것은 생리대 보편 지원을 할 의지가 없다고 봐야겠죠." -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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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 '주식회사 29일'은 국내 기업과 협업하여 생리대를 제조, 유통망을 직접 관리하는 '반값생리대'를 파는데, 구매하면 하루치 제품이 취약계층 여성들에게 자동 기부되는 시스템을 운영한다.
여성에게 생리대는 생필품이다. 당연히 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 제값에 팔아야겠지만, 많은 이가 가격때문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판매가 인하를 생각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보편적인 지원금과 취약계층 지원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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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생리대 가격 내려주세요"…청원에 올라온 국내 여성 생리대 가격 '미국이나 유럽보다 비싸'> (뉴스워커, 2021.7.30.)
- <[들어보니] '생리 빈곤'은 인격 살인 | 빅벙커> (대구MBC, 2022.6.17.)
- <한국의 생리대 가격이 미국, 일본보다 두 배나 '비싼' 이유> (국방K신문, 2019.12.21.)
- <"여성이라 내야하는 600만원"…생리대의 경제학> (머니투데이, 2017.9.10.)
- 김디제이(김도진) - <한국 월경용품의 역사> (해피문데이 공식 블로그, 2020.3.20.)
- <[지구 절반 이야기]① 생리대, 어디까지 아시나요> (뉴스포스트, 2021.8.24.)
- <장혜영, 생리용품 독과점 시장 '흔들기' 나섰다> (오마이뉴스, 2021.7.29.)
- <'월경용품 가격 안정화법안'...국감에 치이고 대선이슈에 밀려 논의조차 못해> (뷰티경제, 2021.10.6.)
- <스코틀랜드, 생리대 무상 제공하는 최초 국가 됐다> (우먼타임스, 2020.11.27.)
- <생리: 영국 정부, 생리용품 교육기관에 무료 지급 결정> (BBC News 코리아, 2018.3.14.)
- <[별별 마켓 랭킹] 생리대 파동 뒤 ‘깨끗한나라’ 3위 → 6위> (중앙일보, 2017.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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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상(a.k.a. Blueman)
- 글쓰기 코칭 프로그램 <꿈꾸는 만년필> 5기
- 저서 : <마음을 쓰다> (2015, 교보문고 퍼플) 종이책 / eBook
- <헬조선늬우스>에 자발적으로 기고중
꿈과 희망을 믿고 배우며 세상을 보려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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