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이어 쓰기>
#144. 한국 지자체 캐릭터가 살아남으려면 (2) 일본의 지자체 캐릭터에게 배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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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EBS <당신의 문해력+> 홈페이지에 나온 성인 문해력 테스트를 해봤다. 15문제를 대충 풀었더니 6개 맞추었다. 전에 풀었던 '성인 문해도 테스트' 11문제에서 8개 맞춘 것에 비하면 낮았다. 명색이 글쓰는 사람인데 유튜브와 SNS 글만 보니 이런 결과가 나와 부끄러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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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어휘 능력 검사 결과
문해력, 어휘력 문제는 나만 겪는 일이 아니었다. 2022년 9월, <당신의 문해력+> 제작진과 이화여대 서혁 교수 연구진이 공동으로 개발한 위의 테스트 참여자 20만 명의 검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평균 점수는 약 60점으로 문항 출제 당시 기대했던 70점보다 낮은 수치였다. 특히 고유어, 한자어 등에 낮은 정답률을 보였으며, 어휘의 문맥적 의미 파악에 크게 어려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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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이틀, 삼일, 사흘…" 노래 가사가 뭔가 이상한데?> (JTBC, 2023.1.11.)
한 래퍼는 자신이 만든 곡에 '삼일'과 '사흘'을 연달아 썼다. 분명 같은 말인데 왜 그렇게 썼을까? 몇 년 전 온라인상에서 사람들이 '사흘'을 놓고 '3일'이냐 '4일'이냐 묻던 때가 떠올랐다. 거기다 '심심한(마음의 표현이 매우 깊고 간절한 - 표준국어대사전) 사과'를 '지루하고 재미없는 사과'라며 항의하고, '금일(오늘)'을 '금요일'로 잘못 알고, '중식(점심)을 제공한다'라는 표현에 '왜 한식, 양식이 없느냐?'고 묻는 등 어휘를 이해 못 해 벌어지는 일이 언론에 자주 보도되었다. 이 정도면 단순한 우스갯소리로 넘길 일이 아니다. 2016년 주간조선은 고등학교 교실에서 벌어지는 이런 문제를 지적했다.
"최근 교육 현장에서 (중략) 어휘력이 부족해 교과서의 텍스트를 이해하지 못하는 초·중·고생이 많아진다는 지적이 교실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김승호 전 함평교육지원청 교육장은 학생들의 학력 저하와 어휘력 간의 관계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김 교육장의 말이다. '학교 현장에서 교과서 내용이 어렵다는 학생들이 많다. 시험에서도 기대보다 낮은 점수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문맥을 이해하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가 상당수다. 기본적인 어휘를 몰라 문맥이 이해되지 않는 거다.'"
"어휘력 부족 실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작업이 먼저다. 정확한 실태를 알아야 원인과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 김경수 서울교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우리나라 교과서는 어른들의 기준으로 만들어진 교과서”라며 이렇게 말했다. '학생들의 어휘 수준이나 어휘 사용 실태에 대한 분석 없이 나온 교과서로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학습지도를 할 수 없다. 우선 학생들의 어휘력 수준을 명확히 측정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한 후 폭넓은 조사와 측정이 행해져야 한다. 그래야 어휘력 빈곤 현상에 제대로 접근할 수 있다.'"
여러 언론은 전문가의 입을 빌려 '줄글로 된 책을 많이 읽도록 유도해야 한다', '한자 공부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을 하지만 수박 겉핥기(사물의 속 내용은 모르고 겉만 건드리는 일 - 표준국어대사전)에 불과하다. 더욱이 특정 세대나 집단이 단어 몇 개 모른다며 문제 삼는 건 잘못된 접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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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세대 사이에서 '사흘 논란'을 두고 '간단한 지식을 우리 주변에서 모르는 사람이 많아 놀랐다', '우리 세대의 어휘력이 줄고 있음을 느낀다'는 반응을 보인 사람이 있지만, '자연스러운 언어 습관의 변화다', '지나친 일반화는 곤란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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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당신의 문해력+> '까다로운 공공문서, 필요한 문해력은?' 중에서(9:25 부터)
실제로 학부모들이 가정통신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보인 반응들이 교사들 사이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전학 가는 학생에게 '교과서를 반납해라', 도서관의 사서 선생님에게 반납하라는 가정통신문을 보냈는데, 학부모님께서 교과서를 직접 사서셔 반납하셨죠." - 초등학교 교사 정수경
"저희가 얼마 전에 '교내 건강검진'을 시행한 적이 있는데 관련 내용을 가정통신문으로 전달해 드렸어요. 그런데 가정통신문에선 '교내 건강검진'이라고 쓰여 있는데 학부모님들이 자꾸 외부의 어느 병원으로 가면 되느냐 문의를 하시는 거에요. 당연히 '교내'라고 적혀 있으니까 학교 안에서 (건강검진)한다는 뜻인데 어느 병원으로 가느냐고 문의하셔서 당황스러웠던 적이 있습니다." - 10년 차 초등교사
이에 학부모들은 '가정 통신문에 불필요한 한자어나 행정 용어가 많고, 불필요한 통신문이 너무 많이 발송된다'고 반박했다. 거기다 '교육청이나 학교 밖 단체도 이렇게 전달하니 잘 읽지 않는다'고 말했다.
분명 시대가 변하면서 자주 쓰는 단어 위주로 언어 습관이 바뀌었고, 긴 글보다 짧은 글과 영상을 즐겨보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이건 어휘력의 문제가 아니라 문해력, 특히 '기능적 문해력'의 문제다.
* 유네스코는 1956년부터 글을 읽고 쓰는 기초 능력인 '최소 문해력'과 글을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인 '기능적 문해력'으로 나누고 있다. '최소 문해력'을 갖춘 한국에서 계속 지적하는 건 '기능적 문해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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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 교육이 필요한 이유(누리울림 갈무리)
신지영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우리가 진짜 던져야 할 문해력 문제는 주어진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는 능동적인 읽기의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한 국어교육과 교수도 '스마트폰이 활성화되면서 긴 글을 차분히 읽고 이해하려는 문해 의지가 낮아진 것이 세대 불문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우리는 그 문해력 키우기에 얼마나 관심을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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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서 '문해력 교육'이라 쳤을 때 나온 기사들
각 지역 교육청, 교육 관련 기업들은 벌써 문해력을 기르는 교육에 관심을 두고 있다. 관련 도서와 교육 프로그램이 잇달아 나오고, 문해력 측정 도구로 기초 학력을 진단하기도 한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만든 '한글 또박또박'이라는 프로그램은 초등학교 1학년 수준의 한글 읽고 쓰기 검사로 결과에 맞는 자료를 제공한다. 한국초등국어교육연구소와 미래엔이 만든 '웰리미 한글 진단 검사'는 영역별 자가 진단으로 부족한 부분을 학습할 수 있는 교재를 제시한다.
10대 청소년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리디퍼(Read Deeper)'는 '글에 관한 관심과 흥미'를 키우기 위해 중학교 수준의 어휘를 넣어 용의자를 추리하는 보드게임을 만들었다. 그 게임을 텀블벅에 올렸는데 목표 금액인 500,000원을 뛰어넘어 마감일인 2022년 12월 16일 기준으로 13,429,000원을 모았다.
"공부로 느껴지지 않게 스토리 카드를 읽으며 게임은 시작된다. 사건 배경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는 긴 글을 제공하고, 원하는 단서 카드를 뽑아 용의자를 추리한다. 긴 글 대신 짧은 글로 쉽고 부담 없는 읽기를 제공하면서도, 그 안에 5가지 사실적·비판적·감상적·창의적·추론적 읽기 방법을 녹여냈다. 수능 출제 어휘와 중고등 교과서 필수 어휘를 넣어 어휘학습에 도움을 주고, 주어진 질문 카드를 풀어내기 위해 깊은 사고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 관련 기사에서
최수민 대표는 '문해력 미달 수준의 청소년에게 즐거운 깊이 읽기 경험을 통해 문해력 향상의 시작점을 만들겠다'며 이 프로젝트를 교육워크숍 프로그램을 발전시키고 싶다고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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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문해력 교육 (누리울림 갈무리)
브라질의 교육학자 파울루 프레이리(Paulo Freire)는 '독해는 텍스트(text)와 맥락(context)과의 관계를 비판적으로 파악하여 얻는 이해'라고 말했다. 그것은 단순히 읽는 것을 넘어 세상의 많은 정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타인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가능케 한다. '기능적 문해력'이 중요해진 지금, 우리는 독서를, 교육기관과 기업은 문해력 교육을 적극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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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상(a.k.a. Blueman)
- 글쓰기 코칭 프로그램 <꿈꾸는 만년필> 5기
- 저서 : <마음을 쓰다> (2015, 교보문고 퍼플) 종이책 / eBook
- <헬조선늬우스>에 자발적으로 기고중
꿈과 희망을 믿고 배우며 세상을 보려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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