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2월 18일 오전 9시 53~55분경,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은 전동차에서 벌어진 불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나는 그 소식을 하교 후 버스 안 스피커로 나오던 지역 라디오 뉴스로 들었고, 4시대 프로그램에서 안타까운 사연들도 들었다. 그리고 지상파 TV 3사의 메인 뉴스는 이 소식으로 가득했다.
“시커먼 연기가 대구시 내 거리를 가득 메웠습니다. 환풍구와 역사 입구마다 계속해서 연기가 솟구칩니다. 불이 난 것은 오전 9시 53분쯤. 50대 남자가 플라스틱병에 든 휘발유를 전동차 바닥에 뿌린 뒤 라이터로 불을 붙여 일어났습니다.” <방화참사 사망 51명,실종 59명> (KBS, 2003.2.18.)
“오늘 대부분의 사망자는 열차 안에 갇힌 채 발버둥 치다가 숨졌습니다. 화재로 전기가 나가면서 전동차 문이 자동으로 닫혔기 때문입니다.” <화재 발생시 전원 차단 전동차 문 안열려 대형 참사> (MBC, 2003.2.18.)
“불은 삽시간에 전동차의 모든 객차로 번졌고 마침 반대편에서 도착한 전동차에까지 옮겨붙었습니다. 불로 인해 전기가 끊겨 암흑천지가 된 전철역 내부는 서로 먼저 빠져나오려는 사람들의 아우성 소리로 가득했습니다. 확인된 사망자만 51명, 부상자는 138명. 그러나 신고 접수된 실종자가 59명이나 돼 희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대구 지하철 참사…110명 사망·실종> (SBS, 2003.2.18.)
이 참사 이후 기차역 곳곳에 안전문 설치, 열차는 불에 안 타는 내장재로 교체 등 많은 대처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많은 사고를 겪는 중이다.
“오늘 오전 10시 40분쯤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의 냉동물류센터 '코리아2000' 냉동창고 지하에서 불이 났습니다. (중략) 창고에서 일을 하던 50여 명 가운데 40여 명이 지하에 갇혔고, 이 가운데 현재 30명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천 냉동창고 화재…49명 사망·부상> (KBS, 2008.1.7.)
“전남 진도군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가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실종자가 300명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중앙재난대책본부는 진도 여객선 침몰과 관련, 오후 4시 30분 현재 총탑승 459명 중, 구조 164명, 사망 2명, 구조 중인 실종자 293명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진도 여객선, 오후 4시 30분 현재 실종자 293명> (파이낸셜뉴스, 2014.4.16.)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교 대신 빵 공장을 가야 했던 23살 여성 노동자가 이른 아침 공장에서 일하다 사망했습니다. 샌드위치 소스를 만드는 배합기에 빨려 들어가 그 자리에서 숨진 겁니다. 경찰은 2명이서 함께 근무해야 하는 근무 수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대학 대신 공장 간 딸이"…20대, 소스 배합기에 껴 숨져> (JTBC, 2022. 10.15.)
‘안전 불감증’이라는 단어는 ‘안전사고에 대한 인식이 둔하거나 안전에 익숙해져서 사고의 위험에 대해 별다른 느낌을 갖지 못하는 일’이라고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에서 말한다. 한 사람의 안전 불감증을 경계하지만, 기업과 정부 등 단체도 마찬가지다. 시간의 효율성과 저렴한 비용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사고는 반드시 일어난다. 예기치 못한 일도 있지만, 대부분 사람 혹은 시설의 안전을 가볍게 여겨 벌어진다.
“교통사고나 산업재해 등과 같이 대중매체나 실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사고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심이 큰 것이 사실이다. 반면 많은 사상자와 엄청난 재산 손실을 초래하는 대형 사고는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가 소홀하다. 또 사고 직후에는 큰 관심을 보이다가도 이내 망각하고 마는 것 같다. 이러한 것이 되풀이돼 대형 사고가 반복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제임스 M.듀이 <안전한 사회지향을 위한 제언> (매일경제, 1997.10.21.)
“안전불감증을 타파,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려면 우선 우리 국민 특수성에 맞는 새로운 안전교육과 안전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 초등학생부터 철저하게 인명존중 이념을 반복 교육하여 자생적 반응으로 안전이라는 새 가치를 공유하고 추구해야 하며 안전 수칙을 생활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 공사시행부터 안전관리, 품질관리원칙을 적용시키고 준공 후 유지보수관리가 철저하게 연계될 수 있도록 새로운 체제를 구축해 절차대로 규정을 준수하도록 유도하고 철저한 감독과 격려가 필요하다.” - 양범모 <안전문화 범국민 차원 계몽 필요> (매일경제, 1996.7.1.)
문득 예전에 SNS로 남겼던 글 하나가 생각나 옮겨본다. |